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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4- 갈릴리 호수

by 은총가득 2020. 5. 9.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④

                                              갈릴리 호수

 


이스라엘 하면 뜨겁고 황량한 광야만을 떠올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황량한 광야와 척박한 땅으로 각인된 이스라엘에 대한 이미지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바꿔 줄 수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갈릴리 지방이다. 신약성서에서 언급하는 갈릴리 지방은 이스라엘의 북쪽에 위치한다. 동쪽으로는 골란고원, 서쪽으로는 지중해, 남쪽으로는 이스르엘 평야, 그리고 북쪽으로는 헬몬산과 단을 경계로 하는 지역이다. 갈릴리 지역을 지형적 특징에 따라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눠 보면 낮은 산과 넓은 계곡들로 형성돼 있는 하부 갈릴리 지역과 높은 산들로 이뤄진 상부 갈릴리 지역으로 구분된다. 갈릴리 지방은 넓은 골짜기들이 평야처럼 펼쳐진 옥토인 데다 비가 많고 물 나는 곳도 많아 이스라엘의 남쪽 지역의 환경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풍요의 땅, 축복의 땅이다.


갈릴리 지방 가운데에서도 풍요와 축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를 한곳 말하라면 주저 없이 갈릴리 호수라고 말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자연 조건상 물이 귀중하고 절실한 나라이다. 그래서 이 땅 사람들은 갈릴리 호수(Lake of Galilee)임에도 불구하고 욤 카탄(Yom Katan) 즉 ‘작은 바다’라고 불렀을 정도로 이 호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대단했다. 영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이스라엘의 생명수 역할을 했던 것이 갈릴리 호수이다.

 

 

성경에서 갈릴리 호수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갈릴리 지방에 있는 호수라고 해서 ‘갈릴리 호수’로 불렸으며(마4:18; 15:29, 막1:16), 호수 주변에 있는 도시 이름들을 따라서 ‘게네사렛 호수’(눅5:1) 또는 ‘디베랴 호수’(요6:1; 21:1), 그리고 호수의 모양이 하프처럼 생겼다 하여 ‘긴네롯 호수’(수11:2; 12:3)로 불렸다.

          * ...호수 또는 바다라고도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호수는 바다와 같은 개념을 갖기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호수가 갖는 풍요로움의 원천은 지형적인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해저 200m에 위치한 호수는 가로 13㎞, 세로 21㎞에 이르며, 둘레가 50㎞가 넘는다. 요단 계곡과 이어지는 남쪽을 제외한 호수 주변은 300~500m에 이르는 산으로 둘려 쌓여있다. 외형은 마치 병풍을 두른 모습이 바람 한 점 없을 것 같이 평온해 보인다. 그런데 호수가 해저 200m에 있다 보니 사철 기온이 높고 우기에 비가 많이 내린다. 노란 겨자 꽃과 빨간 아네모네 꽃이 지천으로 피는 봄철에 이곳에 가면 예수님과 그를 따라다니던 많은 무리가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은 착각에 빠지도록 만들고도 남는 곳이다. 호수 주변에 펼쳐진 크고 작은 평야들 그리고 나지막한 산기슭에 바나나, 망고, 대추야자 농장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은 이국적인 풍경을 물씬 풍긴다(물론 성경 시대에는 없었던 모습이다). 아무리 지친 몸이라도 이곳을 바라보는 순간 마치 고향에 도착한 평안함과 풍요로움, 낙원에 도착한 넉넉함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깊이가 50m에 이르는 호수에는 18가지 이상 되는 풍부한 어족들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경을 살펴보면 예수님은 호수를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여러 마을을 오가시며 사역을 하셨다. 그중에서도 예수님은 갈릴리 사역의 거점을 가버나움으로 정하셨는데 이곳은 갈릴리 북쪽에 있는 해변 도시였다. 호수의 북쪽 지역은 해변이 잘 발달해 있어 어업 활동에 유리했으며 산기슭의 경사가 완만하여 마을을 형성하기에 적합했다. 그래서 예수님의 초기 사역(막1:14-20)은 북쪽 지역의 해변에서 시작됐고, 가장 많은 이적을 행했던 가버나움(막2:1), 뱃세다(막6:31-41), 고라신(마11:20-21)이 북쪽 지역에 있는 이유기도 하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사역하셨던 갈릴리 호숫가 마을이 6개 정도가 기록돼 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 갈릴리 호숫가 주변 마을은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20년간 갈릴리 호수를 조사해온 멘델 눈(Mendel Nun)에 따르면 예수님 당시 호수 주변에 적어도 16개의 부두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 흔적들은 모두 수몰돼 있다. 1900년 초 담수를 목적으로 호수 남쪽에 댐이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호수의 수위가 높아져서 예수님 당시 호수 주변 마을들을 연결했던 부두들이 물에 잠겨버렸다. 갈릴리 호수 주변에는 성서에 언급되지 않은 크고 작은 많은 마을이 흩어져 있었으며 호수는 이 마을들을 연결하는 수로이자 어업 활동의 무대가 되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공부하던 시기에 해변을 걸어서 답사하는 수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수업의 목적은 첫째로 갈릴리 호수 주변을 직접 걸어보는 체험을 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해변의 지형을 몸으로 느끼며 예수님의 사역 현장이 될 만한 곳을 찾고, 호수의 지리적 특성을 파악하며, 고고학적인 유물들을 답사하는 것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았던 호수 주변과는 사뭇 다르게 지형이 다양하고 변화무쌍했다. 호숫가 모래사장에서 야영하던 날, 물에 비친 달빛, 수많은 별, 그리고 반짝이는 불빛이 갈릴리 호수를 아름답게 수놓을 때, 필자는 갈릴리 호수는 소외된 땅에 주신 하나님의 크신 축복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갈릴리 지역은 수백 년간 이방 땅으로 취급당하며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던 소외된 땅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했던 이 땅을 축복의 땅으로 삼으셨던 것이다(사9:1).

*멘델 눈(Mendel Nun)
1920년대 라트비아에서 이스라엘로 이민 온 유대인으로 갈릴리 호수 동편에 있는 기브츠 엔게브에 거주했다. 그는 갈릴리 호수에서 어부로 살았으며 1971년부터 20년 동안 호수 주변에 대해 연구를 했다. 1992년 그동안 연구한 결과를 조그마한 책자를 발간했는데 그의 조사에 따르면 예수님 당시 갈릴리 호수에는 모두 16개의 부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 김상목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