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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들_뇌과학에서 삶의 성찰을 얻다

by 은총가득 2021. 1. 20.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들_뇌과학에서 삶의 성찰을 얻다

 

좋은 의사결정이란 무엇일까요? 당연히 후회 없고, 실수하지 않으며, 내가 기대한 것 이상의 보상을 받는 선택이겠죠. 그런데 의사결정은 그 순간 그것이 좋은 결정이었는지 바로 판단이 나올 수도 있고,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후에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 순간에는 잘 못된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참 좋은 의사 결정이었다고 해석될 수도 있죠. 사람들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사자성어를 종종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좋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을 수행해왔습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 인간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라는 가설이죠. 지난 100년 동안, 그러니까 20세기 내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과 오스카어 모르겐슈테른(Ostar Morgensterm)이 제안한 게임이론(game theory)을 바탕으로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사용했습니다. 게임 이론이란 상대방의 선텍이 나의 이해득실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적절한 의사결정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이론입니다. 이 이론을 통해 시장에서 물건이 팔리고 화폐가 거래되는 과정을 설명해왔지만, 사실 인간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죠. 필요없는 물건을 사기도 하고,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요. '나는 늘 합리적인 선택만 합니다' 이런 분 안 계시잖아요. (웃음)

충동구매를 실제로 얼마나 하는지 조사한 통계 자료를 보면, “당신은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합니까?”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주로 충동구매를 한다” 혹은 “나는 충동구매를 좀 더 많이 하는 편이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무려 48퍼센트나 됩니다. “나는 계획적인 소비와 충동구매가 반반 정도 된다”라고 대답한 23퍼센트까지 포함하면, 계획에 따라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은 거죠.

이 설문 결과가 뭘 의미하는 걸까요? 바로 이것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망하는 거예요. (웃음) 생각해보세요. 기업이 가장 애쓰는 일이 뭡니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들이 선택하고 좋아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싼값으로 품질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내내 준비하지만, 전 세계에 출시되는 신상품의 2퍼센트만이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성공을 거둡니다. 다시 말하면 98퍼센트가 실패인 거예요. 왜 실패할까요? 사람들은 합리적인 접근으로는 예측이 안 되는 방식으로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충동구매를 일상화합니다. 필요 없지만 너무 갖고 싶어서 사죠. 우리는 “이거 진짜 합리적으로, 굉장히 고민 많이 했어”라면서 사는데, 사실 그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살 이유를 찾을까 하는 고민이에요. 그래서 그 이유를 다행히 찾으면 편한 마음으로 충동구매를 하는 거고요, 그 이유를 못 찾으면 불편하게 충동구매를 하는 거지요. (웃음) 엉뚱한 이유로 물건을 사는 경우들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기업이 공들여 준비한 물건이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는 일이 생기는 거죠.

인간의 전형적인 비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할게요. 이 강연에 오신 분들에게 어느 기부자가 1000만 원을 나눠주기로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가정만으로도 행복하시죠? (웃음) 그런데 기부자가 재치가 있어서, 그냥 나눠주지 않고 게임을 하는 거예요. 테이블 위에 1000만 원이 들어 있는 007 가방을 올려놓습니다. 여러분들이 가방을 선택하면 현금 1000만 원을 받으실 수 있는 기죠. 그 옆에는 로또가 들어 있는 상자를 놓아둡니다. 이 로또를 긁어서 꽝이 나오면 한 푼도 못 받습니다. 대신에 당첨이 되면 3000만 원을 받게 됩니다.무려 3배! 하지만 당첨 확률은 50퍼센트, 광이 나올 확률도 50퍼센트입니다. 50퍼센트의 확률로 당첨되면 3000만 원을 받으니 기댓값은 1500만 원인 거죠..

여러분은 뭘 선택하시겠습니까? 지금 절대다수가 '현금'에 손을 드셨는데, 실험을 해보면 보통 80퍼센트 정도가 현금 1000만 원을 선택하죠. '나는 로또를 선택하겠다', 손들어보시죠. 용기 있게 드세요! 자, 로또를 선택하신 분들을 한번 보세요. 대개 20퍼센트 정도가 로또를 선택하는데, 로또를 선택한 20퍼센트의 사람들 중에서 절대다수가 남성입니다. (웃음) 여성은 대개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요.

여성성이 강할수록 이런 성향이 더 높아집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손가락 길이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데요, 두 번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은 인간의 몸 중 성기관을 제외한 기관들 중에서 유일하게 남녀의 비율 차이가 있는 곳입니다. 보통은 남성이 약지, 네 번째 손가락이 더 길고 두 번째 손가락이 짧아요. 임신 13주차 때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양이 많아지면 네 번째 손가락이 길어 집니다. 네 번째 손가락이 길수록 위험 감수 성향이 강해 로또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여성분 중에서도 네 번째 손가락과 두 번째 손가락이 비슷하거나 심지어 네 번째 손가락이 더 긴 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분들은 로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요? 여러분의 손가락을 살펴보시지요. 가운뎃손가락을 펴지는 마시고요. (웃음)

정리해보자면, 사람들은 게임이론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수학적으로는 기댓값이 작더라도 안정적인 현금을 선택한다는 거죠. 그것은 우리의 뇌가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1000만 원을 받는데 나만 로또를 선택했다가 꽝이 나와서 아무것도 못 받았을 때의 고통이 다들 1000만 원을 받는데 나만 3000만 원 받을 때의 기쁨보다 더 큰 거예요. 그래서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은 거죠. 손실 회피를 담당하는 뇌 영역(인슐라, insula)이 망가진 환자들은 주식투자에서 보통 사람들보다 더 높은 수의률을 보입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수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주식투자를 하거든요.

다른 실힘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fMRI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안에 사람들을 눕혀놓고 제품 하나, 예를 들어 고디바 초콜릿을 4초간 보여줍니다. 그리고 초콜릿이 얼마인지 가격을 4초간 보여줍니다. 그러고 나서 살지 말지 '네' 혹은 '아니오' 버튼을 누르게 합니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결국 그 제품을 살지 말지를 그가 초콜릿을 보는 동안, 그리고 가격을 보는 동안의 뇌 영상만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겁니다.

fMRI로 촬영한 뇌 사진을 보면, 사겠다는 사람은 초콜릿을 본 순간 '쾌락의 중추'라고 불리는 영역(측좌핵, nucleus accumbens)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그 후에 가격을 보여주면, 이 가격에 살 만한 물건인지를 계산하는 이성적인 뇌 영역(내측전전두피질, medlial prefrontal cortex)이 활발히 활동합니다. 안 살 사람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으니 이 부분이 별로 활성화가 안 되는 거지요. 샤넬 가방을 40대 여성들에게 보여주면 이 부분이 난리가 납니다. (웃음) 20대 남성들에게 포르셰 스포츠카를 보여줘도 마찬가지고요. (웃음)

왜 고민을 하는 걸까요? 아마도 그들은 충동구매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300만 원짜리 샤넬 가방을 산다음에 10년 동안 가방을 안 사면 매해 30만 원짜리 가방을 10개 사는 것과 같은데, 30만 원짜리 가방 10개를 사느니 이거 하나 사는 게 더 합리적이야!'라고 하면서 사는 거죠. 혹은 '내가 이걸 매고 동창회, 친구 모임, 부부동반 송년회 등에 가면 체면이 설 테니, 이 정도 투자는 필요해'라는 식으로 해석해서 적절한 이유를 굳이 찾거나요.

지난 석 달간의 자신의 카드 명세서를 살펴보면 대개 사야 할 것보다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사고 싶은 것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들였을 테고, 필요한 수준보다 더 높은 사양의 물건들을 샀을 겁니다. 아이폰 사용자들도 20퍼센트만이 자신의 이전 핸드폰에는 없던, 이번 아이폰에만 있는 기능을 쓴다고 대답합니다. 80퍼센트는 처음에는 이것저것 다운로드해서 앱을 깔았으나 지금은 카카오톡 외에는 거의 안 쓰는, 굳이 아이폰의 새로운 기능이 필요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다수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아이폰을 구입할까요? 그냥 아이폰을 쓰고 싶은 거죠. 아이폰의 그 느낌이 좋고, 모양이 좋고, 자꾸 들여다 보고 싶고, 아이폰 사용자 그룹 안에 끼고 싶고요.

인간의 뇌는 오늘날 지칫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기 딱 좋게 디자인 돼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약 3만 년 전의 원시적인 상황에서 생존과 짝짓기에 필요한 선택을 하기 적절한 정도로 진화해왔습니다. 특히 전전두엽이라고 불리는 고등 뇌 영역은 인간의 진화 과정 중에 가장 최근에 등장해서 발달했지요. 이른바 창조적인 폭발(creative explosion)이 뇌 안에서 벌어진 겁니다. 3만 년 전의 사바나에서, 정글에서, 아마존에서 생활할 때 쓰던 그 뇌를 우리는 지금까지 쓰고 있는 건데, 현대사회는 너무 빠르고 복잡하게 바뀌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아내나 남편을 고를 때, 학교를 고를 때, 직업을 고를 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때도 이 뇌를 사용하고 있죠. 그래서 '저 사람이 내 친구인가 적인가, 저 사람이 내 섹스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 같은 단순한 기준으로 국회의원을 뽑고, 직업을 선택하고, 미래를 계획한다는 겁니다.

우리의 뇌가 합리적이지 않은 건 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도 원시부족사회 때 유용했던 전략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열두 발자국 _ 정재승

 


 

결핍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_ 열두 발자국_정재승

 

 

 

저는 여러분께 '결핍이 욕망을 낳는다'라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놀랍고, 쉽게 간과되고 있지만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진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결핍 없는 삶'을 원합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무언가 결핍이 있다고 하면, 부모는 그걸 극복하려고 애쓰죠. 철분이 부족하다고 하면 먹이려고 애쓰고,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면 미국에 연수를 보내서라도 더 가르치고 싶고요. 그렇게 우리 모두는 결핍을 메우려고 노력합니다.

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결핍되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하지요. 그런 노력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때로는 성취하게 하며, 성숙하게 만듭니다. 삶에서 결핍이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고, 특히 어린 시절 겪은 결핍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결핍이 우리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가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마감효과(deadline effect)'라는 현상인데요, 마감이 다가오면 갑자기 효율이 늘어나고 결과가 좋아지는 거예요. 시간이라는 자원이 결핍되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집중력이 높아지는 거죠.

게다가 결핍은 동기(motivation)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때, 점심시간 무렵에 진행된다면 밥을 주고 실험을 한 경우와 밥을 주지 않고 실험을 한 경우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보통 식사를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성실히 실험에 참여합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많이들 알고 있어요. 꼭 점심 때 실험을 해라, 실험 후에 밥을 드려라. (웃음) 모든 실험이 다 그런 건 아니고요, 그 과제가 음식이나 보상과 관련이 깊다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가령 '도넛'이라는 단어를 퍼즐에서 찾는 것, 이럴 때는 허기진 피험자들의 찾는 속도가 3배이상 빨라집니다. (웃음) 그러니까 그건 순전히 능력만의 문제가 아닌거죠.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집중 배당금(focus dividend)'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우리 뇌는 매순간 주변 환경으로부터 수많은 자극을 받는데, 받아들인 자극들에 모두 주의를 집중할 수는 없겠죠. 그중 적절한, 의미 있는 자극들에 내 한정된 집중 능력을 몰아주려 할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에 몰아줄 거냐? 내가 뭔가 부족하거나 결핍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와 관련된 자극에 더 민감할 겁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과 관련된 단어가 먼저 들리고, 거기에 대해서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에 훨씬 더 집중하고 몰입한다는 거죠.

때론 장애물이나 방해물이 생기면, 내가 원하는 것을 잃거나 결핍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욱 강력하게 원하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원하는 걸 얻는 과정이 힘겨우면 힘겨울수록 그 결핍은 오래 지속되고, 그러면 그것을 갈망하는 열정도 더 불붙죠. 예를 들어 자식이 집에 데려온 신랑감 혹은 신붓감이 맘에 안 든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식의 선택을 믿고 존중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태도입니다. 자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부모님들이 기를 쓰고 방해할수록 그들의 사랑은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는 사실만 알아두세요. (웃음) 그들의 사랑을 불붙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절대 결혼은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겁니다. (웃음) 사랑은 방해물을 만났을 때 더욱 숭고해집니다.

 

​-작성자: JOY 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