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사 [문학 편] #1 단테의 <신곡>
이탈리아 역사 53편에서부터 80편까지가피렌체의 정치사를 다뤘는데,
다음 도시국가로 넘어가기 전 꼭 이야기해드리고 싶었던 시리즈를 다뤄볼까 합니다.
바로 피렌체를' 꽃의 도시'로 만들어주었던 그 사건,서양의 중세와 근세를 구분하는 그 시기,
인류역사상 문화가 가장 융성하고역사의 전환점을 만들었던 그 열풍 바로 르네상스입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르네상스'라 함은'돌아가다' 혹은 '부활시키다' 라는 뜻입니다.
어디로 돌아가고 뭘 부활시킨다는 거죠?
바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말합니다.
서양의 중세시대에 이탈리아는도시국가로 분열되어 강대국들에게
늘 시달려야만 했는데, 따지고 보면 서양의모든 것들이 로마제국에서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이탈리아는 다름 아닌 그 로마의 발원지라고요.
그래서 이탈리아가 도시국가로 분열되어 있어도이탈리아인들은 늘 본인들이 로마인의
후예라는 점을 잊지 않고 자랑스러워했답니다.
로마에 대한 고전의 향수는 늘 가지고 살다가14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로마의 문화를부활시키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로마의 문화는 고대 그리스 문화를 계승하기에고대 그리스의 문화 역시 각광을 받았죠.
갑자기 어느 순간 고전에 대한 열풍이 터졌다기보단점차적으로 고전의 부흥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한순간 폭발적으로 피렌체 전역에 퍼지게 되죠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부터 시작해서 금융업과 모직업으로 갑부들이 워낙 많았기에문화예술 면에 투자를 많이 했답니다. 피렌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르네상스는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졌고 다른 유럽에도부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죠.
그 첫 스타트를 끊었던 분야가 문학이었고,르네상스의 총성을 울린 작품을 흔히들
단테의 <신곡>으로 평가합니다. 쉽게 말해 르네상스는 단테의 <신곡>으로부터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왜 그럴까요? 왜 다들 그렇게 단테의 <신곡>을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단테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단테의 풀네임은 단테 알리기에리,당연하겠지만 피렌체 출신입니다.나름 무시당하는 집안은 아닌 곳에서태어나 어릴 적부터 워낙에 문장이나학식 면에서 똑똑하고 총명하다보니까
일찍이 정계에 입문했고 그중에서도주로 외교활동 혹은 문서처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단테가 피렌체 정계에 있었을 당시피렌체는 공식적인 정부가 없는 상태에서
토착귀족들에 의해 운영되는'코뮌'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토착귀족들과 신흥상공인 계층 사이에서 대립이 극심해졌고 여기에친 황제파냐 친 교황파냐에 따라기벨린과 구엘프로 나뉘기도 했습니다.
구세력과 신세력이 싸우면 늘신세력이 이기잖아요. 문제는 단테가토착귀족 출신의 기벨린 파였다는 거죠.
결국 피렌체를 장악한 신세력의신흥상공인 계층들은 시뇨리아 자치정부를세우고 토착귀족들을 피렌체에서내쫓는 과정에서 단테도 추방당했습니다. 추방당한 단테는 이후 죽을 때까지피렌체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라벤나에서 살게 되는데, <신곡>을 저술한 건바로 이때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신곡>은 1314년 첫 출간을 시작으로1318년 최종 출간이 완료되었고 그로부터얼마 안 있어 1321년 단테는 죽습니다.
<신곡>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단테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을,
그리고 베아트리체의 안내로천국을 여행하는 환상문학이랍니다.
베르길리우스는 고대 로마 제국의아주 유명한 시인으로 기원 전 사람입니다.
단테는 평소 베르길리우스를 실제로가장 존경하는 문학인으로 생각했다고 하며
단테가 베르길리우스를 소환할 정도로당대 이탈리아 문단계는 로마 시대를
풍미했었던 대문학인들에게 빠져있었습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추방당하기 전짝사랑했던 여자랍니다. 둘이 연애를 했다거나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아니라 그냥단테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으며
단테는 베아트리체에게 한 마디 말도걸어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누군지도 몰랐을 거예요.미녀는 요절한다는 징크스를 깨지 못한
베아트리체는 일찍 죽는데 그러니까 단테는<신곡>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과
가장 사랑했던 여인을 부활시켜낸 거죠.
이게 기사도적 사랑이라고 유럽 중세에서는기사가 사랑해서는 안 되는 여자를사랑하거나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도무조건 짝사랑만 해야하는 쓰잘데기없는 간지이자 멋이자 관습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베르길리우스는지옥과 연옥만 여행시켜줄 수 있을 뿐 천국에 들어가질 못합니다.
베르길리우스가살아 있었을 당시의 로마는 기독교를국교화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라죠.
그러니까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이렇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옥은 생전에 죄를 짓고도 회개하지 않은영혼들이 응징되는 곳으로 총 9개의 지옥이 있습니다.
지옥에는 기독교를 믿지 않은 영혼들도 가기 때문에 지옥에는 호메로스, 소크라테스,
플라톤도 다 있습니다 . 아리스토텔레스랑은 지옥에서 대화하고 그럽니다.
지옥에서받는 벌은 지은 죄에 대응하는 컨트라피소적 형벌을 받게 됩니다.
지옥편에 나오는 구성도
연옥은 죄를 지었지만 회개한 영혼들,정죄를 하면 천국으로 갈 가능성이
주어지는 영혼들이 있는 곳입니다.
연옥에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7가지 죄악(교만/질투/나태/분노/탐욕/폭식/색욕)을
단계별로 회개하고 정죄해야 한다고 합니다.
연옥 구성도
연옥까지 탐방을 다 하면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와 헤어지고 그가그토록 사랑했던 베아트리체를 만납니다.
베아트리체의 인도로 천국으로 가는데,천국은 총 10개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제10천에 하나님이 계시죠. 단테는 10천까지 가고 삼위일체를 경험합니다.
지옥-연옥-천국
단테의 <신곡>은 기독교에서 신성하게생각하는 숫자 3의 모티프가 반복됩니다.
일단 지옥-연옥-천국이 3부 구성이죠.거기에 지옥 편, 연옥 편, 천국 편 각각33곡 씩 배정을 했고 서곡까지 합쳐서
총 100곡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테의 <신곡>을 왜르네상스의 시작점이라고 볼까요?
단순히 고대 로마의 시인베르길리우스가 나와서만은 아닙니다. 단테는 책에서 지옥-연옥-천국을돌아다니며 수많은 영혼들을 만나는데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유명하디 유명한모든 사람들이 다 나옵니다. 그리고 단테가 그 영혼들과 대화를 하니고전에 대한 인문주의적 이해도가 반드시 선결되어야 책을 이해할 수 있답니다.
단테의 <신곡>은 문학사적으로도상당히 큰 의의를 지니는 데요,피렌체가 속해 있는 토스카나 지방의통속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탈리아 문학사에서도 중요할 뿐더러유럽 전체의 서양문학사를 통틀어서 하나의 분기점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단테
일단 단테 이전의 문학은 고대나 중세나서사시의 형태를 띠면서 종교적이었습니다.
고대에는 다신교가, 중세에는 기독교가지배하는 일종의 환상문학이라고 할 수 있고굳이 신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 세계의모든 생명과 물질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세계관이 짙게 깔려 있는 내용들이었죠.단테의 <신곡>도 그렇습니다.
총 100곡 구성의 서사시이며 하나님의은총을 찬양하고 기독교적 사후 세계를
다룬 환상문학이기에 중세작품의 특징을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단, 단테의 <신곡>은 그전까지의종교적 환상문학과 살짝 다른 점이 있는데 책에서 현세를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신이 창조한 이 세계는 늘 완벽하다는 것이이전까지 문학의 기본전제였는데단테는 지옥-연옥-천국을 오가며 인간의
현실문제와 세태를 비판적으로고민하고 대화하고 꼬집습니다.즉 아무리 신이 만든 세계이지만인간사에는 여러 문제가 많다는 세계관을처음 시작한 사람이 바로 단테였던 겁니다.
<소설의 이론>이라는 소설사의 걸작을저술한 게오르크 루카치는 근대 소설과 고대-중세 서사시의가장 큰 차이점은 현실의식을 반영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이며그런 점에서 단테의 <신곡>이 소설사에서 두 세계의 가장 가운데에놓여있는 과도기적 작품이라고 표현했죠.
단테의 운문 또한 서정적이지만 그렇다고 서정시는 아니다.
단테의 운문은 담시적 어조를서사시로 농축하고 통합해 낸다.
단테의 세계에서는 모든 현상이지옥-연옥-천국의 건축적 구조 속에서 자기 장소를 할당받아
그 각각의현상에 삶과 의미가 직접적으로 부여되어 있었다.
단테의 세계에서는, 피안이라는차이는 있지만, 삶의 의미를 내재하는
인물들이 현존하고 있다.단테는 개별적인 것을전체를 쌓아 올리는 벽돌로 바꾸며
담시들은 한 편의 서사시를 구성하는절(節)들이 된다.
단테의 <신곡>은 순수한 서사시에서소설로 나아가는 역사철학적과도기인 셈이다.
그는 여전히서사시의 내재적 무간격성과완결성을 지니고 있지만, <신곡> 속인물들은 그들에게 닫혀 있는 현실에대해 의식적이고 열정적으로 맞서고,이러한 저항을 통해 진정한개성적 인물들이 되는 개인들이다.
<신곡> 속 단테의 체험은 인간 운명의일반적인 상징이다.
게오로그 루카치, <소설의 이론>
요약하자면 언뜻 봐서 단테의 <신곡>은하나님을 찬양하는 서사시라는 점에서이전의 문학과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실은 <신곡>에서 등장하는 영혼들과단테의 대화,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와베아트리체가 말해주는 인간사는 전부
인간의 현실의식을 반영하고 있으며<신곡>의 주인공은 하느님이 아니라완전하지 못한 인간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단테의 <신곡>을근세의 문을 연 분기점으로 보는 거죠.
주인공이 이제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 되는 문학예술적 사조는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서도래한 것이랍니다.
중세 천년을 지배해오던중세의 기독교적 질서에 틈이 생기고,인간 중심적인 문화예술이 부활하는 시대, 바로 르네상스죠.
|작성자 Doub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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