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레니(Guido Reni, 이탈리아) 가 그린 유화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92쪽에 있는 글입니다.>
13 요셉과 그 형제들
야곱은 부모가 사시던 가나안 땅에서 살고 있었다. 야곱에게는 모두 열두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 야곱은 그 중에서도 열한 번째 요셉, 열두 번째 베냐민을 특별히 더 사랑했다. 요셉과 베냐민은 야곱이 나이 많아 늙은 후에 낳은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운 빛깔과 예쁜 옷을 지어서 요셉에게만 입혔다.
그러나 요셉의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가 자기들은 제쳐놓고 요셉만 더 사랑하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한 나머지 요셉을 시기하기에 이르렀다. 형들이 자기를 미워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어느 날 요셉은 자기가 간밤에 본 꿈 이야기를 아버지와 어머니와 열 명의 형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형님들, 난 어젯밤에 참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우리들이 밭에서 곡식단을 묶고 있는데 이상한 일도 있지요. 내가 곡식단을 세워 놓으니까 형들의 곡식단이 내 곡식단을 빙 둘러 서서는 절을 하였지요."
이 이야기를 들은 형들은 어처구니도 없고, 화도 치밀어 마구 야단을 쳤다.
"아니 건방지게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럼 네가 우리를 다스리는 왕이 된다는 거냐? 조그만 것이 못하는 소리가 없군."
이래서 형들은 더욱 요셉을 미워하게 되었는데, 또 요셉은 새로 꾼 꿈 이야기를 온 식구 앞에서 말했다.
"난 또 이런 꿈도 꾸었지요. 해와 달과 그리고 열한 별이 내 앞에 꿇어앉아 절을 하지 않겠어요?"
이 번에는 아버지 야곱도 못 마땅한 듯 꾸짖었다.
"아니, 어머니 아버니, 그리고 형들도 네 앞에 절을 하게 된단 말이냐?"
그러면서도 야곱은 요셉의 꿈 이야기를 유심이 들었다. 이 꿈 이야기를 들은 다음 형들은 전보다 더 요셉을 시기하게 되었다. 형들이 세겜으로 양 떼를 몰고 나간 지 며칠 후였다. 야곱이 요셉을 불러 말했다.
"너 세겜에 가서 형들이 무사히 있는지 알아보고 와야겠다. 그리고 양들도 어떤지..."
요셉은 아버지의 분부대로 헤브론의 골짜기를 떠나 세겜으로 향했다. 세겜까지 갔으나 형들도 양 떼들도 없었다. 요셉이 빈 들에서 헤매고 있는데, 한 사람이 두리번거리고 있는 요셉에게 가까이 와서
"너 누굴 찾고 있구나." 하고 말을 건넸다. 요셉은 반색을 하면서 자기 형들과 양 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은 벌써 다른 데로 양을 몰고 갔어. 네 형들 중의 한 사람이 도단에라도 가볼까 하고 말했는데, 그리로 갔는지도 모르지." 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요셉은 다시 형들을 찾아서 걸어갔다. 넓은 들판 저쪽에서 형들이 양 떼와 함께 있는 것이 보이자 요셉은 반가와서
"형님! 형님!" 하고 소리쳤다. 형들은 요셉이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바라보면서
"얘, 저기서 소리치는 게 꿈장이 요셉 아니야?"
"맞았어. 맹랑한 소리만 하는 요셉이군."
"또 새 옷을 입었군."
"잘 됐어." 하고는 열 형제는 서로 눈을 꿈벅거리더니 그 중 한 형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아무도 없는 빈 들이니까 이 기회에 요셉을 없애버리자. 그리고 아버지 보고는 짐승한테 물려갔다고 하는 것이 어때?"
그러자 다른 형들도 모두 요셉을 죽이는데 찬성했다. 그 가운데 맏형 르우벤만이 손을 들어 반대했다.
"그건 안 돼. 피를 흘리는 일만은 안 돼. 아무리 배다른 동생이지만 밉다고 죽여서야 되나. 죽이지는 말고 이 빈 들의 우물 속에 빠뜨려 놓고 나오지 못하게 하자."
르우벤이 이렇게 말한 속 뜻은 우물 속에 요셉을 일단 넣었다가 아무도 없을 때 몰래 요셉을 구해 주려고 했던 것이다. 무서운 일을 형들이 꾸미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요셉은 형들이 있는 데로 숨이 차게 달려왔다.
"형! 아무 일도 없어? 나 아버지가 가 보라고 해서 왔어." 하고 반가운 얼굴이었으나 여러 형들은 사납게 바라보았다.
"이것 봐. 아버지가 또 내게 새 옷을 입혀 줬어!"
요셉이 이렇게 자랑스레 말할 때 여러 형들은 일제히 요셉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요셉이 자랑한 새 옷을 와락 벗기고는 우물 속에 던져 넣었다. 우물 속에는 마침 물이 없었다.
"사람 살려 줘!"
우물 속에 던져진 요셉은 발버둥을 치며 울면서 형들의 이름을 불렀다. 형들은 못 들은 체 하며 빵을 먹고 있었다. 그 때 길르앗에서 오는 이스라엘의 대상들이 낙타 등에 향료와 유향료와 몰약을 싣고 애굽으로 가고 있었다. 그 장삿꾼들을 본 유다가 말했다.
"동생을 죽이는 것은 너무 심한 것 같아. 아무래도 같은 피를 이어받지 않았니? 그보다는 저 이스마엘 사람에게 종으로 팔아 버리는 것이 좋겠다. 저 사람들이 애굽으로 데리고 갈 거야."
종으로 팔려가는 요셉
이렇게 유다가 말하자 다른 형제들도 유다의 의견을 따랐다. 요셉의 형들은 우물 속에서 요셉을 꺼내어 은 20개를 받고 이스마엘의 장삿군들에게 요셉을 팔아 버렸다. 어린 요셉은 울면서 장삿군들에게 끌려갔다.
그 때 마침 르우벤은 양을 지키느라고 그 자리에 없었다. 르우벤이 나중에 돌아와 보니 우물 속에 있을 줄 알았던 요셉이 어디 갔는지 없는 것이 아닌가! 르우벤은 그만 그 자리에서 자기 옷을 찢으며 울부짖었다.
다른 형들은 숫염소를 한 마리 죽여 그 염소의 붉은 피를 요셉이 입고 왔던 옷에 묻혔다. 그리고는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서 아버지 야곱에게 가서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우리들은 들에서 피묻은 이런 옷을 주웠습니다. 아무래도 요셉의 옷 같아서 주워 가지고 왔습니다. 자세히 보십시오."
아버지 야곱이 그 옷을 들고 보다가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 틀림없구나. 요셉의 옷이 틀림없다. 아! 내 요셉이 사나운 짐승에게 마구 찢겼구나!"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슬피 우는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들이 위로했으나 야곱은 베옷을 입고 탄식과 울음으로 나날을 보냈다. 애굽으로 끌려간 요셉은 애굽 왕 바로 밑의 높은 벼슬 자리에 있는 보디발 시위대장 집의 종으로 다시 팔렸다.
언제나 하나님께서는 요셉과 같이 계시면서 그를 도와 주셨기 때문에 얼마 있지 않아 요셉은 보디발 시위대장 집 온 식구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요셉은 자기 집 일처럼 집안 일을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돌보았을 뿐만 아니라, 요셉이 이 집에 온 다음부터는 재산이 날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셉과 늘 함께 계시는 하나님께서 요셉을 위하여 그 집과 밭의 곡식에 이르기까지 복을 내려 주신 것이다. 집 주인은 이러한 요셉을 더욱 사랑하고 그 집의 재산 전부를 관리하는 책임을 요셉에게 맡겼다. 요셉은 일을 잘하고 정직할 뿐만 아니라 아주 훤칠하게 잘 생긴 젊은이였다.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뮤릴로(Bartolome Esteban Murillo, 1617~1682, 스페인)가 그린 유화. 독일 카셀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주인의 아내도 요셉을 은근히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요셉은 주인의 아내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만 무안하고 원망을 품게 된 주인의 아내는 거꾸로 자기 남편에게 요셉을 나쁘게 말하여 모함을 했다. 주인은 아내의 말을 고지식하게 듣고 당장 요셉을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요셉과 같이 계시었기 때문에, 감옥지기는 요셉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나중에는 요셉에게 감옥의 모든 일을 감독 맡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이 마시는 술을 맡아 보는 관원과 떡을 맡아 보는 관원이 붙잡혀 요셉이 들어 있는 감옥에 들어왔다.
어느 날 밤, 이 두 관원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들은 둘 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짓고 있었다. 요셉이 궁금하여 물어 보았다.
"오늘 아침은 왜들 두 분의 얼굴이 그렇게 걱정스러운 얼굴이지요?"
"너무도 이상한 꿈을 꾸어서 풀어낼 수가 없군요."
"꿈을 풀 수 있는 분은 하나님뿐입니다. 어디 내가 풀어 드릴까요?"
요셉이 이렇게 말하자, 두 관원은 자기네가 꾼 꿈을 이야기했다.
"꿈 속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포도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그 포도나무에는 가지가 세 가닥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새 싹이 트고 꽃이 피고 곧 포도송이가 달렸습니다. 그 때 나는 왕의 술잔을 들고 있다가 포도송이로 술을 짜서 왕에게 술을 바쳤습니다."
두 관원에게 꿈을 풀이해 주는 요셉
요셉은 이 꿈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얼굴에 활짝 웃음을 머금으면서
"참 좋은 꿈입니다. 어디 당신의 꿈을 풀이해 드리지요. 세 가닥의 가지는 사흘 후를 말합니다. 이제 사흘만 지나면 왕께서는 당신을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 당신은 다시 그 손으로 왕께 술잔을 바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요셉의 꿈 풀이를 듣고 기뻐하는 그 관원에게 요셉은 자기가 감옥에 들어오게 된 내력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부탁하였다.
"당신이 이 곳에서 풀려 나가면 나를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왕께 여쭈어 나도 이 곳에서 풀려 나가도록 해 주세요. 나는 본래 히브리 사람인데, 이 곳에 팔려 온 몸입니다. 이 곳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엉뚱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갇힌 몸이 되었습니다."
"아무렴, 내가 나가면 당신을 돕고말고."
이 번에는 왕에게 떡을 빚어 드리는 관원이 자기 꿈 이야기를 했다.
"나도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나는 흰 떡이 담긴 세 개의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있었습니다. 제일 위의 광주리에는 왕께 대접하려던 구운 음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많은 새들이 그것을 죄다 먹어 버렸습니다."
이 꿈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요셉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 꿈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요셉은 기운을 내어 그 꿈을 풀이해 주었다.
"당신의 꿈의 뜻은 이렇습니다. 세 광주리는 사흘 후를 말합니다. 이제 사흘 후에 왕이 당신을 불러 목을 잘라 나무에 매어달 것입니다. 그러면 새들이 날아와서 당신의 살을 뜯어먹을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 관원은 요셉의 풀이를 듣고 힘없이 머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후 사흘이 지나자 그 날은 바로 왕의 생일날이어서 온 나라 안은 기쁜 잔치로 들끓었다. 그 때 왕이 감옥에 갇힌 두 관원을 불렀다. 요셉의 꿈풀이대로 포도송이에서 술을 짠 신하는 또 다시 왕에게 술을 바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광주리의 흰 떡을 새들이 날아와서 다 쪼아먹은 꿈을 꾼 신하는 꿈대로 나무에 매달려 새들의 밥이 되었다.
그런데 왕의 용서를 받은 사람은 요셉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바로 왕의 꿈을 풀이해 주는 요셉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110쪽에 있는 글입니다.>
14 바로 왕의 꿈
그로부터 만 5년이 지났다. 어느 날 밤이었다. 애굽의 바로 왕이 한 꿈을 꾸었다. 왕이 강가에 서 있으니까 7 마리의 살진 수소가 나일 강에서 올라와서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이 번에는 그 뒤를 따라 뼈가 앙상하게 보이는 야윈 일곱 마리의 소가 올라와서 강가에서 풀을 뜯고 있던 살진 소를 삽시간에 먹어버렸다.
왕은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어, 이상한 꿈도 있다."
다시 잠이 든 왕은 연달아 꿈을 꾸었다.
일곱 이삭의 보리가 났다. 그것은 보기에도 아주 탐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가냘픈 일곱 이삭이 나타나서는 먼저 나온 이삭을 삼켜버렸다.
왕은 번쩍 눈을 뜨자 이상하게 마음에 어두운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왕은 애굽의 유명하다는 모든 박사와 무당을 궁궐에 불러들여 자기가 꾼 꿈을 풀어 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왕의 이상한 꿈을 푸는 사람은 없었다.
그 때 이 이야기를 들은 술을 맡은 신하의 머리에 문득 전에 옥에 갇혔을 때 자기 꿈을 풀어 주던 요셉이 생각났다. 그는 얼른 왕에게 자기 꿈을 풀어 준 요셉의 이야기를 했다.
"전하, 제가 전하의 노여움을 사서 수위대장 집 옥에 갇혔을 때의 일입니다. 저와 떡을 맡은 신하는 각기 다른 꿈을 꾸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그 감옥에 있던 수위대장 집의 종 히브리 사람 젊은이가 저희 꿈을 풀었습니다. 저는 그 젊은이의 꿈풀이대로 복직이 되고, 떡을 받은 신하는 죽음을 당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신하를 시켜 요셉을 곧 옥에서 데려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요셉은 옥 중에서 자란 수염을 깎고 새 옷을 갈아입고서는 왕의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을 풀어내는 박사도 무당도 이 나라에는 없구나. 어디 네가 내 꿈을 풀어 보도록 해라." 하고 왕은 인자한 음성으로 분부하였다. 요셉은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전하! 제가 비록 어려운 꿈을 풀었다 해도 그것은 저의 힘으로 푸는 것이 아닙니다. 저와 같이 항상 계시는 하나님께서 저에게 꿈을 푸는 힘을 베풀어 주시는 것입니다. 황송하오나 전하께서 꾸신 꿈을 저에게 들려 주십시오."
왕은 자기가 꾼 꿈을 두 가지 다 요셉에게 들려 주었다. 요셉은 두 가지 꿈 이야기를 듣고 나서 서슴지 않고 풀이했다.
"그 두 가지 꿈은 같은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하시려는 일을 전하에게 보여 주신 것입니다. 일곱 마리의 살진 소와 실한 이삭은 7년의 풍년을 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일곱 마리의 야윈 소와 실하지 못한 일곱 이삭은 7년 동안의 가뭄을 뜻하는 것입니다.
제가 전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합니다. 이제 애굽에 7년 동안 계속하여 풍년을 베풀어 주시고, 계속하여 다음 7년 동안은 가뭄을 내리실 것입니다. 그 가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심한 것입니다.
두 번이나 똑같은 꿈을 전하께서 꾸셨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분명히 예정하신 것입니다. 이제부터 전하께서는 슬기로운 사람을 써서 그 사람에게 애굽 나라를 다스리게 하셔야 합니다.
그리하여 풍년이 든 7일 동안의 곡식 가운데서 5분의 1을 잘 장만해 두셨다가 나중에 일어나는 흉년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일어나는 가뭄으로 이 나라 사람들이 굶어 죽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다른 신하들과 함께 참 훌륭한 풀이라고 칭찬하면서 이 사람이야말로 하나님의 지혜를 가진 인물이며, 이 큰일을 맡아야 할 사람은 이 젊은이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왕이 요셉에게 말하였다.
"그대처럼 지혜롭고 생각이 깊은 사람은 없네. 제발 그대가 이 나라를 다스려 주게. 내 신하들도 모두 그대에게 복종할 걸세. 나는 왕이란 입장에서만 그대보다 위에 있을 뿐 이 애굽 나라를 죄다 맡아 지배할 권한을 그대에게 주겠네."
왕은 그 약속으로 자기 손의 금반지를 요셉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그리고 훌륭한 세마포로 지은 옷을 입히고 목에는 번쩍거리는 금으로 된 목걸이를 걸어 주고 자기의 수레를 타게 했다. 이렇게 하여 요셉은 애굽에서 왕 다음의 높은 벼슬 자리에 올라 앉게 되었다.
이 때 요셉의 나이는 서른 살이었다. 요셉은 애굽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이 사는 사정을 샅샅이 알아내어 훌륭하게 나라 일을 다스렸다. 과연 요셉이 바로 왕의 꿈을 풀이한 대로 7년 동안은 많은 곡식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 풍년이 들었다. 이 때 요셉은 곳곳에 창고를 짓고 많은 곡식을 사들였다.
뒤이어 7년 동안 가뭄이 계속되자, 애굽은 물론 그 이웃 나라까지 먹을 것이 없어 많은 사람이 굶주리게 되었다. 이 때 요셉은 그 동안 장만해 두었던 곡식들을 풀어내어 백성들을 먹여 살렸다. 이 소문이 이웃 나라에까지 퍼져 모두 애굽을 찾아 곡식을 사러 모여들었다.
곡식을 사러 온 요셉의 형제들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115쪽에 있는 글입니다.>
15 곡식 사러 온 형제들
야곱이 사는 가나안 땅에도 무서운 가뭄이 들었다. 가나안의 사람들은 모두 양식이 떨어져 굶어죽을 어려운 고비에 이르렀다. 그 때 애굽에서는 곡식을 팔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 왔다.
야곱이 아들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너희는 끼니가 떨어졌는데도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하니? 애굽에는 곡식이 많다고 하니 어서 가서 곡식을 사오도록 해라."
그리하여 요셉의 형제들은 나귀를 타고 곡식을 사러 애굽으로 갔다. 그러나 막내동이 베냐민만은 무슨 화라도 미칠까 하여 야곱이 가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열 형제만 떠났다.
야곱의 아들 열 사람이 애굽에 도착했다. 이 때 애굽에서는 외국인에게는 국무총리의 허락이 없이는 곡식을 팔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요셉의 앞에 이스라엘에서 온 열 사람이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요셉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으려다가 그만 놀라 버렸다. 엎드려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요셉의 형들이었다. 요셉을 애굽에다 팔아 버린 바로 그 형들이었다. 요셉은 놀라움을 참고 시치미를 뗀 채 물었다.
"너희는 어디서 온 사람이냐?"
열 명의 형들은 절을 하면서
"가뭄이 들어 곡식을 사러 가나안에서 온 사람입니다."
형들은 지금 자기네 앞에 앉아 있는 국무총리가 동생 요셉이라는 것을 알 까닭이 없었다. 요셉의 머리 속에는 전에 자기에게 절하던 별과 보릿단의 꿈이 번쩍 스쳐갔다.
요셉은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는 염탐꾼이 아니냐? 이 나라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온 거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는 단지 식량이 떨어져 곡식을 사러 온 사람입니다. 우리들은 정직한 사람입니다."
"아니야, 너희는 이 나라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온 스파이야!"
열 사람의 형제의 얼굴에는 핏기가 가셔 버렸다.
"우리들은 본래 열두 형제로서 가나안에 살고 있습니다. 형제 중 하나는 이미 죽고 막내동이는 아버지와 같이 지금 집에 있습니다."
열 형제는 떨면서 이렇게 말했다. 요셉은 샅샅이 가나안 집의 사정을 캐묻다가
"그렇다면 너희 말이 사실인가 아닌가 알아보자. 너희 중의 아홉 사람이 이 곳에 남고, 한 사람이 가나안에 가서 막내동생을 데리고 오도록 해라. 그 때까지 다른 형제들을 내가 감옥에 가두어 두어야 하겠다. 만약 막내동생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너희는 틀림없이 스파이일 것이다."
요셉은 이렇게 말하고는 열 사람을 사흘 동안 가두어 버렸다. 사흘 후 요셉은 다시 열 사람을 불러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다. 그러기 때문에 공연하게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 사흘 전에는 아홉 사람이 남고 한 사람이 가서 너희의 막내동생을 데리고 오라고 했으나, 그것은 너무 심한 것 같다. 한 사람만 이 곳에 남고 아홉 사람은 곡식을 가지고 가서 먼저 식구들을 굶주림에서 구한 다음 막내동생을 데리고 오너라. 그리하면 나는 너희를 믿을 수 있을 것이다."
형제들은 서로 깊이 뉘우치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들이 옛날 요셉에게 사람으로서는 못할 짓을 했더니 이런 벌을 애굽에 와서 받게 되었구나!"
"아! 그 때 어린 요셉이 발버둥을 치면서 살려 달라고 할 때 용서해 줄 것을, 요셉의 피값을 이렇게 받게 되는구나!"
열 형제들은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서로 말했다.
열 사람은 자기네가 말하는 것을 애굽의 국무총리가 알아듣지 못할 줄로 알았다. 그것은 이 때까지 통역을 가운데 두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셉은 자기 형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형제로서의 정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요셉은 울음이 터져나와 그만 방을 뛰어나가서 다른 방에서 한참 동안 울고 나왔다. 눈물을 닦고 다시 들어온 요셉은 신하에게 명령하여 형제들 가운데 시므온을 묶어 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아홉 형제에게는 각기 부대 가득히 곡식을 넣어 주고, 그들이 곡식값으로 가지고 온 돈도 부대 속에 넣어서 가나안으로 돌려 보냈다. 아홉 형제는 곡식 부대를 나귀에 싣고 돌아가다가 주막 집에서 짐을 풀어 보았다. 아홉 형제는 자기네가 가지고 간 돈이 도로 넣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함께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나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야곱에게 돌아온 아홉 형제는 그 동안에 일어난 일을 다 말씀 드렸다. 야곱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일찌기 요셉을 잃고 이 번에는 베냐민까지 내게서 빼앗아 가다니 안 될 말이지. 그런데 애굽에 갇혀 있는 시므온은 어떻게 한담?"
르우벤이 간곡하게 말했다.
"아버지, 제가 베냐민을 다시 데리고 못 온다면 저의 두 자식을 죽여도 좋습니다. 베냐민을 제게 맡기십시오. 꼭 아버지의 품으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야곱은 머리를 흔들었다.
"안 된다니까. 네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돼. 베냐민만은 내놓을 수가 없어. 그의 형을 죽이고 이 번에 또 무슨 화를 베냐민이 입을 줄 알아! 베냐민에게 만약 불행한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나는 이 흰머리로 탄식하면서 저 세상을 가게 되는 거야."
아홉 형제는 아버지 야곱 앞에서 그대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가뭄은 더욱 계속되었다. 애굽에서 가지고 온 곡식들도 이제는 바닥이 났다. 야곱은 아들들에게 분부했다.
"먹을 양식이 다 떨어졌다. 한 번 더 애굽에 가서 곡식을 사오도록 해라."
유다가 아버지에게 다시 간청을 했다.
"아버지, 먼젓번 말씀드린 대로 막내동생을 데리고 갈 수만 있다면 곡식을 사 올 수 있습니다. 만일 그대로 우리들이 간다면 우리들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되고 염탐꾼으로 몰려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야곱은 버럭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너희는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느냐? 공연히 동생이 있다고 하여 나를 이다지도 괴롭히는 것이냐?"
"아닙니다. 우리들이 먼저 말한 것이 아니라, 그 분이 여러 가지로 우리 집 형편을 물으면서 아버지께서는 아직 살아 계시냐, 동생이 또 있느냐 묻기에 정직하게 대답을 하다가 보니까 동생을 데리고 오라고 그 분이 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유다는 다시 한 번 야곱에게 간곡히 청을 드렸다.
"아버지, 베냐민을 데리고 가게 해 주십시오. 벌써 끼니가 떨어져 우리 식구들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베냐민을 다시 아버지의 품으로 데리고 오지 못할 때는 그 죄를 제가 영원히 받겠습니다."
이제는 할 수가 없었다. 야곱은 눈물을 흘리면서 베냐민을 데리고 갈 것을 허락했다.
"꼭 베냐민을 데리고 가려거든 데리고 가거라. 그러나 갈 때 부대 속에 꿀과 향료를 넣어 그 분에게 예물로 드려라. 그리고 먼젓번 부대 속에 들어 있던 돈은 갑절로 하여 돌려 드리도록 해라. 어떻게 잘못되어 너희 부대 속에 넣은 것 같다."
야곱은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전능하신 하나님! 베냐민과 시므온, 그리고 그의 형제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요셉의 형제들은 많은 예물과 돈을 가지고 베냐민과 함께 애굽으로 다시 떠났다
베냐민의 짐에서 은잔을 발견한 형제들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117쪽에 있는 글입니다.
16 은잔
요셉은 가나안으로 돌려 보냈던 자기 형들이 약속한 대로 베냐민을 데리고 온 것을 알자 그 부하 관원에게 일렀다.
"저 가나안 사람들을 집으로 모셔라. 그리고 양을 잡아 점심을 잘 차리도록 해라. 나하고 같이 점심을 할 테니."
관원은 가나안에서 온 사람들을 요셉의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인도했다. 그러나 요셉의 형제들의 마음에는 덜컥 걱정부터 생겼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먼젓번 부대 속에 든 돈 때문에 우리들을 이 곳으로 끌고 온 게 틀림없다. 이 사람들은 우리들을 종으로 잡아 두려나 보다." 하는 생각이었다.
막 대문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 요셉의 형제들은 관원을 붙잡고 애걸을 하였다.
"관원님! 우리는 잘못한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굶주리다 못해 곡식을 사러 온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에는 곡식을 사 가지고 돌아가다 짐을 풀어 보니까 부대마다 돈이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들은 지금 그 돈을 도로 가져왔습니다. 또 새로 살 곡식 값도 치르고 가겠습니다."
관원은 빙긋이 웃으면서
"걱정할 것 없소. 당신네 하나님께서 그 돈을 부대 속에 넣으신 것이오. 당신네들이 치른 곡식 값은 분명히 내가 받았소."
이렇게 그들의 마음을 놓이게 한 다음 그 동안 가두어 두었던 시므온을 그의 형제들 앞으로 데려오고 발을 씻겨 주고 그들의 나귀에까지 먹이를 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이제 국무총리와 점심을 같이 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알려 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요셉에게 드릴 예물을 꺼내느라고 서둘렀다.
요셉이 집으로 오자, 형제들은 자기 나라에서 가지고 온 예물을 바치고 땅에 엎드려 절을 했다. 요셉은 형제들이 모두 무사한가를 물은 다음
"가만 있자, 그대들은 늙으신 부친이 계시다고 했지, 아직 안녕하신가?" 하고 물었다.
형제들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면서
"네, 국무총리 각하께서 베푸신 은덕으로 편히 계십니다."
요셉은 이 번에는 거기에 있는 같은 어머니의 동생 베냐민을 보면서 말했다.
"이 소년이 막내동생인가? 하나님께서 복을 내려 주시도록!"
이렇게 말하는 요셉의 가슴은 메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울음이 왈칵 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참을 수가 없어 요셉은 안방으로 들어가서 한참 울고 얼굴을 닦고 나왔다. 그리고는
"자, 먼 길을 오느라고 시장할 텐데 식사를 하지." 하고 말했다.
모두 식사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요셉의 형제들과 애굽 사람들은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이 나라 풍속에는 애굽 사람과 히브리 사람은 같이 앉아 식사를 하는 법이 없었던 것이다.
요셉은 그 형제들을 맨 맏형부터 차례대로 앉혔다. 요셉의 형제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자기네 형제들을 다 알고 있을까? 요셉은 자기 음식을 형제들에게 가지고 가도록 했는데, 유난히 베냐민 앞에는 다른 형제들보다 다섯 갑절이나 많이 차려 놓게 했다.
모두 다 배부르게, 그리고 즐겁게 먹고 난 다음, 요셉은 관원에게 분부했다.
"이 사람들의 부대마다 넘쳐나도록 곡식을 넣어 주고 돈도 넣어서 보내라. 그리고 지금 내가 마신 은잔을 제일 막내동이의 부대 속에 곡식값과 함께 넣도록 해라."
관원은 영문도 모르고 요셉이 분부한 대로 했다.
이튿날 아침 가나안에서 온 요셉의 형제들은 기쁜 마음으로 떠났다. 그 형제들이 곡식부대를 나귀에 싣고 성문을 빠져 그리 멀리 가지 않았을 때 요셉은 다시 관원을 불러들였다.
"빨리 그 가나안 사람들의 뒤를 쫓아가서 붙잡아라. 그리고 '왜 너희는 우리가 융숭하게 대접을 해 주었는데, 그 은혜를 모르고 내가 예언을 할 때 쓰는 은으로 된 술잔을 훔쳤느냐?'고 묻고, 다시 잡아오너라!"
관원은 요셉의 명령대로 뒤쫓아가서 요셉의 형제들에게 호령을 했다.
"배은망덕한 놈들, 그대들은 어찌하여 우리 국무총리 각하의 애지중지하는 귀한 술잔을 훔쳤느냐?"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요셉의 형제들은 모기 소리만한 소리로
"술잔이라니요?" 라고 되물었다.
"우리 국무총리 각하께서 예언을 하실 때마다 쓰시는 은으로 된 술잔이야. 그대들이 떠나자 그 술잔도 없어졌단 말이야."
요셉의 열한 형제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핏기가 없어졌다. 온 몸이 떨리고 목소리마저 떨렸다.
"관원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까닭을 우리들은 모르겠습니다. 전에도 우리들은 부대 속에 들어 있는 돈은 가나안에서 도로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찌 우리가 물건을 훔쳤겠습니까? 우리들의 짐 속에 그 술잔이 있으면 그 집을 가진 사람을 죽이고 그 밖의 사람들을 종으로 삼으십시오."
"아뭏든 찾아 보자. 술잔을 가지고 있는 놈은 우리 종이 되는 것이다. 그 밖의 사람은 죄가 없다."
모두 자기가 가진 곡식부대를 풀었다. 관원은 제일 나이 많은 형의 부대서부터 차례로 술잔을 찾았다. 그러자 나중에 뒤져 본 막내동생 베냐민의 부대 속에서 은빛의 술잔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요셉의 형제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며 자기 옷을 마구 찢으면서 발버둥을 쳤다. 할 수 없이 나귀에 곡식 부대를 싣고 요셉의 저택으로 되돌아왔다. 열한 형제는 힘없이 요셉의 저택 마당에 머리를 조아리면서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위엄과 분노에 찬 요셉의 음성이 사방을 쩌렁쩌렁 울리면서, 조아리고 있는 열한 형제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도대체 이런 무엄한 짓이 어디 있느냐?"
유다가 머리도 들지 못하고 말했다.
"각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되어서... 그러나 이 죄의 벌을 우리 모두가 종이 되어 달게 받겠습니다."
요셉은 머리를 내저었다.
"안 될 말! 나의 하나님은 그렇게 하기를 원하시지 않는다. 나의 술잔을 훔친 사람만이 종이 되면 된다. 그 다음 사람들은 모두 고국으로 돌아가라."
요셉은 일찌기 자기를 애굽의 장사꾼들에게 팔아버린 형들의 마음을 한 번 떠 본 것이다.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각하!"
유다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십시오. 총리 각하! 만일 우리 막내동생 베냐민 바로 위에 요셉이란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을 잃은 다음에는 우리 아버지께서는 베냐민을 자기 목숨이나 다름 없이 사랑하고 계십니다.
이 번에도 각하께서 막내동생 베냐민을 데려와야 한다 하실 때, 먼 길에 요셉처럼 될까싶어 아버지께서는 베냐민을 내놓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것을 우리 형제 모두가 생명을 걸고 데리고 오겠다고 굳은 맹세를 했던 것입니다.
총리 각하, 우리 사정을 굽어 살펴 주십시오. 베냐민을 남겨 놓고 간다면 우리 아버지께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돌아가실 것입니다. 차라리 저를 종으로 잡아 두시고 다른 형들과 함께 베냐민을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요셉은 유다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에 두 눈이 뜨거워졌다. 마구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요셉은 가까스로 참다가 곁에 있던 애굽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요셉은 고향의 말로
"형님들, 내가 요셉입니다. 아버지는 편안하십니까?" 하고 커다랗게 울음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요셉의 형제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입만 벌리고 있다가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동생 요셉의 모습이 틀림없는 것을 알자 그만 두려움으로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형님네들, 좀더 이리 가까이 오십시오. 내가 틀림없이 애굽에 팔린 요셉입니다. 나를 애굽으로 팔았다고 내가 그 원수를 갚지는 않겠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목숨을 굶주림에서 구하시려고 하나님께서 먼저 나를 이 곳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지금까지 2년 동안 가뭄이 들었으나 앞으로도 5년 동안은 추수도 못하게 됩니다. 이 곳으로 나를 보내신 이는 형님들이 아니고 사실은 하나님이십니다. 형님네들, 빨리 아버지에게 돌아가셔서 나의 뜻을 전하여 주십시오.
하나님의 은혜로 애굽의 국무총리가 된 요셉이, 아버지와 형님네들과 온 식구들과 함께 양과 소 떼를 모두 이끌고 모두 이리로 이사와서 내 곁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전해 주십시오.
내가 모든 힘을 기울여 여러분을 잘 살게 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은 가뭄이 더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는 틀림없이 형님네들의 동생입니다. 애굽에 와서 보신 것을 다 아버지께 말씀 드리십시오."
베냐민을 만난 요셉
이 말을 끝마치자 요셉은 자기 친동생 베냐민을 껴안고 몹시 울었다. 요셉의 형제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요셉의 형제들이 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애굽 안에 퍼졌다. 왕도 신하들도 다 같이 기뻐했다. 왕은 요셉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셉 총리! 그대의 형제들에게 빨리 가나안에 돌아가서 아버지와 가족들을 이 곳으로 데리고 오도록 하시오. 애굽에서 제일 좋은 땅에서 살게 하고 애굽에서 제일 맛있는 것을 대접해 드리도록 하시오. 그리고 어린애들과 여자들을 위하여 애굽에서 수레를 보내어 아버지를 함께 모시고 오도록 하시오. 재산 같은 것은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고 와도 좋소. 애굽의 훌륭한 것을 모두 드리겠다고 전하시오."
요셉은 형제들에게 수레와 먹을 것과 옷 한 벌씩을 내 주었다. 그 밖에도 요셉은 아버지를 위하여 나귀와 곡식과 빵과 고기를 가져가게 했다.
가나안에 돌아온 열한 명의 아들로부터 요셉이 애굽의 국무총리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야곱은 처음에는 꿈인 줄로만 알고 믿지 않았다.
야곱은 요셉이 자기를 위하여 보낸 수레를 보고 나서야 기운이 나서
"내 아들이 지금도 살아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만족하다. 내가 죽기 전에 빨리 가서 만나 보아야겠다." 하고 말했다.
야곱은 가족을 데리고 곧 머나먼 애굽을 향하여 떠났다.
그리하여 요셉 때 꾸었던 보릿단과 해와 달, 별들이 요셉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던 꿈이 사실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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