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나라'
1. 다니엘의 등장
다니엘의 등장은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 다니엘은 14세의 어린 나이에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가 된 이유는 그들의 우상 숭배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에서 비롯되었다. 다니엘서 1장 초두에 나오는 1,2절은 다니엘서가 역사적 사건의 진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다 왕 여호야김이 위에 있은지 3년에 바벨론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그것을 에워쌌더니"라는 서두로 시작하고 있는데 이같은 이 당시의 연대는 주전 605년경임을 증거해 준다.
그리고 다니엘의 활동 기간은 "다니엘은 고레스 왕원년까지 있으니라"는 말씀으로 미루어 주전 526년경까지의 약 78년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2장의 계시는 주전 603년경에 있었던 일이다. 다니엘에게는 함께 포로로 잡혀 온 세 친구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율법에 열심이 있는 소년들이며 생명을 다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 앙의 사람들이었다. 하나님은 이들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바벨론을 통치하게 하여 유대인들의 종교 생활과 종교적 활동을 자유롭게 하였고 하나님이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역대 국가들의 흥망성쇠가 하나님의 다스리심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나타내 보이셨다.
하나님께서는 이같은 일을 특별히 다니엘을 통해서 더 많이 나타내셨다. 다니엘은 느부갓네살 왕의 꿈 해석을 시발점으로 하여 자신도 이해 할 수 없는 환상(幻像)을 계속적으로 보게 되었다. 그 환상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최종적인 운명과 연관된 것들이며 이 계시는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온 유대인들에게 장차 나타날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소망을 심어 주었다. 다니엘서의 독특한 메시야 사상은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커다란 소망을 안겨 준 셈이다. 다니엘의 등장은 마치 사도 요한의 경우와 비슷하다.
사도 요한이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의 증거를 인하여" 밧모섬에 유배되어 "요한계시록"을 쓰게 되었다면 다니엘은 다니엘서를 기록하기 위한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갔다. 요한이 특히 교회를 위해서 요한계시록을 기록했다면 다니엘은 유대인들을 위해 다니엘서를 기록 했다. 요한계시록이 교회를 위해 인류의 종말에 관한 계시를 보여 주신 것이라면 다니엘서는 인류의 종말에 있어서 유대인들의 남은 자들의 최종적인 구원을 위해 보여주신 것이다.
2. 느부갓네살 왕의 꿈
다니엘서에서 계시해 주는 모든 문제의 발단은 느부갓네살 왕의 꿈에서 비롯된다. 느부갓네살 왕이 꾼 꿈은 다니엘서 전체의 출발점이며 앞으로 계속되는 계시는 바로 이 2장에 나오는 왕의 꿈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느부갓네살 왕이 위에 오른지 2년 되는(주전 603년경) 어느 날 왕은 한 꿈을 꾸게 되었다. 왕은 장래 일을 생각하면서 침상에 들게 되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거대한 제국(帝國)을 건설한 느부갓네살 왕은 자신 의 왕국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 더욱 번창하고 그 세력이 확장될 바벨론의 새로운 설계도를 마음에 계획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왕의 생각이요 이 모든 일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이날 밤 그에게 꿈으로 바벨론 제국의 운명과 아울러 앞으로 전개될 인류의 역사를 보여 주시면서 이 꿈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최종적인 구원의 소망과, 세계를 지 배하는 역대의 왕국은 무너지고 그 위에 세워질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하나님의 거대한 구상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다. 왕의 이 같은 꿈은 결국 다니엘에 의해서만 해석될 것임을 하나님은 예정하셨으므로 느부갓네살 왕의 꿈은 우연한 개인적인 꿈이 아니요 다니엘에 의해 기록되어 후세에 남겨질 하나님의 말씀으로 섭리하셨던 것이다.
꿈의 내용으로 말미암아 심히 번민하고 그 해석을 알기를 간절히 바라는 왕의 조급한 마음은 결국 왕이 꾼 꿈의 내용과 그 해석을 왕에게 고하지 못하는 바벨론의 모든 박수와 술객들과 점쟁이와 술사들을 죽이라는 왕명이 내려지기까지 하였다. 이때 다니엘은 세 친구들과 더불어 이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께 기도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같은 그들의 기도를 기쁘게 여기시고 밤에 이상으로 그 꿈의 내용을 다니엘에게 보여 주셨다. 다니엘이 느부갓네살 왕 앞으로 가서 왕에게 들려준 꿈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왕이여 왕이 한 큰 신상을 보셨나이다. 그 신상이 왕의 앞에 섰는데 크 고 광채가 특심하며 그 모양이 심히 두려우니 그 우상의 머리는 정금이요 가슴과 팔들은 은이요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 그 종아리는 철이요 그 발은 얼마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이었나이다. 또 왕이 보신즉 사람의 손 으로 하지 아니하고 뜨인 돌이 신상의 철과 진흙의 발을 쳐서 부숴 뜨리 매 때에 철과 진흙과 놋과 은과 금이 다 부숴져 여름 타작마당의 겨같이 되어 바람에 불려 간 곳이 없었고 우상을 친 돌은 태산을 이루어 온 세계에 가득하였었나이다" = 단 2:31-35 =
3. 꿈에 나타난 계시의 문제점
느부갓네살 왕이 침상에서 이상으로 본 꿈을 해석한 다니엘은 왕의 경탄을 받기에 족했고 왕은 다니엘이 말해준 꿈의 해석에 전적인 신뢰 를 보냈다. 다니엘은 이 일로 인하여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들어 냈으며 다니엘 자신은 바벨론 온 도(道)를 다스릴 수 있는 총리가 되었고 그의 세 친구도 바벨론 도의 일을 다스리는 높은 직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왕의 꿈에 나타난 이상이 후대에 신학자들에 의해 여러 갈래의 해석을 만들어 냈으며 이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의 결론을 가져온 것이다. 꿈에 나타난 우상의 모습에서 머리로부터 종아 리까지는 해석상의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그 발에 가서 문제가 제기 된 것이다.
① 신상의 발은 몇 번째 나라인가?
신상의 맨 밑에 자리잡고 있는 발(철과 진흙이 섞인 발)이 종아리에 속한 나라의 계속인가? 아니면 별도의 나라인가? 하는 문제는 다니엘서 2장의 해석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 이 문제는 말하자면 신상에 나타나 있는 제국이 다섯 나라냐? 아니면 네 나라냐? 이다. 만약 "네 나라"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이 신상은 로마 시대에 무너져 버렸으며 아울러 "뜨인 돌"은 초림의 메시야를 의미하게 되고 "우상을 친 돌은 태산 을 이루어 온 세계에 가득하였었나이다"고 하는 새로운 나라는 메시야 왕국인 것이 아니라 신약의 "교회 시대"를 의미해 주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따라서 이같은 해석을 상징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고 만약 "다섯 나라"라면 나머지 한 나라는 로마 이후에 등장할 나라인데 이 나라는 소위 "재생 로마"라고 불리는 "열 뿔"의 국가를 의미하며 이 나라의 등장은 인류의 종말에 최종적으로 등장하는 적그리스도의 제국(帝國)을 의미하게 된다. 아울러 "뜨인 돌"은 자연히 재림의 메시야를 의미하게 되고 새로운 왕국은 종말적인 메시야 왕국 곧 "천년왕국"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해석은 종말론적 해석이 된다. 이것을 다음과 같은 표로 나타내 본다.
신상의 국가들 |
상징적 해석 |
종말론적 해석 |
연대 |
머리 |
바벨론 |
바벨론 |
주전606-538 |
가슴과 두팔 |
메대바사 |
메대바사 |
주전538-330 |
배와 넓적다리 |
헬라 |
헬라 |
주전330-147 |
종아리 |
로마 |
로마 |
주전147 |
발 |
로마의 10황제 |
적그리스도의 10뿔 |
로마시대 |
뜨인돌 |
초림의 메시야 |
재림의 메시야 |
로마시대로 끝남 |
② "뜨인돌"이 초림의 메시야냐? 재림의 메시야냐?
뜨인돌이 초림의 메시야냐? 아니면 재림의 메시야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신상에 나타난 나라가 네 나라냐, 아니면 다섯 나라냐 하는 것과 똑같이 다니엘서 전반의 사건이 로마 시 대로 종식되느냐 아니면 인류의 종말까지 이어지게 되느냐의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초림의 메시야로 해석하는 경우, 그 다음에 새로운 세계로 등장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교회 시대"를 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재림의 메시야로 해석하는 경우, "하나님의 나라"는 자연히 종말론적인 메시야 왕국인 "천년왕국"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상의 종말이 그리스도의 초림이냐, 재림이냐는 문제는 신학적인 중요한 쟁점으로 교회 역사상 많은 논쟁의 초점이 되어 왔었다. 많은 신학자들이 다니엘서나 요한계시록을 상징적인 계시문학(啓示文學)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유가 다니엘서 2장의 "뜨인돌"을 초림의 예수 그리스도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뜨인 돌"이 초림의 그리스도냐, 재림의 그리스도냐에 따라 다니엘서나 요한계시록의 계시의 내용이 상징적이냐 아니면 종말론적이냐 하는 문제의 해답이 나오기 때문에 2장의 신상의 계시를 깊이 연구하고 신중히 다루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4. 상징적 해석의 모순점
① 신상에 나타난 역대의 제국은 분명 다섯 나라다.
32절과 33절에 나타난 나라들은 명백히 하나 하나 구분되어 있다. 처음에 등장한 나라는 정금이다. "그 우상의 머리는 정금이요"라고 나 타나 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왕은 곧 그 금 머리니이다"는 해석에서 이 나라가 바벨론을 의미하며 느부갓네살 왕을 지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단2:38). 두 번째 등장한 나라는 "가슴과 팔들은 은이요"라고 나타난 나라이 다. 이 나라에 대하여 "왕의 후에 왕만 못한 다른 나라가 일어날 것이"란 말에서 이 나라가 메대바사임을 알 수 있다(단2:39. 8:20). 세 번째 등장한 나라는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란 말에서 배와 넓 적다리로 상징되는 나라이다.
이 나라에 대하여 "셋째로 놋같은 나라 가 일어나서 온 세계를 다스릴 것이며"란 말에서 이 나라가 메대바사 다음에 등장하는 헬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단8:21). 네 번째 등장한 나라는 "그 종아리는 철이요"란 말에서 이 종아리로 상징되는 제국은 바로 로마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 대하여 "철이 모든 것을 부수는 것 같이 그 나라가 뭇 나라를 부숴뜨리고 빻을 것"이라고 했다(단2:40). 다음에 등장한 나라는 순서상 다섯 번째 나라임이 분명하다. 이 다섯번째 나라에 대하여 "그 발은 얼마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이었나이 다"라고 말씀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는 다른 네 나라와 그 양상이 좀 다르게 나와 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거대한 제국은 역대의 네 나라와 같이 단일적(單一的)인 제국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분 열된 여러 나라의 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그리고 이 나라는 다양한 인종들이 합쳐져서 연합국가를 이루는데 그들 중 얼 마는 철처럼 강력한 나라도 있고 또 얼마는 진흙처럼 부숴질만한 미약 한 나라들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 준다(단2:41-43). 이 나라에 대하여 단7:7절에서는 "열뿔"로 나와 있고 이 제국을 실질적으로 다스릴 왕으로 단7:8절에서 "다른 작은 뿔"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하여 단7:24절과 계17:12절에서 "열 뿔은 열 왕"이라 하였고 이들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왕으로 "짐승"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 짐승이야말로 인류의 최종말에 등장할 바로 그 "적그리스도"인것이다(단7:25. 계17:13).
② 종아리 시대와 발 시대는 구별된 시대이다.
종아리 시대와 발 시대를 하나로 보는 이유는 다섯 번째 등장하는 나라를 역사에서 연결시킬 다른 나라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섯 번째 나라가 로마에 속한 나라가 아니라면 "뜨인 돌"의 심판이 초림의 그리스도일 수가 없다. "뜨인 돌"이 초림의 그리스도가 아니라면 재림의 그리스도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그들이 신봉하는 상징적 해석이라는 신학이 무너져 버리게 된다. 그러나 만약 종아리 시대와 발 시대가 동일한 로마 시대를 의미한다면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예수님의 초림의 시기는 주후 476년이 아니면 주후 1453년경이라야 한다. 왜냐하면 "뜨인돌"이 초림의 메시야라면 예수님은 로마를 멸망시킨 주인공으로 예수님에 의해 로마가 무너 져야 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로마가 멸망한 시기는 서 로마가 주 후 476년이요 동 로마가 주후 1453년이었다. 그러므로 신상의 종말은 예수의 초림이나 신약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세우시는 한 나라"가 세워지는 신상(神像)의 마지막 시대는 종아리로 상징된 로마 시대가 아니라 "철과 진흙의 발과 발가락"으로 상징된 "열 뿔" 시대이다. 단2:44절에 나오는 "이 열왕(列王)의 때" 란 한 시대에 공존(共存)하는 여러 나라들을 총칭하는 표현이지 역사적으로 계승된 로마의 황제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③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는 과정
"뜨인돌"이 우상을 지탱한 나라들을 멸하고 새롭게 세워진 이 나라에 대하여 "하나님이 세우시는 나라"라고 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영원히 망하지도 아니할 것이요 그 국권이 다른 백성에게로 돌아가지도 아니할 것이요 도리어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하고 영원히 설 것이라" 고 말씀해 준다. 이 나라가 세워지는 경위에 대하여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한다"고 했다. "쳐서 멸한다"는 말은 무력적인 정복이나 어떤 절대적인 권능에 의한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지 복음이 세상 나라들을 쳐서 멸한다는 말은 아니다. 복음은 세상 권세나 세상 나라들을 쳐서 멸하는 일로 이 땅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지 않는다.
복음은 세상 나라들을 무력으로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지금 이 세상은 복음에 의해 세상 나라들이 정복당하여 이 땅위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 나라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 나라들은 여전히 복음에 도전하고 있다. 복음으로 형성되는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 권세와 투쟁하여 그 권세를 이김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전도와 회개의 영적 역사로 온 세계로 확장되어 나간다.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하고 영원히 설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말미암은 새로운 왕국의 탄생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성경 여러 곳에서 증거해 준다.
"내가 또 밤 이상 중에 보았는데 인자 같은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 적부터 항상 계신 자에게 나아와 그 앞에 인도되매 그에게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주고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각 방언하는 자로 그를 섬기게 하였으니 그 권세는 영원한 권세라 옮기지 아니할 것이요 그 나라는 폐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 단 7:13-14 =
위에 인용된 말씀은 "뜨인돌"이신 예수님에 의해 세워질 새로운 왕국이 어떻게 영원히 망하지도 아니하고 그 국권이 다른 백성에게로 돌 아가지도 아니할 하나님의 나라인가에 대한 바른 해답을 준다. 하나님의 나라는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가 하늘 구름을 타고 오실 때, 이 지상의 모든 나라들은 "그의 입에서 이한 검이 나오니 그것으로 만국을 치겠고 친히 저희를 철장으로 다스리는" 그 권세로 멸망을 받게 되며 그 터전 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신다(계19:15).
이때 멸망 받을 나라들이 "신상의 철과 진흙의 발"을 이루고 있는 나라들이며 이 나라들이 재림하시는 주님의 입의 검으로 멸망을 받게 될 때 바벨론의 금 머리로부터 지속되어 온 이 세상의 인류의 역사는 끝장이 나고 성도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는 새로운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역사인 신상(神像)의 발을 쳐서 부숴뜨려 멸하는 "뜨인돌"은 초림의 그리스도가 아니라 재림의 그리스도이시다.
5. "하나님의 나라"와 "70 이레"와의 관계
다니엘서 2장과 9장은 서로의 해석을 보완(補完)하는데 있어서 밀접 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2장에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역사의 시발점을 바벨론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으며 9장에서는 "예루살렘의 중 건령"으로부터 "70 이레"가 시작된다. 이 기간의 차이는 150여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70 이레"의 끝은 곧 메시야 왕국이 세워지는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2장의 "뜨인 돌"로 인한 인류의 종말과 동일하며 그 후에 이같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된다.
우리는 2장에서 로마 후에 "철과 진흙이 섞인 발"로 등장하는 마지막 나라가 "열 뿔"이며 이 나라의 왕으로 온 세계를 지배할 작은 뿔이 바로 적 그리스도인 것처럼, 9장에서 마지막 "한 이레" 기간 동안 많은 사람으로 더불어 굳은 언약을 정하는 자가 2장의 바로 그 적 그리스도 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2장에서 로마와 마지막 "열 뿔"과의 역사적 간격이 미지수인 것과 같이 9장의 "69 이레"와 나머지 "한 이레"도 "장차"라고 하는 미지수의 역사적 간격(歷史的間隔)을 두고 있다. 이것을 보완적으로 서로 연결시키면 아래 같은 도표를 형성할 수 있다. 아래 도표에서 ① ② ③ ④ ⑤ 는 2장에 나타난 신상의 각 시대별 연대를 나타내고 있으며 그 아래 부분은 9장의 "70 이레"를 도표로 표시한 것으로 이 둘을 서로 연결시켰다.
신상의 시대 구분과 70 이레와의 관계
신상의 해석에 나타난 시대의 도표 (단2:38-45)
6. 2장의 마무리
① 상징적 해석과 상징적 표현
다니엘서에는 상징적 표현의 계시가 여러 곳에 있다. 그러나 그 계시를 상징적으로 해석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상징적 표현은 그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을 뿐 결코 그 내용 자체가 상징적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에 상징성은 혹 있지만 그것을 이유로 내용 자체를 상징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그 표현이 상징적이기 때문에 상징적 표현에서 실제적 사건의 실체를 발견하는 해석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상징적 표현에 대한 실제적 해석이 성경 어디엔가 나타나 있다.
<예 1> 상징적 표현 : "그 우상의 머리는 정금이요" (단 2:32) 실제적 해석 : "왕은 그 금 머리니이다" (단 2:38)
<예 2> 상징적 표현 : "여름 타작마당의 겨같이 되어 바람에 불려 간 곳이 없었고 우상을 친 돌은 태산을 이루어 온 세계
에 가득하였었나이다" (단 2:35)
실제적 내용 : "이 열왕의 때에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를 세우시리니 이것은 영원히 망하지도 아니할 것이요 그 국권
이 다른 백성에게로 돌아가지도 아니할 것이요 도리어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하고 영원히 설 것이라"
(단2:44)
<예 3> 상징적 표현 : "내가 눈을 들어본즉 강가에 두 뿔 가진 수양이 섰는데 그 두 뿔이 다 길어도 한 뿔은 다 른 뿔보
다도 길었고 그 긴 것은 나중에 난 것이더라" (단 8:3)
실제적 내용 : "네가 본 바 두뿔 가진 수양은 곧 메대와 바사왕들이요 (단 8:20)
<예 4> 상징적 표현 : "여자가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승의 몸 에 참람된 이름들이 가득하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며" (계17:3)
실제적 표현 : "네가 보던 열 뿔은 열 왕이니" (계 17:12. 단 7:24)) (여기서 단7:7절에 나오는 짐승은 인류의 종말에 나오
는 짐승과 동일한 적그리스도이며 그 자가 등에 업은 열 뿔이 종말에 적그리스도의 배경 세력으로 등장할 열
나라들 임을 알게 된다)
② 우상을 이루고 있는 다섯 나라
우상을 이루는 나라는 네 나라가 아니라 다섯 나라이다. 아울러 발과 발가락은 로마의 열명의 역대 황제(歷代皇帝)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로마 후에 그리스도 재림시에 등장할 새로운 왕국들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어떤 글이건 그 글의 해석은 문장적 해석법에 따라야 한다. 그글에 표현된 내용을 문장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장적 해석법이다. 성경은 하나님에 의해 기록된 완전한 문장이다. 오류도 있을 수 없고 부족함이나 엉뚱한 논리 전개도 없다. 다만 우리가 읽어서 알 수 있고 깨달 을 수 있고 순종할 수 있도록 쉽고 명료하게 문장적으로 기록하셨다.
단2:32,33절에 기록된 우상의 나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번째 나라로 "그 우상의 머리는 정금이요"라고 했다. 두번째 나라로 "가슴과 팔들은 은이요" 세번째 나라로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 네번째 나라로 "그 종아리는 철이요"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에 "그 발은 얼마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이었나이다"라고 말씀했다. 여기서 "종아리와 발"은 완전히 독립된 상태에서 별개의 나라를 상징하는 몸의 부위(部位)로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넓적다리와 종아리가 몸의 다른 부위인 것처럼 종아리와 발은 신체의 다른 부위임에 틀림없다. "가슴과 팔"이나 "배와 넓적다리"는 서로 신체의 다른 부분이긴 하지만 그러나 문장적으로 하나로 합쳐서 "가슴과 팔은 은이요"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라고 표현함으로 둘을 하나의 나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종아리와 발은 서로 완전히 독립된 상태에서 서로 서로를 별개의 나라들로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③ 41절의 올바른 해석
종아리와 발을 다른 나라로 해석하는 경우, 44절에 등장하는 하늘의 하나님이 세우시는 "한 나라"가 인류의 종말에 등장할 메시야 왕국(千 年王國)으로 보아야 하는데 철과 진흙으로 된 발 시대가 인류의 종말에 등장하는 나라라면 종아리와 발 시대의 역사적 간격이 너무 멀기 때문에 그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발을 로마 외에 다른 나라로 해석할 근거가 전혀 없으며 만약 다른 나라로 해석한다면 "뜨인 돌"을 초림의 그리스도로 해석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부득불 신상의 맨 나중에 등장하는 나라인 발을 종아리에 포함시켜 로마로 단정하고 "뜨인돌"을 초림의 메시야, 그 돌로 신상을 쳐서 세워진 "한나라"를 신약 시대의 교회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다니엘서 전부를 이같은 방식으로 밀고 나가며 심지어는 요한계시록의 해석에까지 이 방법을 적용시킨다. 이같은 해석이 다니엘서 9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함으로 9장의 해석마저 굽게 하고 있다. 단9:26절에서 "62 이레 후에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끊어져 없어질 것이며"란 말이 초림의 메시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 이후에 나오는 예언이 세상 종말에 관한 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신상이 무너졌기 때문에 초림의 그리스도 당시의 사건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심지어는 적그리스도의 언약으로 나오고 있는 "한 이레"까지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복음적 언약으로 해석하게 되며 27절의 상황을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진 신약 시대로 확대 해석하는 모순을 스스로 자아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신상은 종아리인 로마가 넘어진 후, 오랜 역사적 공백기간을 두고 있다. 69 이레가 되었을 때 초림의 메시야가 십자가에서 끊어져 없어진 후, "장차"(將次)라고 하는 기나긴 역사적 공백기간을 거치게 된다(단9:26,27). 그 다음 재림의 메시야가 오시기 "한 이레" 직전에 적 그리스도가 등장해야 하며 이 자에 의하여 "한 이레의 언약"이 맺어지게 되고 다시 오시는 그리스도께서 이자를 심판하심으로 세상의 종말이 오는데 이때에 다니엘서에서 결론 짓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는 것이다.
④ 44절에 나오는 "하나님의 나라"
44절에 나오는 하나님의 나라가 교회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다니엘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왜 그런 것인가? 원래가 다니엘서는 교회를 위해 주신 책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주신 책이기 때문이다. 다니엘서는 이처럼 유대인들에게 새로운 왕국의 소망을 주는 책으로 계시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같은 소망은 인류의 종말에 가서야 성취될 것이다.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교회 시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의 역사관이나 메시야관에는 그리스도의 초림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들의 하나님의 나라는 교회 시대를 뛰어 넘은 후에 세워질 것이다. 다니엘이 받은 계시가 신약 시대의 하나님의 나라를 가리킨 것이라면 그리고 이 다니엘서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있는 유대인들을 위로해 주며 그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의 약속으로 새로운 소망을 주는 책이라면 지금 유대인들은 이 계시대로 하나님의 나라인 교회를 이루는 핵심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이 "하나님의 나라" 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44절에서 말씀해 주는 "열왕의 때"는 로마의 역대 제왕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발가락이 여럿인 것처럼 많은 나라들이(列王) 공존하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어떻게 건설되는가?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하고 영원히 설 나라"라고 했다. "뜨인돌"이 칠 나라는 "이 모든 나라"로 바로 "이 열왕의 때"에 존재하는 열왕들을 의미한다.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한다"고 했다. 복음은 이 세상 나라의 열왕들을 쳐서 멸하지 않는다. 이 표현은 무력을 동반한 그들에 대한 최종적인 심판을 의미한다.
주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이 세상 나라를 "쳐서 멸하고" 그 위에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야 왕국"을 세우는 줄로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승천하시려는 주님께 "주께서 이스라엘을 회복하심이 이때니이까?"라고 물었다(행1:6). 예수님은 이같은 제자들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복음이 세상을 쳐부수고 하나님의 교회를 세운다는 성경 구절은 어디에도 없다. 이 세상을 쳐부수는 일은 오직 재림하시는 주님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 쳐부수는 무력적인 힘에 의해 이 세상의 열왕들이 심판을 받고 그 위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는데 이 나라가 곧 "천년왕국"인 것이다(계19:19-20). <민병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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