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송아지를 숭배하는 백성들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178쪽에 있는 글입니다.>
26 금송아지
모세가 산으로 올라간 후, 백성들이 모세를 아무리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의 지도자 모세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아론에게 몰려와서 소리 소리 질렀다.
"우리들을 애굽에서 인도한 모세는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이 없으니 그 대신으로 우리들을 인도해 줄 신을 만들어 주시오."
아론은 그들의 청을 억누를 길이 없어,
"그럼 너희의 아내와 아이들의 금귀걸이를 가지고 오너라." 하고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금귀걸이를 풀어 가지고 아론에게 가지고 왔다. 아론은 이 귀걸이를 녹여서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좋아하면서 그 금송아지를 가리켜 자기네들을 애굽에서 인도한 하나님이라고 했다.
아론은 금송아지 앞에 제단을 만들어 놓고서는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사람들은 양을 죽이고 제물을 금송아지에 바치고 나서 먹고 마시면서 또 춤도 추었다.
그 때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모세야, 내려가라. 네가 애굽에서 데리고 나온 사람들은 모두 썩었구나.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제 마음대로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내 대신 하나님으로 삼고 제사하고 있다.
나는 이 때까지 그들을 참고 보아 왔지만 이젠 더 참을 수가 없다. 이 사람들을 없애 버리고 너만을 훌륭한 민족으로 만들어 주려고 한다."
이 말씀을 들은 모세는 두려운 생각으로 하나님께 간곡히 부탁을 드렸다.
"하나님은, 어찌하여 그 크신 힘과 강한 손으로 우리를 애굽에서 데려 내오셨습니까?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 산과 들에서 없애 버리시려는 것입니까? 하나님, 노여움을 풀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 약속하신 그들의 자손을 이 땅 위에 별처럼 불어나게 하시겠다던 그 말씀을 다시 기억하여 주십시오."
모세의 이런 간절한 청을 들으신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멈추셨다. 모세는 두 장의 석판을 가지고 산을 내려왔다. 그 돌판 양쪽에는 하나님 자신이 새기신 글자가 적혀 있었다.
모세가 산에서 내려와 보니 백성들이 금송아지 앞에서 춤추며 떠드는 소리가 들려 왔다. 모세는 이 광경을 보고 노하여 손에 들고 있던 돌판을 산 아래로 내던졌다. 돌판은 두 조각이 나서 깨졌다. 모세는 사람들이 만든 금송아지를 불살라 가루를 만들어 물 위에 뿌렸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그 물을 마시게 했다. 모세가 아론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하였기에 이렇게 큰 죄를 짓게 하였소?"
아론은 힘없이 대답했다.
"성내지 말아 주십시오. 저 사람들이 얼마나 악하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 사람들이 내게 찾아와서 하는 말이, '이젠 모세도 없고 우리가 의지할 데도 없으니 대신 하나님을 만들어 주시오' 하고 떼쓰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 그것을 가지고 오라 하여 불속에 넣으니까 금송아지가 나왔습니다."
모세는 이튿날 백성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큰 죄를 지었으니 내가 이제부터 하나님께 올라가서 너희의 죄를 용서하여 달라고 빌고 오겠다."
그리고 모세는 하나님께로 갔다.
"하나님, 이스라엘 사람들이 금 우상을 만들어 놓고 하나님께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이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만약 용서하실 수 없으시면 기록하신 책에서 저의 이름을 지워 주십시오."
모세가 이렇게 말하자,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게 죄를 지은 사람은 누구든지 생명의 책에서 그 이름을 지우겠다. 자 가거라. 내가 네게 가르쳐 준 곳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가거라. 내가 보낸 천사가 제일 앞에 서서 인도해 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죄를 벌할 때가 오면 그들을 벌하겠다."
하나님께서는 금송아지를 만든 벌로서 사람들에게 무서운 병을 재앙으로 내리셨다. 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곳을 떠나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자손에게 주기로 약속한 땅으로 가거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는 너희 앞에 한 천사를 보내주마. 그러나 나는 같이 가지 않겠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몹시 슬퍼했다. 이번에는 아무도 몸에 장식을 하지 않았다. 모세는 특별히 깨끗한 장막을 진 밖에 치고 하나님과 만나는 회막이라고 했다.
모세가 이 장막으로 갈 때는 사람들은 일제히 서서 모세를 전송했다. 모세가 장막 안에 들어가면 구름 기둥이 장막 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경배했다. 하나님은 그 장막 앞에 서서 마치 친구끼리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모세가 자기 장막에 돌아와도 모세의 수종자 여호수아는 늘 장막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십계명 돌판을 들고 내려오는 모세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181쪽에 있는 글입니다.>
다시 쓰신 계명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먼젓번과 같은 돌판 두 개를 깎아 가지고 오너라. 깨뜨려 버린 먼저 돌판에 새겼던 말을 다시 써 주마. 아침 전에 시내 산 꼭대기에 가지고 올라 오너라. 그 때는 아무도 같이 올라와서는 안 된다. 누구든 산 속에 들어와서도 안 되며, 산 가까운 곳에 양이나 소를 풀어 놓아도 안 된다."
모세는 이 말씀을 듣고 돌로 먼젓번과 같은 돌판 두 장을 깎아 가지고 아침 일찍 일어나 시내 산에 올라갔다.
하나님께서 구름을 타고 모세 앞에 내려오셨다.
"나는 너의 하나님이시다.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며 인자와 참됨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하나님이다. 나는 언제까지나 자비를 베풀고 죄지은 일과 잘못된 일과 악을 용서한다. 그러나 벌을 주어야 하는 일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그 자손 3,4대까지 죄를 용서하지 않는다."
모세는 급히 땅에 엎드려서 경배를 했다. 모세는 두려운 마음으로 기도드리며 말하였다.
"오! 하나님, 부디 저희들에게 은혜를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들 안에서 계셔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못되고 죄많은 백성이나 죄를 용서하시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아 주십시오."
모세의 이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너희와 약속을 하자. 나는 너희가 어디에서든지 또 너희가 어떤 백성들 사이에 있든지 이때까지 없었던 훌륭한 기적을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하여 보여 주겠다. 너희 앞에서 아모리 사람과 가나안 사람, 헷 사람, 블레셋 사람, 히위 사람, 여브스 사람을 내쫓아 주겠다. 너희는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무슨 계약이든지 맺어서는 안 된다. 그 사람들의 제단을 부숴버리고, 그 사람들의 우상을 깨뜨려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너희는 너의 하나님 이외의 어떠한 신도 공경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나의 모든 계명을 지키고 내 법대로 나를 예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세는 시내 산 꼭대기에서 하나님과 함께 40일 동안 있었다. 그 동안에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지냈다. 하나님께서는 율법과 계명을 돌판 위에 쓰셨다.
모세는 그 돌판 두 장을 가지고 시내 산에서 내려왔다. 40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모세이지만 그 얼굴에서는 광채가 났다. 그러나 모세 자신은 자기 얼굴에서 빛을 뿜고 있는 것을 몰랐다.
아론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세의 얼굴이 하도 밝게 비치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들어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모세는 자기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하나님께서 시내 산에서 하신 말씀을 전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두려움과 감동 속에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분부하신 대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장막을 지어 놓고 그 속에 십계명과 율법을 적은 두 개의 돌판을 넣은 상자를 모셨다.
하나님은 그 장막을 흰 구름으로 덮으셨다. 구름이 성막 위에서 피어오를 때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이 걸어가도 좋다는 명령으로 알고 전진해 갔다. 그러나 구름이 가만히 성막을 덮고 있으면 다시 구름이 피어오를 때까지 기다리면서 전진을 하지 않았다.
낮에는 구름이 그 성막 위에 피어올랐으나 밤에는 불이 그 성막 위에서 피어올랐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전진하는 동안 그 성막을 지켜 보았다.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183쪽에 있는 글입니다.>
시내 산을 떠나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애굽을 떠난 지 5년째 되는 2월 20일에 구름이 성막 위에서 피어올랐다. 성막 위에 구름이 피어오르자, 나팔 소리가 울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환성을 올렸다.
"전진이다, 전진이다, 고향 땅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시내 산의 빈 들을 떠나 전진을 시작했다. 하나님의 언약궤가 제일 앞장을 서서 길을 인도했다.
이 계약의 상자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일어나 전진할 때와 쉴 곳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시내 산을 떠나서 사흘째 되었을 때 앞장서서 움직여 가던 구름이 바란 빈 들 위에 와서 멈추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곳에서 쉬게 되자, 또 원망의 소리가 높아졌다. 그 원망의 소리는 모두 거룩하신 하나님을 욕하는 못된 소리들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원망의 소리를 하늘에서 들으시고 노하여 벌을 내리셨다. 갑자기 이스라엘 사람들이 묵고 있는 데서 이상스러운 불이 일어나서 장막이 타고 그 밖의 것을 불살라 버렸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두려운 생각이 들어 모세를 찾았다.
"저 이상한 불이 꺼지게 해 주시오. 우리들이 아무리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습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자 그 이상한 하나님의 불이 꺼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섞여 사는 욕심 많은 사람들이 또 마구 터뜨린 불평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번졌다.
"우리가 애굽에 살 때는 생선을 마음대로 먹었으며, 외와 수박, 부초, 파와 마늘을 배불리 먹었는데, 지금은 이 만나 외에 먹을 것이 없으니 이게 무슨 고생이람."
장막 앞에 나와서 모세가 들으라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소리쳤다. 모세는 사람들의 이 불평을 듣고 화가 치밀었다. 하나님도 사람들의 이 원망을 들으시고 노하셨다.
모세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나님께 자기의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다.
"하나님, 어찌하여 이스라엘의 이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하시고 이 사람들을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게 하셨습니까? 이 사람들이 먹고 싶다는 음식은 어디 가야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죽여 주십시오."
바다에서 몰려온 메추라기 떼
하나님이 모세의 이 부르짖음을 듣고 말씀하셨다.
"모세야, 이스라엘의 장로 70명을 성막 앞에 모이게 하여라. 네가 그 곳에서 너와 이야기하여 네 무거운 짐을 70명의 장로들에게 나누어 지게 하여 주마. 그리고 그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고기를 한 달이라도 실컷 먹여 주마. 나중에는 고기가 싫증이 나도록 먹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모세가 의심스러워 물었다.
"60만이나 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한 달 동안이나 고기로 배부르게 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대답하셨다.
"언제 하나님의 힘이 약해본 적이 있느냐? 어디 두고 보아라."
하나님께서 바람을 일으키시니 바다에서 숱한 메추라기 떼가 몰려와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천막 앞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날마다 밤이고 낮이고 메추라기 떼들을 주웠다.
그러나, 이 메추라기 떼들을 먹고 있는 동안에 하나님께서 이상한 병을 돌게 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 땅
가나안을 정탐하고 돌아온 사람들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185쪽에 있는 글입니다.>
가나안을 정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불러 새로운 분부를 내리셨다.
"모세야, 내가 약속한 가나안 땅도 이제 그리 멀지 않았다. 가나안 땅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다."
"하나님, 어떻게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먼저 사람을 보내어 가나안의 사정을 알아보아라."
"그러면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누구를 보내면 좋겠습니까?"
"너희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대표자 열두 사람을 뽑아 보내라."
모세는 곧 이스라엘 각 지파의 족장 열두 사람을 불렀다. 그 사람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았다.
르우벤 지파에서는 삼무아, 시므온 지파에서는 사밧, 유다 지파에서는 갈렙, 잇사갈 지파에서는 이갈, 에브라임 지파에서는 호세아, 베냐민 지파에서는 발리, 스블론 지파에서는 갓디엘, 요셉 지파 곧 므낫세에서는 갓디, 단 지파에서는 암미엘, 아셀 지파에서는 스둘, 납달리 지파에서는 나비, 갓 지파에서는 그우엘이었다.
"자 여러분!" 하고 모세는 가나안 쪽의 하늘을 가리켰다.
"우리 이스라엘 백성이 꿈에도 잊지 못하고 있던 가나안도 그리 멀지 않은 하늘 밑에 있소."
열두 사람은 깊은 생각에 잠긴 눈으로 모세가 가리킨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가나안에 먼저 들어가서 여러 가지 사정을 샅샅이 알아보고 내게 보고해 주시오. 이것은 하나님의 명령이오. 여러분은 이제 남쪽 길로 떠나 산으로 올라가서 그 땅이 어떻게 생겼는지 탐지해야 하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얼마만큼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이 사는 땅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들이 사는 마을은 천막으로 되어 있는지, 아니면 성벽으로 쌓여 있는지도 알아보시오. 또한 땅이 기름진 땅인지 메마른 땅인지도 알아보고, 나무가 서 있는지 살펴야 하오,
여러분은 용기 있고 담대해야 하오. 그 땅에 열린 열매가 있으면 그냥 빈 손으로 오지 말고 열매도 따 오시오."
이 명령을 들은 열두 사람 가운데는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대신 희망에 찬 얼굴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그 때는 마침 포도가 탐스럽게 열리는 포도의 계절이었다. 열두 사람은 드디어 떠났다. 신 광야에서 하맛 어귀에 있는 르홉에 다달았다.
그리고 다시 남쪽으로 올라가서 헤브론이란 곳에 이르렀다. 그 다음에는 에스골이란 골짜기에 이르니까 거기에는 포도송이가 한창 열려 있었다.
열두 사람은 기뻐서 소리쳤다.
"포도가 열렸다. 포도가!"
"이 포도송이를 따 가야지!"
"야아! 굉장히 큰 포도송인데."
"머리 위에 떨어지면 혹이라도 생기겠네!"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큼 커다란 포도송이가 열려 있었다. 열두 사람은 장작만큼 굵은 포도의 가지를 겨우 꺾어 막대기에 그 포도송이를 꿰어 두 사람씩 메었다.
열두 사람은 계속해서 모세의 명령대로 가나안의 사정을 샅샅이 살펴보는 데 40일이 걸렸다. 열두 사람은 다 살피고 나서 모세와 아론은 물론 이스라엘 사람들이 궁금하게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열두 사람은 메고 온 무거운 포도송이를 내려 놓고 모세에게 가나안의 사정을 보고하였다.
"우리는 말씀하신 대로 그 땅에 가서 샅샅이 알아보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기름진 땅이었습니다. 바로 여기 메고 온 포도송이가 그 땅에서 따 온 것입니다."
모세는 그 포도송이를 어루만지면서 흡족해 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서로 커다란 포도송이를 보고 기뻐했다. 그 중에는 가나안으로 떠나자고 재촉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열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들이 사는 마을은 아주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습니다. 아주 몸이 크고 힘이 장사 같은 아낙의 자손도 보았습니다. 또 남쪽에는 전에 우리와 전쟁을 한 이방의 사람이 살고 있고, 산에는 헷 사람과 여부스 사람과 아모리 사람들이 살고 있고, 바닷가와 요단 강가에는 가나안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때 갈렙이 그 사람의 말을 막으면서 나섰다. 갈렙도 역시 가나안을 탐지하고 온 열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모세 선생님, 우리는 담대해야 합니다." 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우리들은 곧 출발하여 그 땅을 정탐해야 합니다. 공격하면 틀림없이 승리할 것입니다."
갈렙과 함께 가나안으로 갔던 다른 사람들이 소리 소리 질렀다.
"저 사람이 정신 있나? 그게 무슨 소리인가? 도저히 그 사람들과 우리는 싸울 수가 없습니다. 공격하면 이긴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우리가 돌아다니면서 보고 온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돌아보고 다닌 땅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도 살지 못할 땅이었습니다."
"갈렙은 보지 못했는가? 우리기 본 그 사람들은 모두 키가 크고 아낙의 자손인 거인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과 우리 몸을 비기면 우리는 마치 메뚜기 정도로 형편없이 작은 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고, 밤이 새도록 소리높이 부르짖으며 울었다. 그리고 모세와 아론에게 몰려가서 원망했다.
"모세여, 당신은 어떻게 하려는 거요? 애굽 땅에서 죽든지 아니면 사막 길에서 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이 곳까지 데려다 놓고는 전쟁으로 죽이실 셈인가? 우리가 전쟁에 나가 죽는 것은 또 낫지만 우리의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것들은 포로로 붙잡혀 가지 않겠소?"
그리고는 자기네들끼리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우리를 인도할 새 지도자를 세우고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자!"
"그것이 좋겠다! 그것이 좋겠소."
이스라엘 사람들의 공론은 이렇게 돌아갔다. 이 때 가나안 땅을 돌아보고 온 갈렙과 여호수아가 자기 옷을 마구 찢으면서 그 사람들을 향하여 소리쳤다.
"여러분, 조용히들 하시오. 우리가 돌아보고 온 땅은 아주 아름답고 기름진 옥토였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겠다면 우리를 그 곳으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배반하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은 지켜 주시는 신이 없으나, 우리는 하나님이 지켜 주실 것입니다."
"저 사람은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는가? 저 사람은 모세의 편이다. 잡아죽여라!" 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갈렙과 여호수아를 돌로 치려고 했다. 이 때 하나님의 영광이 장막 위에 나타났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이 시람들은 언제까지나 나를 멸시하려는 거냐? 나는 그 동안 여러 가지 기적을 보여 주었는데도 어느 때까지 나를 믿지 않겠느냐? 나는 이 사람들에게 무서운 병을 돌게 하여 다 없애고 너만을 큰 백성으로 만들어 주겠다."
모세가 하나님께 여쭈었다.
"만약 그렇게 하시면 애굽 사람들은 이 일을 듣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말할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우리 앞에 나타나시고 하나님의 구름이 우리들 머리 위에 머물고,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 기둥으로 되어 우리들을 인도하신 사실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 이 사람들을 멸망시키시면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이렇게 빈정거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약속한 땅으로 데리고 들어갈 힘이 없어 빈 들에서 비참하게 죽여 버렸다.' 그러니 제발 하나님의 큰 힘을 나타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전에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하나님은 노하시기를 더디하시며 자비로우시며 죄와 잘못을 용서하신다'고요. 이 날 이 때까지 이 사람들을 용서해 주신 하나님의 그 큰 자비로 이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애굽 빈 들에서 보여 준 기적을 보고도 아직도 내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내가 약속해 준 땅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네가 말하여라. 내게 불평을 말한 사람들은 빈 들에서 죽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러나 그 사람들이 포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한 그들의 자식들은 내가 약속한 땅에 데려가겠다. 너희는 이 벌판에서 죽고 그들의 자식들은, 가나안 땅을 전에 정탐하는 데 40일이 걸렸는데 하루를 1년으로 계산하여 40년 동안 이 광야에서 떠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동안 내가 약속한 땅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해라."
하나님의 위엄에 찬 이 말이 끝나자, 전에 가나안에 정탐을 갔다 돌아온 사람 가운데 그 땅을 나쁘게 말한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이 벌로 내리신 병에 걸려 죽고, 다만 갈렙과 여호수아만이 살아 남았다.
모세가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전했을 때, 사람들은 아주 슬퍼하면서 산 위에 올라가서 말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죄를 범하고 말았다. 자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으로 가자."
그 때 모세가 백성에게 말했다.
"그건 안 되오. 여러분이 산에 올라가서는 안 되오, 여러분은 하나님을 거역했으니까 이젠 하나님께서는 여러분과 같이 계시지도 않고 여러분을 도와 주시지도 않을 것이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제 마음대로 나가다가 아말렉 사람과 가나안 사람들의
바위를 쳐서 물이 나오게 하는 모세
<아래 글은 성서교재간행사, 명화성서 191쪽에 있는 글입니다.>
유랑은 끝없이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처없이 유랑을 하면서 신 빈 들로 들어가다 가데스에서 지냈다. 그 때 아론의 누이 미리암이 죽었다.
이 곳도 역시 거칠고 메마른 땅이 되어 물을 얻어 마시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사람들은 또 떼를 지어 모세와 아론에게 몰려와서는 소리를 질렀다.
"우리 형제가 죽을 때 우리도 같이 죽었더라면 좋았겠다. 당신은 어떻게 하여 우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이런 빈 들에서 짐승과 함께 죽게 합니까? 이 곳은 씨뿌릴 곳도 없고 무화과도 포도도 석류도 없는 곳입니다. 물도 없는 이런 곳으로 우리들을 끌고 오다니, 애굽에서 그대로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모세와 아론은 그들을 떠나 하나님의 언약궤가 있는 성막 앞에 가서 엎드렸다. 하나님의 영광이 성막 위에 피어오르면서 하나님의 음성이 모세에게 들려왔다.
"모세야, 지팡이를 들고 아론과 함께 사람들을 모아라. 그리고 모든 사람 앞에서 바위에게 말하여 물을 흘러내리도록 하여라. 그렇게 하면 바위는 물을 낼 것이다. 그 물이면 사람들과 가축들은 실컷 마실 수가 있을 것이다."
모세는 성막 앞에서 일어나 나와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사람들이 모이자 모세는 지팡이를 들고 말했다.
"우리를 모르고 배신한 무리들이여, 들으시오. 우리가 여러분을 위하여 이 바위에서 물을 낼 것 같소?"
모세의 음성에는 분명히 노기가 가득 찼다. 모세가 손을 들어 지팡이로 두 번 바위를 치니까 바위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사람들은 서로 앞다투어 물을 마시고 그 다음에는 가축에게 물을 마시게 했다.
하나님께서는 다시 모세와 아론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를 믿지 않았다. 이스라엘 사람들 앞에서 내 거룩한 힘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너희는 내가 줄 땅으로 이 사람들을 데리고 갈 수가 없다."
그 후 이스라엘 자손들이 하나님과 다투었다고 이 물을 므리바 물이라고 불렀다. 모세는 가데스에서 한 대사를 에돔 왕에게 보냈다. 에돔은 야곱의 형이 되는 에서의 자손이기 때문에 같은 이스라엘 백성의 핏줄이라고 볼 수 있다.
모세의 대사는 에돔 왕을 만나 이야기했다.
"전하, 우리도 전하와 같은 이스라엘의 자손입니다. 우리 조상 때 애굽으로 내려가 그 후 얼마나 그 땅에서 학대와 멸시를 받았는지는 전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오랫동안 부르짖은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천사를 보내어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내셨습니다. 지금 우리는 폐하의 땅 곁 모퉁이에 있는 가데스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이 약속한 땅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전하의 나라 땅을 지나서 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오랫동안 거치른 빈 들을 유랑해 온 우리 백성들은 지금 심히 지쳐 있습니다." 에돔 왕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안 되겠소. 우리 땅을 지나지 마시오. 그대로 돌아가시오."
모세의 대사는 간곡하게 다시 부탁했다.
"우리 백성은 밭이나 포도밭은 지나지 않겠습니다."
에돔 왕은 여전히 머리를 흔들었다.
"전하의 땅 우물의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우리들은 정해진 길을 곧장 걸어가겠습니다. 아니 전하의 땅을 벗어날 때까지 왼편이나 바른편으로 구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곧장 걸어가겠습니다."
에돔 왕은 역시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당신네들은 절대 우리들의 땅을 지나서는 안 되오. 만약 지나가는 날에는 우리들의 강한 군대를 풀어 칼로 쳐버리겠소."
모세의 대사는 다시 한 번 간청을 했다.
"우리는 정해진 길밖에 걸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 가축이 폐하의 땅의 물을 한 모금이라도 마셨을 때는 그 물값을 어김없이 다 물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에돔 왕은 허락해 주지 않았다. 모세의 대사가 힘없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오자 에돔 왕은 강한 군대를 많이 자기 땅 둘레에 풀어놓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지키게 했다.
모세는 자기 대사의 보고를 받고 할 수 없이 에돔에서 떠나 길을 돌아 호르 산에 이르렀다.
에돔 왕에게 길을 부탁하는 모세의 사자들
하나님께서는 이 호르 산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론은 이 호르 산에서 죽어 조상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내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준 땅으로는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므리바 물에서 나를 거슬렀기 때문이다. 모세야, 너는 아론과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 산으로 올라가라. 거기서 아론의 옷을 벗겨서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혀라."
모세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아론과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 산으로 올라갔다.
그 산 위에서 모세는 아론이 입었던 제사장의 옷을 벗겨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니 아론은 산꼭대기에서 죽었다. 모세와 엘르아살이 산에서 내려오니 사람들은 아론이 죽은 것을 알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30일 동안 죽은 아론을 위하여 애곡을 했다.
아론의 죽음
그 후 남쪽에 살고 있던 가나안 사람인 아랏 왕에게 급한 소식이 전해 왔다. 그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다림의 길을 걸어온다는 것이었다. 곧 아랏 왕은 군대를 풀어 이스라엘 사람들을 공격하고 포로를 사로잡기까지 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께 맹세하여 부르짖었다.
"만약 하나님께서 저 백성을 우리들에게 넘겨 주신다면 우리들은 그들의 성을 공격하여 멸망을 시키겠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 부르짖음을 들으신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공격하여도 좋다고 허락해 주셨다. 곧 이스라엘 사람들은 일어나 그들을 무찌르고 그들이 사는 마을을 부수어 버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시 에돔을 피해 멀리 돌아가기 위하여 호르 산에서 홍해쪽으로 나와 길을 걸었다. 지치고 지친 이스라엘 사람들은 또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찌하여 우리들을 애굽에서 데리고 나와 이런 거친 벌판에서 죽게 합니까? 이 곳은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맛없는 빵은 목을 넘어가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원망하는 소리가 하나님의 귀에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들의 원망의 소리는 가라앉기는커녕 하나님과 모세에 대한 욕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소리였다.
하나님의 노여움은 터지고 말았다. 그 순간 이스라엘 사람들의 눈 앞에 처음 보는 일이 벌어졌다. 빨간 불뱀이 기어오더니 마구 이스라엘 사람들을 물었다. 이곳 저곳에서 사람 살려 달라는 비명을 지르다가 숱한 사람들이 벌판에 쓰러져 죽었다.
불뱀은 사라지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이스라엘 사람들을 물어 죽였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기네가 하나님께 죄를 지은 것을 뉘우쳤다. 그래서 모세에게 달려가 울면서 호소했다.
"우리는 함부로 하나님과 당신께 불평을 말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하나님께 기도하여 저 불뱀을 없애 주십시오."
모세와 구리뱀,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 프랑스)가 그린 유화.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모세가 기도를 올리자 하나님께서는 그 불뱀을 없애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하나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구리로 뱀을 만들어 장대 끝에 걸었다. 그때부터 불뱀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질 뿐만 아니라 불뱀에 물린 사람들도 그 구리뱀을 보고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이런 재앙을 겪고 나서도 이스라엘 사람들의 고된 유랑의 길은 계속되었다. 에돔의 서쪽을 돌아 모압의 나라 서쪽 끝을 지나서 아모리 사람들의 나라에 도착했다. 그 곳에 장막을 치고 모세는 대사를 아모리 사람의 왕 시혼에게 보냈다.
모세의 대사가 시혼 왕을 만나 간청했다.
"전하의 나라를 지나가게 해 주십시오. 우리는 밭과 포도밭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또 우물물도 마시지 않겠습니다. 전하의 나라를 다 지나갈 때까지는 정해진 길만 걸어가겠습니다."
그러나 시혼 왕은 이 청을 거절할 뿐만 아니라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나와 야하스라는 벌판에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겨루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과 대항하여 싸워 이겼다. 그리고 아모리 사람들의 땅을 빼앗고 그 마을에서 살게 되었다. 다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산이란 곳으로 가서 거기서도 싸워 그곳을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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