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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관계(系): <한비자>,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장악하는 법

by 은총가득 2021. 1. 20.

관계(系): <한비자>,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장악하는 법

 

 

때때로 일보다 인간관계가 더 어렵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나 직장 동료, 이웃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것도 인간을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한개인이 완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가려면 소통과 공감, 그리고, 타협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만큼 인간관계가 잘 풀리지는 않는다. 인간관계에도 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인간관계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한 이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인 한비자(기원전 약 280~233년)이다.

그는 군신관계나 부부관계조차도 철저하게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천하는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런 관계의 본질을 알고 대처해야 원하는 대로 관계형성을 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한비자는 누구인가?

중국 전국시대 말기 한(韓)나라의 공자로 순자(荀子)에게서 학문을 배운 법가 학파를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한비자(韓非子)〉는 중국 고대 법가들의 사상과 주장이 담긴 책으로, 군왕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썼다.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기들은 자신의 정치사상을 가지고 여러 나라를 찾아 군왕들에게 유세를 했다. 한비자의 경우 그가 태어난 나라인 한나라가 다른 나라의 침략으로 영토를 잃고 국력이 쇠약해져 멸망의 위기로 치닫게 되자 자주 글을 올려 한나라 왕에게 변법 개혁과 부국강병의 계책을 설득했다. 하지만 왕은 한비자의 유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비자에게 관심을 보인 이는 훗날 중국을 통일한 진(秦) 나라의 진시황이었다. 한비자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진시황은 책을 쓴 이를 꼭 만나고 싶어 했다. 자신이 구상하는 천하통일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시황의 이러한 관심이 한비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진시황에게는 핵심 참모였던 이사(李斯)가 있었는데, 그는 순자의 제자로 한비자와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이사는 진시황에게 한비자에 대해 알려주었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비자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사는 진시황이 한비자를 등정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것을 염려해서 한비자를 모함했다. 진시황은 결국 이사의 모함에 넘어갔고, 한비자는 죽음에 이르렀다. 인간관계란 것이 철저히 이익에 따른다는 것을 알았던 한비자는 동문수학했던 이사를 너무 믿었던 것은 아닐까. 아이러니한 것이 또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도대체 <한비자>가 무엇을 담고 있기에 진시황은 감동을 받았을까? 춘추전국시대에 제후국들 간의 빈번한 침략과 약탈 전쟁으로 군주들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부국강병책이었다. 부국강병은 여러 제자백가 중 특히 법가들이 강조했다. 중국에서 최초로 정(鼎)에 성문법을 주조한 정나라의 재상 자산(子産), 전국시대 초기 위(魏)나라의 재상 이극(李克), 진(秦)나라의 상앙(濟映), 조(趙)나라의 신도(眞到), 한(韓)나라의 신불해(中不害)로 이어온 법가사상이 한비자에 이르러 집대성되었다.

<한비자>의 용을 보면 독설로 느껴질 만큼 신랄한 어법으로 군주의 자질이나 국가 경영, 군신간의 관계 등에 대해 이론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제갈공명은 유비의 아들 유선이 황태자에 책봉되었을 때 <한비자>를 읽으라고 권했다고 한다. 한비자가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이유를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새는 몇 백 개의 눈으로 당신을 보지만, 당신은 두 개의 눈으로 새를 주시합니다. 당신은 특히 몸을 숨기는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한비자 외 저설우상편) 이라는 구절이나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수레를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이 부귀해지기를 바라며, 관을 짜는 사람은 관을 만들면서 다른 사람이 일찍 죽기를 바랄 것이다. 《한비자》, (비내편)'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한비자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조직의 행동을 이익의 관점에서 파악했다.

[군주는 자기의 이해를 계산해 신하를 대하고, 신하는 자기의 이해를 계산해 군주를 섬긴다. 이처럼 군주와 신하는 서로 계산을 한다. 신하는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까지 나라에 이롭게 하는 일을 하지 않고, 군주는 나라를 해치면서까지 신하에게 이롭게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신하들의 사심은 자신을 해리

면서 군주를 이롭게 하지 않고, 군주의 속마음은 나라를 해롭게 하면서 신하와 친하지 않는다. 군주와 신하는 계산에 따라 원칙을 결합하는 자들이다.]

'식사'에 나오는 이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한비자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군신관계를 이익으로 해석했다. 군주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이고, 신하에 대한 통제 역시 군주와 국가의 이익으로 보았다. 그래서 군주는 절대적 세를 가지고 공평무사한 법을 집행하여야 하며, 효율적인 술로 신하를 통제해야 한다는, 법(法)·술(術) 세(勢)를 군주가 익혀야 할 통치술로 들었다.

그렇다면 한비자가 말하는 법(法)'이란 무엇일까? 법은 군주가 백성을 통제하는 공개적이고 세세한 규칙이다. 사회가 모두 반드시 법을 준수해야 하며 누구든지 법을 위반하면 징벌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한비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술(術)'은 군주가 신하들을 지배하는 은밀한 방식으로, 술은 군주 혼자만이 아는 비밀병기와도 같다. 예를 들면 군주가 자신의 희로애락과 호불호를 말하지 않는 이상 신하들은 군주의 생각을 알 수 없기에 신중하게 군주의 일을 대신 처리한다. 법은 공개된 것이라면 술은 숨기는 것이다. 그는 술이 있어야 군주가 권력을 독점할 수 있고, 신하의 찬탈을 방어하며 신하들이 군주만을 위하여 일하게 한다고 했다.

세(勢)는 백성과 신하를 굴복시키는 힘, 권력이다. 한비자는 법령과 권술을 사용하는데 세력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현명한 군주는 관리들만 잘 감독하지 백성들을 직접 다스리지 않는다고 했다. 군주는 나무줄기를 흔들면 나무 전체 잎사귀가 흔들리게 되는 세를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현명한 군주는 구체적이고 작은 일에는 매달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비자는 또 백성들을 너무 사납게 압박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의 반란을 자극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비자>는 원래 군주를 위한 제왕학의 이론을 담은 책이지만 무한경쟁사회로 치닫는 오늘날에도 손색이 없다.

특히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명쾌하다 못해 지극히 현실적이다.

<한비자>를 읽으면 관계의 기술을 얻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계에 대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관계를 안다는 것은 사람을 알고 사람이 사는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중심이 잡힌다면 인간관계가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작성자 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