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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성경

에서와 야곱

by 은총가득 2020. 8. 26.

팥죽과 장자의 권리를 바꾸는 에서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77쪽에 있는 글입니다.>

 

11 에서와 야곱

 

이삭이 60살이 되었을 때였다. 그 해는 아내 리브가가 이삭과 결혼한 지 20년이 되던 해였는데, 리브가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아들 쌍동이를 낳았다. 그래서 이 쌍동이 형제 중에서 형을 에서라 하고 동생을 야곱이라고 했다.

쌍동이지만 에서와 야곱의 모습은 아주 달랐다. 형 에서의 온 몸에는 붉은 빛깔의 털이 나 있었고, 야곱은 매끈매끈한 살결이었다. 그들은 자랄수록 성격도 아주 딴판이었다. 에서는 집에 있기보다는 활과 창을 가지고 들에 나가 사냥하기를 좋아했고, 얌전하고 조용한 성미의 동생 야곱은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집안 살림을 돌보기를 좋아했다.

사슴 고기를 즐기는 아버지 이삭은 자연히 사냥을 잘하는 아들 에서에게 더 정이 쏠리고, 이와 반대로 어머니 리브가는 자기 곁에서 집안 살림을 같이 돌보아 주는 야곱을 더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형 에서는 활을 메고 들에서 사냥을 하느라 뛰어다니다가 기진맥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마침 야곱은 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서리는 팥죽을 쑤고 있었다.

배고 고파 쓰러질 지경인 에서의 코를 팥죽의 향기가 콕 쏘았다.

"야곱아, 난 지금 배가 고파 기운이 하나도 없구나. 네가 쑤고 있는 그 팥죽을 좀 주련?"

"흥, 형님도. 내가 먹으려고 맛있게 쑤어 놓은 건데!"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야곱은 빤히 에서를 쳐다보았다.

"형, 그런데 형님의 권리를 나한테 넘겨 주면 이 팥죽을 드셔도 좋아!"

"뭐라고? 형님의 권리? 그게 뭐지?'

"아, 형님, 그것도 몰라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아버지의 모든 것을 물려받는 권리 말이어요."

"응, 그런 것, 네가 갖고 싶다고 하면 주지. 그 대신 그 팥죽이나 빨리 줘!"

"정말이죠, 형님? 팥죽을 드리지요. 그럼 이제부터는 형님의 권리는 내 차지가 됐어요!"

배가 고픈 형 에서는 얼떨결에 팥죽 한 그릇에 맏아들이 물려받을 권리를 동생 야곱한테 넘겨버리고 말았다.

어느덧 이삭은 나이가 많아 눈이 침침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자기 대를 물려줄 때가 왔다고 생각하여 맏아들 에서를 불렀다.

"에서야, 나는 이젠 아주 늙었다.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모를 나이가 되었다. 에서야, 활과 창을 들고 나가 내가 늘 좋아하는 사슴 한 마리를 잡아다가 요리를 만들어 다오. 내가 죽기 전에 네게 복을 빌어 주마."

리브가가 이 말을 몰래 엿듣고 있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에서는 활과 창을 들고 들로 나갔다.

그 사이에 리브가는 야곱을 불러 말했다.

"야곱아, 나는 네 아버지가 에서에게 한 말을 들었다. 사슴을 잡아다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 죽기 전에 하나님 앞에 에서를 위하여 복을 빌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너는 내 말대로 빨리 서두르도록 해라. 저 양 떼 속에서 새끼 염소 두 마리를 에서가 돌아오기 전에 잡아 오너라. 그러면 내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 테니 너는 그 요리를 아버지께 대접을 해라. 그러면 아버지는 네가 에서인 줄 알고 맏아들에게 줄 복을 하나님께 빌어 주실 것이다."

야곱이 머리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렇지만 어머니, 형님은 몸에 털이 나 있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몸을 만지시면 금방 아실 텐데, 아버지를 속이다가 복은 커녕 저주라도 받으면 큰 일입니다."

"그건 문제 없다."

어머니 리브가가 말하였다.

"저주를 내리시면 그 저주는 내가 받으마. 빨리 새끼 염소나 끌고 오너라. 내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 테니까." 하고 재촉을 하였다.

야곱은 들에 나가 새끼 염소를 끌고 왔다. 리브가는 이삭의 식성을 잘 알기 때문에 그의 입에 맞도록 요리를 맛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리브가는 에서의 제일 좋은 옷을 꺼내다가 야곱에게 입히고 매끈매끈한 야곱의 손과 목덜미에는 양의 가죽으로 씌우고 음식상을 들려 이삭에게 보냈다.

"아버지" 하고 야곱이 은근히 불렀다.

"넌 누구지?" 하고 눈이 먼 아버지가 되물었다.

"전 맏아들 에서입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음식을 차려 왔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사슴의 요리를 잡수어 주십시오. 그리고 나를 위하여 빌어 주시겠다고 하신 복을 빌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삭은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다시 물었다.

"아니, 어느새 들에 나가 사슴을 잡았지?"

"아버지께서 섬기시는 하나님이 얼른 사슴을 잡도록 하여 주셨습니다."

야곱이 이렇게 대답을 했으나, 이삭은 여전히 미심쩍어 하면서

"내 아들아, 이리 가까이 오너라. 네가 과연 내 아들 에서인지 아닌지 내가 너를 만져 봐야겠다."

야곱이 할 수 없이 아버지의 앞으로 바짝 가까이 다가앉으니 아버지는 야곱의 손목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목소리는 야곱의 목소리인데 손은 에서의 손이구나."

이삭은 야곱의 손에 털을 씌운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이삭은 다시 한 번 물었다.

"너는 틀림없이 에서냐?"

"네, 저는 에서가 틀림 없습니다."

"자, 그럼 사슴을 잡아 만든 요리를 이리 가져오너라. 음식을 먹으면서 복을 빌어 주마."

야곱은 아버지 앞에 음식상과 포도주를 갖다 놓았다.

 

야곱에게 축복하는 이삭

 

아버지는 야곱에게 다시 말했다.

"자, 이리 가까이 와서 내게 입을 맞추어라."

야곱은 아버지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삭은 야곱이 입은 에서의 옷 냄새를 맡으면서 야곱에게 복을 빌어 주었다.

'내 아들의 향기는

야훼께서 복을 내리신 들의 향기다.

하나님께서 하늘의 이슬과 기름진 땅과 많은 곡식과

새 포도주를 네게 주시기를 빈다.

모든 나라의 백성이 너를 섬기고

모든 나라가 네 앞에 꿇어앉을 것이다.

너는 형제들의 으뜸이 되고,

너의 어머니가 낳은 다른 아들이

네 앞에 꿇어앉을 것이다.

너를 저주하는 사람은 도로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사람은 축복받기를 바란다.'

야곱이 감쪽같이 에서가 받아야 할 축복을 받고 물러나오자 에서가 땀을 씻으면서 사냥에서 돌아왔다. 그 동안에 생긴 일을 까마득히 모르는 에서는 부랴부랴 서둘러 요리를 만들어 가지고 아버지 앞으로 갔다.

"아버지,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사슴을 잡아다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맛있게 잡수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의 손으로 나에게 복을 빌어 주십시오."

아버지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입니다." 하고 대답을 하니까 이삭은 부들부들 온 몸을 떨었다.

"조금 전에 사슴 요리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서 복을 받아간 사람은 도대체 누구냐? 그에게 모든 복을 다 빌어 주고 말았는데, 그가 야곱임에 틀림이 없구나."

에서는 아버지의 이 말씀을 듣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버지, 제게도 복을 빌어 주십시오."

그러나 이삭은 머리를 흔들었다.

"네 동생이 이미 와서 네 복을 다 빼앗아가고 말았다."

에서는 간사스러운 야곱에 대한 미움에 치가 떨리기까지 했다.

"그 놈은 이 번이 두 번째입니다. 전에는 나의 맏이로서의 권리를 팥죽 한 그릇에 빼앗고, 이 번에는 내게 내릴 복까지 앗아갔군요. 아, 괘씸한 녀석! 아버지, 저를 위하여 조그마한 복도 남겨 두지 않으셨습니까?

이삭은 울면서 말했다.

"이젠 야곱이 네 주인이 되었다. 형제들도 야곱을 섬기게 되었다. 곡식도 포도주도 야곱에게 주었다. 에서야, 내가 너를 위하여 빌어 줄 복이 하나도 없구나."

이 말을 들은 에서는 풀이 죽어서 그 자리를 물러나왔다. 자기 복을 빼앗아간 야곱에 대하여 미움으로 불타는 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 앞에서 야곱을 벼르는 말을 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다음 그 때 야곱을 죽여버려야지."

리브가는 에서의 이 결심을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알아차렸다.

"야곱아, 형은 원수를 갚으려고 너를 죽이겠다고 벼르고 있단다. 넌 빨리 하란에 계신 네 외삼촌에게 피신을 해라. 네 형의 마음이 풀리면 내가 그 때 알려 주마."

할 수 없이 야곱은 집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삭은 떠나는 야곱에게 다시 이렇게 복을 빌어 주었다.

"너는 가나안의 딸을 아내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 밧단아람에 있는 외할아버지 집에 가서 그 곳에서 네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얻어라. 하나님께서 너를 축복하여 너의 할아버지에게 주신 땅을 물려 받도록 해라."

 

야곱의 꿈,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9~1827, 영국)가 그린 수채화. 런던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82쪽에 있는 글입니다.>

 

12 야곱의 도망과 꿈

 

야곱의 도망

 

야곱은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을 향해 북쪽으로 갔다. 빈 들에서 해가 저물었다. 잠잘 곳이 없는 야곱은 그대로 빈 들에서 차가운 돌을 베개로 삼고 이슬을 맞으면서 잘 수밖에 없었다.

먼 길을 걸어온 야곱이 고단하게 잠이 들었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야곱이 베고 있는 베개 곁에서부터 하늘까지 사닥다리가 놓여졌다. 그리고 그 위를 눈빛깔 같은 흰옷을 너울거리면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가운데 그 사닥다리 위에는 하나님이 서 계셨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곱아, 나는 너의 조상 아브라함과 너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이다. 네가 지금 누워 있는 땅을 너와 너의 자손에게 주겠다. 너의 자손은 모래알처럼 불어나 동서남북 세계 어느 곳에나 퍼져나가 너와 너의 자손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이 복을 받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너와 같이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고 다시 이 곳으로 데려다 주마. 나는 이 약속이 이루어질 때까지 네 곁에서 떠나지 않겠다.

이 놀라운 말씀에 야곱은 눈을 번쩍 떴다.

'하나님이 이런 곳에도 계신 줄은 전혀 몰랐구나. 이 곳은 분명히 하나님의 집이며 하늘 나라의 문이다.'

이렇게 생각한 야곱은 아침 일찍 일어나자 자기가 베개로 삼았던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기름을 부은 다음 그 자리를 벧엘이라고 했다. 벧엘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이다.

야곱은 다시 하늘을 우러러보며 굳게 맹세했다.

"만일 하나님이 저와 함께 계시면서 저의 길을 지키시고 제가 먹을 양식과 입을 옷을 주시고, 제가 평안히 아버지의 집에 돌아가게 하여 주시면 그때야말로 당신을 저의 하나님으로 섬기겠습니다. 제가 기둥 대신에 세운 이 돌을 하나님의 전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제게 베풀어 주시는 것 가운데서 10분의 1을 틀림없이 하나님께 바치겠습니다."

야곱은 다시 계속하여 길을 걸었다. 멀리 동쪽 땅에 닿았을 때 보니 우물이 한 군데 있고, 그 둘레에서는 양 떼들이 세 무리로 흩어져 풀을 뜯고 있었다. 그 우물은 양 떼들이 마시는 우물이었는데, 돌로 만든 커다란 뚜껑이 덮여 있었다.

 

라헬을 만난 야곱

 

야곱은 그 곳에 서 있는 양치는 목자 곁으로 가서 물었다.

"혹시 나홀의 손자 라반을 아십니까?" 하고 라반의 집안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니가 그 목자는 양 떼를 몰고 오는 처녀를 가리키면서

"저기 양 떼를 몰고 오는 저 처녀가 바로 라반의 딸 라헬이오." 하고 대답했다. 야곱은 이 말을 듣고 얼른 우물을 덮은 뚜껑을 열고 라헬이 데리고 온 양에게 물을 먹였다. 그리고 라헬에게 입을 맞춘 다음 야곱은 소리내어 울면서

"나는 당신의 아버지의 조카뻘이 되는데, 바로 리브가의 아들입니다." 하고 말하니까, 라헬은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어쩔 줄을 모르다가 그대로 아버지에게 뛰어가 알렸다. 이 소식을 듣고 허둥지둥 달려온 라반은 야곱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야곱은 외삼촌의 집을 찾아오게 된 곡절을 말했다. 라반은 이 말을 듣고

"자네는 틀림없이 내 생질이다." 하면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야곱은 한 달 가량 외삼촌 집에서 양치는 일을 보아 주면서 있으니까 라반이 하루는 야곱을 불러 말했다.

"자네가 아무리 나의 친척이라도 공으로는 일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자네가 일한 만큼의 삯을 줄 테니 서슴치 말고 자네 생각을 말해 보게."

그 때 야곱은 자기 마음 속의 생각을 털어놓고 말하였다.

라반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큰 딸의 이름은 레아, 우물가에서 처음 만난 작은 딸의 이름은 라헬이었다. 큰 딸 레아의 얼굴은 별로 잘 생기지 못했으나 라헬은 아리따운 처녀로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야곱은 마음 속으로 은근히 라헬을 사랑하고 있었다. 야곱은 솔직하게 말했다.

"앞으로 7년 동안 외삼촌을 위하여 일할 테니 7년이 되면 라헬에게 장가들게 해 주십시오."

라반은 기꺼이 승낙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다른 사람에게 시집 보내기보다는 자네에게 시집 보내는 것이 마음 든든하다. 자, 그럼 나하고 같이 일해 주게."

야곱은 7년 동안 라헬을 위하여 열심히 라반의 집에서 일했다. 사랑하는 라헬을 위해서라면 7년이란 세월도 그리 길어 보이지 않았고 며칠 동안같이만 생각되었다.

7년이 지나자, 야곱은 라반에게 찾아가서 말했다.

"외삼촌, 7년이 약속한 대로 다 찼습니다. 이젠 라헬에게 장가들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라반은 맛있는 술과 음식을 차려 야곱과 라헬의 혼인 잔치를 차렸다. 어둠이 덮이고 밤이 되어 서로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라반은 라헬 대신에 그의 언니 레아를 신부로 차려입혀서 야곱의 방에 들여보냈다.

이튿날 아침, 야곱은 라헬과 결혼한 줄만 알고 있었는데, 자기에게 시집 온 여자는 아리따운 라헬이 아니라 못생긴 큰 딸 레아인 것을 알아차렸다.

그 때서야 야곱은 자기 외삼촌에게 속은 것을 알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그 길로 외삼촌 라반이 있는 천막으로 달려가서 따졌다.

"외삼촌, 이런 속임수가 어디 있습니까? 내가 7년 동안 열심히 일한 것은 라헬 때문이지, 레아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데 외삼촌은 어젯밤 큰 딸 레아를 나한테 보내셨으니 그게 무슨 일입니까?"

"야곱아, 내 말을 들어라. 이 나라의 풍속으로는 언니보다 동생이 먼저 시집 가는 법이 없다. 그러나 자네가 다시 7년 동안 일한다면 라헬을 자네에게 주겠네." 하고 라반이 말했다. 그 때 당시 풍속으로는 아내가 여러 사람 있어도 나쁜 일로 생각지 않고 있었다.

야곱은 다시 7년 동안 라헬을 아내로 얻으려고 열심히 일했다. 약속한 7년이 지난 다음에 라헬을 아내로 맞이했다.

그런데 레아는 많은 아들을 낳았는데도 라헬은 아들을 낳지 못했다. 그래서 라헬이 몹시 마음으로 슬퍼하는 것을 아신 하나님께서는 라헬에게도 아들을 낳게 하셨다.

 

라반의 양 떼를 치면서 야곱이 이룬 가족들

 

그 아들이 요셉이었다. 야곱이 라반의 집에서 일한 20여 년 동안 그의 가축과 종들이 자꾸 불어났다. 이것을 시기한 라반의 아들들은 야곱이 재산을 훔쳤기 때문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몹시 야곱을 미워하였다. 이 눈치를 야곱도 알아차렸을 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

"야곱아, 너의 조상의 땅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이 말씀을 들은 야곱은 용기가 나서 라헬과 레아를 양 떼들이 있는 들판으로 불러다 말했다.

"당신네들도 눈치 챘겠지만 나의 재산 때문에 당신네 아버지와 사이가 벌어졌는데,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떠나라 하시니, 나는 내 고향으로 갈 생각이오. 당신네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 때 라헬과 레아도 하나님께서 그렇게 지시하셨으면 곧 떠나자고 찬성했다. 야곱은 아내와 아이들을 낙타에 태우고 가축과 종과 그 밖의 보물을 가지고 아버지 이삭이 기다리고 있는 가나안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나간 틈을 타서 야곱은 그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떠났다.

 

야곱과 에서의 화해

 

야곱이 온 식구와 자기 가축을 길르앗을 향하여 떠난 지 3일 만에 라반이 이 사실을 알았다. 화가 불덩이처럼 오른 라반은 많은 사람을 데리고 야곱의 뒤를 쫓았다. 7일 만에 라반은 길르앗 산 위에서 야곱의 뒤를 따라잡을 수가 있었다. 밤이 되어 라반이 고단하게 잠들었을 때에 꿈속에 나타난 하나님께서 라반을 향하여 야곱에게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그를 해치지도 말라고 명령을 하셨다.

 

드라빔을 찾기 위해 야곱의 짐을 뒤지는 라반

 

그 때 야곱은 산 위에 천막을 치고 라반도 그 가까이에 천막을 치고 있었다.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라반이 풀이 죽어 야곱에게 와서 물었다.

"나도 모르게 도망쳐 오다니, 마치 자네는 내 딸들을 포로처럼 데리고 온 셈이 아닌가. 내게 알리고 떠났더라면 나는 기쁘게 허락을 하고 노래와 북과 수금으로 자네의 앞길을 축하해 주었을 것이네. 그런데 자네는 귀여운 내 딸들과 외손자들에게 내가 작별의 입맞춤도 못하게 하였으니 그게 무슨 짓이람.

나는 지금 자네를 해칠 수도 있네. 그러나 어제 저녁 자네의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야곱에게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라고 하셨네. 그래서 내가 참고 있는 걸세. 그런데 우리 집의 신상인 드라빔을 훔쳐 가는 까닭은 어쩐 일인가?"

야곱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우리가 무엇을 훔쳐 가지고 왔다는 겁니까?"

야곱은 떠나올 때, 아내 라헬이 라반의 신상을 훔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 천막 안을 다 찾아 보십시오. 외삼촌의 물건이 한 가지라도 나오면 다 가지고 가십시오. 만약 그것을 훔쳐 온 사람이 누구든지 알기만 하면 그대로 살려 두지 않겠습니다."

라반은 야곱의 천막을 샅샅이 뒤지고 다시 종들의 천막도 뒤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 번에는 라헬의 천막을 뒤졌다. 역시 그 신상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라헬이 낙타 안장 밑에 감추고 그 위에 올라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라반이 가까이 오자, 라헬은 낙타에서 내려야 할 텐데 그대로 안장에 앉은 채 말하였다.

"아버지, 용서해 주세요. 제 몸이 아파서 그대로 앉아 있어요." 하고 사과했다.

"괜찮아, 그대로 앉아 있거라."

라반은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야곱은 라반에게 성이 나서 따졌다.

"나는 외삼촌에게 허물받을 만한 일이라곤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쫓길 만한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 물건들을 죄다 찾아 보셨지만 당신의 물건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여기 나의 친척과 당신의 친척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 앞에서 아무것도 나는 훔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십시오.

20년 동안 나는 외삼촌 집에서 일했습니다. 그 동안에 외삼촌의 암양이나 암염소들이나 새끼 한 마리라도 죽인 일이 없습니다. 그 뿐이겠습니까? 외삼촌 양 떼의 숫양을 내가 한 마리라도 잡아먹은 일도 없습니다. 심지어 이리에 물려 찢긴 양이 생기면 외삼촌에게 가져가지 않고 제가 대신 물어냈습니다. 그리고 밤에나 낮에나 도둑맞은 양까지도 물어냈습니다.

낮에는 더위 속에, 밤에는 추위 속에 떨면서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외삼촌의 두 딸을 위하여 14년, 외삼촌의 양 떼를 위하여 6년, 그런데도 외삼촌은 제 일삯을 열 번이나 바꾸었습니다. 만일 외삼촌이 우리 조상의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았더라면 제게서 모든 재산을 빼앗고 빈 손으로 돌아가게 하셨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의 어려움과 노력을 아시고 어젯밤 외삼촌을 책망하셨습니다."

라반이 이 말을 듣고 대답을 하였다.

"여기 있는 딸들은 나의 딸들이다. 여기 있는 자식들도 나의 손자들이다. 네 눈 앞에 있는 양 떼들도 모두 내 것이다. 내 딸이나 손자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자네와 계약을 맺어 두 사람 사이의 증거로 삼겠다."

야곱은 이 말을 듣고 돌을 가져다가 기둥을 세우기로 작정하고 종들한테 명령했다.

"이 곳에 돌을 모아다 쌓아라!"

라반이 그 돌을 쌓은 돌무더기를 보고 말했다.

"이 돌무더기와 이 돌기둥을 보아라. 이것은 우리 둘 사이에 맺은 계약의 증거다. 나는 이 돌기둥을 건너서 자네에게로 가지 않고 자네도 이것을 넘어서 나에게 와서 나를 해쳐서는 안 된다."

이 계약을 맺은 다음 야곱은 산 위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하룻밤을 새웠다. 다음 날 라반은 아침 일찍 딸과 손자들에게 입맞추며 축복한 다음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야곱이 다시 길을 떠나서 가는데, 천사들이 야곱 앞에 나타났다. 야곱은 천사들을 보고

"아, 저것은 하나님의 군대들이다." 하고 마음 든든해 했다.

그리고 야곱은 에돔에 있는 형 에서에게 자기 종들을 보내어 이렇게 보고했다.

"당신의 동생 야곱은 그 동안 외삼촌 집에 있었으나 많은 소와 나귀와 양 떼와 종들을 데리고 옵니다. 기쁘게 맞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후 종들은 야곱에게 돌아와서 에서와 만난 결과를 말했다. 에서가 4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온다는 것이다.

이 말은 들은 야곱의 마음은 두려움으로 어두워졌다. 그리하여 생각 끝에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종들과 소와 양과 낙타를 두 떼로 나누어 놓고 형 에서가 거느리고 온다는 종들이 공격을 해와도 한 떼는 남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야곱은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 드렸다.

"하나님, 저를 형 에서의 손에서 지켜 주십시오. 에서가 오면 틀림없이 옛날에 있었던 일에 앙심을 품고 저를 치고 저의 아내와 자식들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전에 제게 너의 자손이 모래알처럼 셀 수 없을 만큼 불어나게 해 주마고 축복해 주신 일이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야곱은 이와 같이 기도하면서 밤을 새웠다.

그리고 형 에서에게 드릴 예물로 암염소 20마리, 숫염소 20마리, 암양 30마리, 숫양 20마리, 젖나는 낙타 30마리와 새끼 암소 40마리, 황소 10마리, 암나귀 20마리, 새끼나귀 10마리를 골랐다.

야곱은 종들에게 이것들을 제각기 여러 떼로 나누어 놓으라고 시켰다. 그리고 제일 앞에 서서 가는 종에게, 형 에서가 너희는 누구의 종이며 어디로 가는 길이며 이 가축은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면, "이것은 모두 당신의 종 야곱의 것이며, 에서 당신에게 드리는 예물이며 뒤에는 야곱이 옵니다." 하고 대답하라고 일러 두었다.

그리고 야곱은 두 번째로 선 종들에게도, 그 다음에 뒤따르는 종들에게도 같은 대답을 하도록 일러 두었다. 이렇게 한 것은 먼저 형 에서에게 예물을 드려, 그의 마음을 풀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종들은 예물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야곱은 들에서 밤을 새다가 두 아내와 열한 아들과 두 여종을 데리고서 얍복 나루를 건너게 한 다음 자기는 혼자 남아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야곱이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 드리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야곱의 몸을 꽉 붙잡는 힘센 팔이 있었다. 야곱은 기도 드리다 깜짝 놀라서 "누구요?" 하고 소리 지르면서 그 정체 모를 팔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끼리 씩씩 힘찬 숨소리를 내면서 엎치락 뒤치락 씨름을 했다. 씨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야곱도 힘이 세었지만 야곱을 붙잡고 있는 그도 여간 힘이 센 것이 아니었다.

씨름으로 밤이 새고 동녘 하늘이 벌써 터오르려고 했다. 그러니까 야곱이 씨름하는 상대방은 마지막 방법으로 야곱의 환도 뼈를 떼어 버렸다. 그래도 야곱은 그의 팔을 놓지 않고 버티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아주 초조해 하면서

"내 팔을 놓아 주지 않으려나? 나는 빨리 하늘로 올라가야 해, 날이 다 새기 전에." 하고 애걸하는 것이 아닌가. 야곱은 바로 그가 천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떼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당신은 천사이군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내게 축복을 내리기 전에는 절대로 당신을 놓지 않겠습니다." 하고 야곱은 더욱 세게 그의 몸을 움켜 잡았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야곱입니다."

"야곱, 그럼 이제부터는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불러라." 하고는 천사는 야곱을 축복해 주고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야곱이란 말은 '밀어내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스라엘이란 '하나님과 힘을 겨룸'이라는 뜻이다. 하나님께 기도를 올릴 때 자기 뜻이 이루어지기까지 하나님을 놓지 않은 야곱의 열성을 기뻐하신 것이다.

야곱이 눈을 들어 보니까. 에서가 40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오는 것이 보였다. 야곱은 어린애들을 레아와 라헬과 두 여종에게 각각 나누어 맡겼다. 그런데 야곱은 여종과 어린애들을 제일 먼저 서게 하고, 다음에는 레아와 레아가 낳은 아이들, 그리고 제일 나중에 라헬과 그가 낳은 요셉을 뒤따르게 했다.

 

야곱과 에서가 만나 화해하다

 

제일 앞에 서서 가는 것은 야곱이었다. 에서가 보이자 야곱은 일곱 번이나 땅에 꿇어앉아 절을 하면서 에서 앞으로 가까이 갔다. 에서는 반가움을 억제하지 못하면서 뛰어와서 야곱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두 형제는 저절로 울음이 터졌다. 두 형제의 마음 속에는 지난 날에 싸웠던 일과 미움은 사라지고 기쁨과 반가움뿐이었다. 야곱은 에서 앞에 자기 가족들을 차례로 인사 시키고 난 다음 예물로 준비해 온 가축들을 에서에게 드리려 하였다. 에서는 자기에게도 많은 가축이 있으니 받지 않겠다고 사양을 했다. 그러자 야곱이 간곡하게 말했다.

"나를 기쁘게 해 주시려거든 형님, 내 예물을 받아 주십시오."

에서는 동생의 간청에 못 이겨 그 예물을 받았다. 고향에 돌아온 야곱은 가나안의 한가운데에 있는 세겜이라는 곳에 천막을 치고 자리잡았다. 에서와 야곱이 다시 만나 사이좋게 지내는데, 마침내 아버지 이삭이 나이가 많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에서는 가족과 가축을 이끌고 가나안의 동남쪽 에돔으로 옮겨 가게 되니, 야곱은 이스라엘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그 땅에서 오래도록 살았다. 이 때부터 야곱의 자손을 가리켜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부르게 되고, 가나안은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전에 약속하셨던 땅으로서 야곱의 후손들이 대대로 이어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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