이삭의 희생, 샤갈(Marc Chagall, 1887~1985, 러시아)이 그린 유화. 프랑스 국립 마르크샤갈 성경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71쪽에 있는 글입니다.>
9 외아들을 바치는 믿음
소돔과 고모라가 유황과 불로 잿더미가 된 후 아브라함은 마무레에 친 천막을 걷어 바닷가 가까운 게랄에 옮겨 가서 살았다. 이 곳에서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아들을 낳았다. 이 때 처음으로 아들을 본 아브라함의 나이는 100살이요, 사라는 91살이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분부대로 아들의 이름을 이삭이라고 지었다. 이삭이란 '그가 웃다'란 뜻이다. 이 이름대로 이삭은 튼튼하고 착하게 자라면서 아브라함과 사라에게는 물론 온 동네 사람들에게 기쁜 웃음을 주는 귀염둥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삭이 어머니의 젖을 뗄 때는 아브라함이 동네 사람들을 모아 잔치까지 차렸다. 이삭이 어린 소년으로 자란 어느 날 아브라함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시려는 것이었다.
홀연히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어나라, 아브라함아, 산에 가서 제단을 쌓고 네 외아들을 번제로 드려라."
아브라함은 깜짝 놀랐다. 하나님의 음성은 다른 때보다 더욱 엄숙히 들려 왔다. 아무리 믿음이 강한 아브라함이지만 외아들인 이삭을 불로 태워 제사 드린다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었다. 아브라함은 슬픔을 참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침 동녘이 틀 무렵 아브라함은,
"이삭아! 이삭아!" 하고 아들을 불렀다. 이삭은 재빨리 뛰어나왔다.
"예,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이삭아! 오늘 모리아 산에 가서 번제를 드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다. 어서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떠나자."
아버지의 마음 속을 알 길이 없는 이삭은 그저 좋기만 했다.
아브라함은 제물을 태울 장작을 나귀에 싣고 이삭과 종 두 사람을 거느리고 떠났다. 사흘이나 걸려서 모리아 산 기슭에 다달았다. 이 곳에 이르자 아브라함은 두 종을 거기서 기다리게 하고 장작을 이삭의 등에 짊어지운 다음 자기는 칼과 불을 들고 이삭과 함께 제단이 있는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이삭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불과 나무는 있지만 제단에 바칠 염소는 어디에 있습니까?"
아브라함은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했다.
"이삭아, 제물은 하나님께서 마련해 두셨을 거야!"
산 위에 올라가서 돌로 제단을 쌓고 그 위에 장작을 올려놓은 다음 아브라함은 갑자기 어린 이삭에게 달려들어 이삭의 팔다리를 꽁꽁 묶은 다음에 제단 위에 올려 놓고 시퍼런 칼을 번쩍 쳐들었다.
이 순간 모리아 산이 울리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 왔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네 아들 이삭에게 손을 대지 말아라. 내 앞에서 네 외아들까지 아끼지 않는 네 믿음을 보았다!"
아브라함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이삭의 몸을 풀어 주었다. 그 때 아브라함은 한 숫양이 수풀에 뿔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아브라함은 그 숫양을 끌어다가 제단 위에 올려 놓고 번제를 드렸다.
아브라함의 종에게 물을 떠 주는 리브가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73쪽에 있는 글입니다.>
10 이삭의 아내
아브라함은 나이가 매우 많아졌다. 그리고 그의 아내 사라도 이제 세상을 떠버렸다. 모리아 산꼭대기 제단에 산 제물로 하나님께 바치려고 했던 이삭은 이제 청년이 되었다. 아브라함은 그 동안 하나님의 풍성한 축복을 받아 많은 재산을 모았다.
아브라함이 이제 할 일이란 이삭의 좋은 아내가 될 처녀를 구하여 장가를 들어 아버지의 뒤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브라함이 살고 있는 곳의 가난한 사람들은 돌과 나무로 만든 우상을 하나님 대신에 섬기는 사람들이었다.
아브라함은 그런 사람들의 딸을 이삭의 아내로 삼고 싶지 않았다. 아브라함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옛날 고향을 떠나올 때 도중 하란에서 떨어진 나홀이 생각났다. 그 나홀 집안의 딸들은 틀림없이 지금도 하나님을 섬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옳지 됐군."
아브라함은 자기 재산을 맡아 관리하고 있는 제일 나이 많은 종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자네, 내 아들의 아내 될 처녀를 가나안의 처녀 가운데서 구하지 말고 내 고향에 가서 내 친척 가운데서 구해 주게."
그러자 늙은 종이 말했다.
"예, 주인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뽑은 처녀가 이 땅으로 오기 싫다고 하면 그 때는 아드님을 거기로 데리고 갈까요?"
아브라함은 고개를 내저었다.
"내 아들을 데리고 갈 것까지는 없네. 아버지의 집에서 나를 이 땅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나와 나의 자손에게 이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으니까, 하나님께서는 그의 천사를 시켜 내 아들의 아내를 가르쳐 주실 거야. 그 처녀가 이 땅으로 오기 싫다고 하면 할 수 없지. 그러나 아들을 하란으로 데리고는 가지 말게."
종은 아브라함의 이런 분부를 받고 낙타 10마리를 선물로 가지고 길을 떠났다. 메소포타미아에서 하란에 다다른 때는 저녁 무렵이어서 여자들은 저녁밥을 마련하느라고 물동이를 이고 우물가로 한창 모여들 때였다.
아브라함의 종은 동구 밖 우물가에서 낙타를 쉬게 하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저를 도와 주십시오. 이제 여기에 물길러 오는 예쁜 처녀들이 모여들게 될 것입니다. 제가 그들을 향해 '당신의 물동이의 물을 마시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부탁을 할 때 물동이의 물을 나와 나의 낙타에게 마시게 하는 처녀가 이삭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택하신 처녀로 하여 주십시오."
아브라함의 종이 이 기도를 마치자 한 젊은 처녀가 왔다. 그 처녀는 리브가라고 하는데, 바로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손녀였다. 그는 물동이를 어깨에 얹고 있었는데, 매우 아리따운 처녀였다. 그 처녀가 물을 길어 가지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아브라함의 종이 그 처녀에게
"물을 좀 마시게 해 주세요." 하니까, 그 처녀는 선선히
"예! 얼마나 목이 마르시겠어요. 자, 마시세요." 하면서 물동이를 들어서 마시게 했다.
"그리고 참 낙타도 물을 마시게 해야지." 하고서 10마리의 낙타에게 다시 물을 길어다가 골고루 마시게 하는 것이 아닌가.
아브라함의 종의 마음 속에는 기쁨이 활짝 피어났다. 하나님께서 자기의 기도를 들어 주신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는 얼른 금으로 된 귀걸이와 역시 금으로 된 번쩍거리는 팔찌 두 개를 전대에서 꺼내 처녀에게 주며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처녀는 어느 댁 따님이신지, 오늘밤 댁에서 하룻밤 묵고 갈 수는 없겠는지요?"
처녀는 상냥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는 밀가와 나홀의 아들 브드엘의 딸입니다.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가십시오."
아브라함의 종은 땅바닥에 엎드려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 처녀는 먼저 집으로 뛰어가 방금 우물가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전했다. 리브가의 오빠 라반은 번쩍거리는 귀걸이와 팔찌를 보고 리브가의 이야기를 다 듣더니 얼른 뛰어나왔다. 낙타와 함께 한 늙은이가 우물가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라반은 공손하게 말했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이여! 얼른 우리 집으로 들어오십시오. 밖에 그렇게 서 계실 것이 아니라 어서 들어오십시오. 편히 주무실 방도 있습니다. 낙타들이 잠들 수 있는 외양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고마워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라반은 낙타 등의 짐을 부려 놓고 낙타에게 먹이까지 손수 먹여 주고 물을 떠 가지고 와서는 나그네의 발도 씻어 주었다.
라반의 집 사람들은 기름진 고기 음식을 차려 손님을 잘 대접했다. 아브라함의 종은 대접을 받고 나서는 자기가 찾아온 뜻을 털어 놓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예, 서슴치 마시고 얘기하십시오." 하고 라반이 말했다.
"나는 아브라함의 종입니다. 나는 하나님께 아브라함에게 복으로 내려 주신 외아들 이삭의 아내가 될 처녀를 구하러 이 곳까지 왔습니다. 마침 우물가에서 보니 댁의 처녀 리브가가 아브라함이 찾고 있는 이삭의 아내로 꼭 알맞습니다. 리브가를 아브라함에게 데려가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라반과 브드엘은 마음에 감동하여 말했다.
"이 일은 하나님이 정하신 일인 줄 압니다. 더 말할 필요 없이 리브가를 데리고 가서 이삭의 아내로 삼으십시오."
아브라함의 종은 이 허락을 받고 땅에 엎드려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그는 금과 은으로 만든 장식품과 고운 옷을 집에서 꺼내 리브가와 그의 오빠와 어머니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튿날 아침 아브라함의 종이 리브가를 데리고 곧 떠나겠다고 말하니까 리브가의 어머니는 아쉽고 쓸쓸한 생각이 들어
"한 열흘만 딸과 같이 있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하고 간절히 부탁했다. 그런데 리브가는 어머니의 이 말을 듣고
"아니예요, 어머니. 하나님의 뜻이니까 지금 떠나야 해요." 하고 말하였기 때문에 온 식구는 할 수 없이 리브가를 많은 축복 가운데 북쪽으로 떠나 보냈다.
리브가를 데리고 돌아가는 아브라함의 종
저녁 무렵 이삭은 조용한 생각에 잠겨 들판을 혼자 걷고 있었다. 리브가는 이삭을 보았다.
"저기 혼자 걷고 있는 분이 누구시죠?"
아브라함의 종이 대답하였다.
"그 분이 바로 이삭입니다."
이 말을 듣자 리브가는 낙타에서 내렸다, 그리고 너울로 얼굴을 가볍게 가렸다. 이삭은 하나님께서 정하여 준 리브가를 아내로 맞아들여 아브라함을 모시고 행복하게 살았다.
아브라함은 이삭과 리브가가 정답게 살아가는 것을 보다가 얼마 후에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 때 아브라함의 나이는 175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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