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황소 위의 여인
황소를 탄 여인. 1984년 영국에서 발행된, 제 2대 유럽 의회 선거 기념 우표의 도안을 본 유럽인들은 이 여인이 유럽의 어머니 에우로파임을 잘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그리스 신화에 식견이 있는 유럽인이어야 한다. 에우로파(EUROPA)는 유럽이라는 단어의 기원을 제공한 신화적인 여인으로 제우스 신을 사랑에 빠지게 한 페니키아 (우리말 성경에는 베니게로 표현되어 있으며 지금의 레바논에 해당되는 나라) 왕 아게노의 딸이다. 에우로파의 미모에 반한 제우스 신은 황소로 변하여 에우로파를 등에 타게 한 뒤 지중해를 건너 크레테(우리말 성경에는 그레데로 표시된 섬으로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던 도중 머물렀던 곳)섬으로 도망을 갔고 거기서 미노스 등의 아들을 낳았다. 미노스는 바로 유럽 문명의 기원이 되는 미노아 문명 (에게문명)을 건설한 전설적 인물이다. 그리스인들은 이 전설을 남기면서 자신들의 땅과 북서쪽의 대륙을 유럽이라 부르고 있었다.
1984년 영국에서 발행된 2대 유럽 의회 기념 우표. 유럽의 어머니 에우로파를 도안하였다.
그러니 하나의 유럽을 향하는 길목에서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를 기념하는 우표에 유럽의 어머니격인 에우로파와 유럽의 아버지격인 제우스 신 (황소)을 모신 것은 자식의 도리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서울 장충동을 가보면 하다못해 족발집들도 저마다 `원조'나 `시조'임을 내세워 전통을 과시한다. 하물며 전통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나 제국들이 자신의 전통을 과시할 수 있는 상징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경에서도 위대한 제국들을 상징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구약 성경 다니엘은 인류 역사상의 주요한 제국들을 짐승들로 표현해 보여주고 있다. 다니엘은 유대 나라가 중동 전체를 휩쓸던 대제국 바벨론에 멸망하였을 때(기원전 600년경) 바벨론으로 끌려간 유대인 선지자이다. 다니엘은 기원전 555년에 이 짐승들의 환상을 보았는데 큰 바다에서 짐승 넷이 차례로 나오는 환상이었다. 이 네 짐승은 또한 50여년 전에 다니엘이 해석해 준 느부갓네살 왕의 꿈을 보충설명하는 것이었다. 느부갓네살은 네 제국을 표현한 거대한 신상의 꿈을 꾸었다. 그 우상의 머리는 정금이요, 가슴과 팔들은 은이요,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 그 종아리는 철이요 그 발은 얼마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이었다. 다니엘은 이들 다른 물질로 된 신체 부위가 바벨론으로 시작하여 세계를 다스릴 왕 또는 나라들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상의 각 부위에 해당하는 짐승들의 환상들은 다음 순서로 나타났다. "첫째는 사자와 같은데 독수리의 날개가 있더니 ......"(다니엘 7:4) 다니엘이 본 환상 중 첫째 짐승이 바벨론 곧 신상의 금머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은 독일의 베를린 박물관에 있는 바벨론 유적 중 이슈타르 문 ( 옛 바벨론 궁전의 입구) 양쪽 벽에 벽돌 부조된 120마리의 사자와 이라크의 바벨론 제2궁전 유적에 있는, 사람을 깔아뭉개고 서 있는 사자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두번째 짐승은 곰이었다. "다른 짐승 곧 둘째는 곰과 같은데 그것이 몸 한편을 들었고 그 입의 잇사이에는 세 갈빗대가 물렸는데 ....."(다니엘 7:5)
바벨론을 이은 메대 . 바사(페르시아)제국이 곰을 제국의 상징으로 했다는 기록이나 증거는 없지만 곰의 잇사이에 물린 `세 갈빗대'는 메대 . 바사에 의해 패망한 리디아, 바벨론, 이집트 세 왕국을 나타내는 것으로 라킨 목사는 「 시대의 진리 」에서 해석하고 있다. 신상 부위 중 은으로 된 가슴과 팔에 해당하는 메대 .바사 제국은 그 움직임이 곰처럼 육중하였으며 용맹이나 빠른 전술보다는 방대한 수의 군대를 투입하여 적을 압도하였다고 한다.
다니엘은 메대 . 바사 제국에 대해서 2년 후에 또다른 짐승의 환상을 보기도 했는데 이는 곰의 환상을 보충하는 환상이었다. "강가에 두 뿔 가진 수양이 섰는데 그 두 뿔이 다 길어도 한 뿔은 다른 뿔보다도 길었고 그 긴 것은 나중에 난 것이더라 내가 본즉 그 수양이 서와 북과 남을 향하여 받으나 그것을 당할 짐승이 하나도 없고 "(다니엘 8: 3-4) "두 뿔 가진 수양은 곧 메대와 바사 왕들이요"(다니엘8:20) 더 긴 뿔이 상징하는 바사는 메대보다 나중에 일어난 세력이었으며 메대와 바사의 힘의 차이를 상징하는 길이가 다른 뿔의 관계는 몸 한편을 든 곰과 맥이 통한다. 또한 서와 북과 남을 향하여 받은 수양은 세 갈빗대를 문 곰과 통하는 내용이다. 숫양이 메대 . 바사 왕국의 상징이었다는 것은 앞면에는 숫양의 머리가 뒷면에는 비스듬이 의지한 숫양이 새겨져 있는 바사의 주화가 발견됨으로써 증명이 되기도 했다. 또한 바사 왕이 왕관 대신해 보석으로 장식한 숫양 머리 모양의 황금관을 쓰고 그의 군대 앞에서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을 책에서 볼수 있다. 젠다베스타(바사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경전) 속에서도 바사의 수호신인 이제드 베흐람이 맵시있는 발과 뾰족한 뿔을 가진 숫양으로 언급되어 있다 한다.
신상의 세째 부위 즉 놋으로 된 배와 넓적다리에 해당하는 셋째 짐승은 "표범과 같은 것이 있는데 그 등에는 새의 날개 넷이 있고 그 짐승에는 또 머리 넷이 있으며 또 권세를 받았으며"(다니엘 7:6)라고 묘사되어 있다. 바사 제국을 멸망시킨 알렉산더 대왕의 헬라 제국은 표범같은 빠른 속도의 기동력이 강점이었다고 한다. 표범의 네 머리는 헬라 제국이 그의 부하 장군들에 의하여 이집트, 시리아, 트라키아, 마케도니아의 네 왕국으로 분열되었음을 나타낸다.
다니엘은 숫양의 환상을 볼 때 숫염소의 환상도 보았는데 이는 표범의 나라 헬라 제국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 한 수염소가 서편에서부터 와서 온 지면에 두루 다니되 땅에 닿지 아니하며 그 염소 두 눈 사이에는 현저한 뿔이 있더라 그것이 두 뿔 가진 수양 곧 내가 본 바 강 가에 섰던 양에게로 나아가되 ...... 숫양을 땅에 엎드러뜨리고 짓밟았으나 능히 수양을 그 손에서 벗어나게 할 이가 없었더라 수염소가 스스로 심히 강대하여 가더니 장성할 때에 그 큰 뿔이 꺾이고 그 대신에 현저한 뿔 넷이 하늘 사방을 향하여 났더라" (다니엘 8:5-8) "털이 많은 수염소는 곧 헬라 왕이요 두 눈 사이에 있는 큰 뿔은 곧 그 첫째 왕이요 이 뿔이 꺾이고 그 대신에 네 뿔이 났은즉 그 나라 가운데서 네 나라가 일어나되 그 권세만 못하리라" (다니엘 8: 21-22) 실제로 염소는 헬라 제국의 근원지인 마케도니아의 국가적 상징이었으며 그 나라의 주화에도 새겨져 있고 마케도니아의 수도는 `에게' 즉 염소의 도시라 불리웠다. 헬라 제국은 메대 . 바사의 입장에서 보면 서쪽 제국이었다. 이 제국은 기원전 333년에 메대 .바사를 멸망시켰는데 헬라의 큰 현저한 뿔 알렉산더는 불과 그의 나이 33세 때 죽고 다니엘이 본 예언적 상징대로 네 뿔 즉 분열 헬라 제국이 탄생했었다.
신상의 넷째 부위, 철로 된 종아리 및 철과 진흙이 섞인 발과 발가락에 해당하는 짐승은 지상에서 볼 수 있는 특정한 짐승에 비유되어 있지 않다. " 네째 짐승은 무섭고 놀라우며 또 극히 강하며 또 큰 철 이가 있어서 먹고 부숴뜨리고 그 나머지는 발로 밟았으며 이 짐승은 전의 모든 짐승과 다르고 또 열 뿔이 있으므로" (다니엘 7:7) "네째 짐승은 곧 땅의 네째 나라인데 이는 모든 나라보다 달라서 천하를 삼키고 밟아 부숴뜨릴 것이며 그 열 뿔은 이 나라에서 일어날 열 왕이요 그 후에 또 하나가 일어나리니 그는 먼저 있던 자들과 다르고 또 세 왕을 복종시킬 것이며 "(다니엘 7:23-24) 이 넷째 짐승에 관해서는 성경에 명시적으로 어떤 나라일 것이라는 기록이 없다. 다니엘이 환상을 본 때가 기원전 550년경이라 할 때 그후 200년이 지난 후에 일어날 헬라 제국까지를 이름까지 대가며 지적했다는 사실은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네번째 제국은 형상도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국이 걸을 길도 대단히 복잡하였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헬라 제국을 이은 제국으로서 극히 강한 제국을 찾아보면 자연스럽게 로마 제국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로마 제국은 지금까지 등장한 바벨론, 바사, 헬라 제국들에 비하면 역사도 훨씬 길고 제국의 영역도 훨씬 넓었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이 로마 제국이 몇 단계의 발전(?)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니엘이 본 열 뿔 가진 짐승의 환상. 환상 중 네번째 짐승이므로 바벨론, 바사. 헬라를 잇는 제국 로마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상의 신체 부위로 상징한 로마를 보면 "네째 나라는 강하기가 철 같으리니 철은 모든 물건을 부숴뜨리고 이기는 것이라 철이 모든 것을 부수는 것같이 그 나라가 뭇 나라를 부숴뜨리고 빻을 것이며 왕께서 그 발과 발가락이 얼마는 토기장이의 진흙이요 얼마는 철인 것을 보셨은즉 그 나라가 나누일 것이며 " (다니엘 2:40-41)라고 했다. 로마가 철과 같은 과정을 겪을 때도 있지만 철과 진흙이 섞인 과정 즉 나누이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로마는 동로마와 서로마로 나뉘었으며 그 후 역사에서도 신성로마 제국, 제3로마 제국을 표방하는 제국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처음 로마와 같은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다.
그러면 짐승으로 상징된 로마에서 열 뿔은 로마 역사에서 어떤 단계에 해당하는가? 또 그 후에 일어나는 또 하나의 뿔은 어떤 세력을 말함일까? 이런 의문 때문에 우리는 역사를 훌쩍 뛰어넘어 현재와 미래의 유럽을 바라보게 된다. 물론 `모든 근대사는 로마라는 강물에서 탄생했다'는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세력들이 `이 나라에서 일어날 열 왕'의 후보 자격은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광된 로마 제국의 주 근거지가 유럽이었으니 유럽을 주시해 보지 않을 수 없던 차에 마침내 유럽은 1957년에 로마에서 유럽 통합을 지향하는 로마조약을 맺어 EEC(유럽 경제 공동체)를 탄생시켰고 1993년 11월 1일부터는 유럽 통합 조약을 발효하여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초대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살펴본 성경 속의 상징과 제국의 역사의 관계에 부합하는 힌트가 하나 있다. 성경을 훌쩍 넘겨 다니엘에서 요한계시록으로 가보면 다니엘에 제시된 네번째 짐승을 연상시키는 짐승에 관한 형상이 나타난다. "내가 보니 여자가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승의 몸에 참람된 이름들이 가득하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며 .....열 뿔은 열 왕이니 아직 나라를 얻지 못하였으나 다만 짐승으로 더불어 임금처럼 권세를 일시 동안 받으리라 저희가 한 뜻을 가지고 자기의 능력과 권세를 짐승에게 주더라 저희가 어린 양으로 더불어 싸우려니와 " (요한계시록 17: 3- 14)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짐승 탄 여인의 환상
다니엘에 설명된 넷째 짐승의 형상 중 열 뿔과 그 이후를 보충설명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 내용에서 `붉은 빛 짐승을 탄 여자' 가 새로 등장하는데 이는 서두에서 말한 유럽의 상징 `황소 탄 여인 에우로파'를 연상케 한다. 황소로 변한 그 제우스 신 또한 어린 양과 싸우리라는 가장 극악한 마지막 제국과 관계가 없어보이지 않는다. 성경에서 적그리스도의 그림자로 묘사되어 있는 분열 헬라 제국의 안티오크스 에피파네스는 3년 동안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나님에 대한 제사를 폐하고 제우스 신에게 제물을 드리도록 했었다. 물론 제우스 신이 열 뿔을 가졌던 신이라는 기록은 보지 못했다.
아직도 열 뿔의 로마가 어떤 세력 분포로 형성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럽 통합은 눈여겨볼 만한 사건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 TIME 」에 실린 `황소 위의 여인' 컷. 유럽 통합을 기념하는 1991년 12월 9일 특집 기사에 실렸다.
1994년 1월호에서
[출처] 유럽과 황소 위의 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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