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수님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3 - 성지순례

by 은총가득 2020. 5. 8.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③ 

가나(갈릴리)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요한복음 2:11) 사람들 대부분은 사건의 본질보다 주변 가지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면 가나 혼인 잔치에 있었던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사건의 사인(Sign)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나 혼인잔치 기념교회 내부(가톨릭). 

나사렛에서 북동쪽으로 6㎞ 지점에 가나 혼인 잔치 기념교회가 세워진 조그마한 마을이 있다. ‘카파르 가나(Kafar Kana)’라는 곳으로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아랍계 크리스천(가톨릭)들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성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가나 혼인 잔치 사건(요2:1-11)이 일어났던 마을로 잘 알려진 곳이다.

오늘날 순례자들이라면 으레 방문하는 이 가나(카파르 가나)는 실제 혼인 잔치가 열렸던 마을이 아닐수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스라엘 북쪽 지역에 ‘가나’로 불리는 지명이 카파르 가나와 함께 키르벳 가나(Khirbet Kana), 가나(Qana), 엔 가나(Ain Kanah) 등 4곳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역사적 기록, 고고학적 발굴, 지리적 측면, 초기 성지순례자들의 기록, 그리고 지명에 대한 언어학적 연구를 통해 볼 때 오늘날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는 가나(카파르 가나)는 성경 사건의 현장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도주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은 어느 곳일까. 대부분 학자는 나사렛에서 북쪽으로 약 13㎞ 떨어진 키르벳 가나를 포도주 사건의 현장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히브리어로 가나는 ‘갈대들이 있는 곳’을 의미하는데, 키르벳 가나는 주변에 늪지가 있고 갈대숲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름과 그 현장이 일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키르벳 가나는 지금까지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표 조사에서 이곳은 구약 시대부터 아랍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발견돼 고대부터 마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주후 1세기 가나에 대한 요세푸스의 기록과도 일치한다.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방문하는 가나(카파르 가나)에 기념교회가 어떻게 세워지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살펴보면 이곳은 성경 사건의 현장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6세기에서 12세기에 이르기까지 초기 성지순례객들은 카파르 가나가 아닌 키르벳 가나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주변에 거주하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순례자들을 위협하고 금품을 요구하는 상황이 지속하자 자연스레 순례자의 발길이 멈추게 된 것이다. 결국 17세기쯤 포도주 사건의 현장을 기념하는 교회를 다시 세워야 할 필요를 느꼈을 때 순례자들에게 편하고 안전한 장소 즉 오늘날 기념교회가 있는 가나(카파르 가나)를 선택한 것이다.

가나 혼인잔치 기념교회(가톨릭)

오늘날 가나(카파르 가나)에 가면 두 개의 기념교회를 볼 수 있다. 우선 가톨릭 소속의 ‘가나 혼인 잔치 기념교회’다. 1883년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의해 건립되었는데 유대인 회당 터(주후 500년) 위에 기념교회를 세운 탓에 포도주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과는 더욱더 무관한 것으로 생각될 뿐이다(1세기 크리스천 유적지에 5세기에 유대인 회당을 지을 이유가 없다). 이 기념교회 지하에 가면 포도주 틀로 이용되었던 유물과 항아리 하나를 전시해 놓았다. 필자한테 그 항아리는 언제나 미운 오리 새끼처럼 보였다. 가짜만도 못한 어설픈 항아리를 진짜로 둔갑시켜 사람들을 오도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방문자들이 그 가짜와 열심히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어 뛰쳐나오곤 했는데 어느 날 그곳에 가보니 나의 미운 오리 새끼는 사라져 있었다.

가나 혼인잔치 기념교회(가톨릭)에 전시됐다 사라진 포도주 항아리.

가톨릭 기념교회 마당에서 담장 너머를 보면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그리스 정교회 소속의 혼인 잔치 기념교회가 보이는데 두 개의 기념교회가 이웃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념교회는 1566년에 건립되었으니 나이는 더 오래되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뜸한 편이다.

가나 혼인잔치 기념교회(그리스정교회)

성경 사건의 현장을 답사하려는 필자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건물에 대한 설명보다는 포도주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려는데 시간을 사용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건의 본질보다는 그 주변에 관심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본질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는 언제나 바른 접근 방법이 필요한 법이다.

그 첫 번째는 요한복음을 기록한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믿게 하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는 것’(요20:29-31)을 요한은 요한복음을 기록한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명확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요한이 예수님의 수많은 표적과 기사들 가운데 특별히 목적에 들어맞는 표적들을 발췌하여 기록한 것이 요한복음이다.

둘째로 예수님의 기적(Miracle)을 요한은 표적(Sign)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표적(Sign=Mark=Symbol)이란 무엇을 의미 또는 상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사인(표적)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기록 목적에 비추어 사인(Sign)을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사건의 사인(Sign) 또는 심볼(Symbol)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물과 포도주는 생명과 피를 상징했다. 예수님은 마지막 유월절 식사를 통해 포도주가 예수님의 피를 상징한다고 가르치셨다. 이렇게 볼 때 가나 혼인집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사건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의미하는 사인이었음이 분명해진다. 또한 예레미아스의 저서 ‘예수님의 비유’는 근동의 상징 언어에서 술과 결혼식은 ‘구원의 때에 대한 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예수님의 포도주 표적은 주님의 십자가 사건에 대한 심볼(Symbol)이며, 다가올 구원에 대한 시작을 알리고 있다. 바로 처음 사역을 시작하는 순간 예수님은 오신 목적을 십자가를 통해 이룰 것을 보이고 또한 그때가 도래했음을 가장 먼저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사인을 통해 보여주신 것이다. 2000년이 지난 오늘도 예수님의 사인(Sign)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예수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아돌로로사  (0) 2020.06.12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4- 갈릴리 호수  (0) 2020.05.09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2 -성지순례  (0) 2020.05.08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1 -성지순례  (0) 2020.05.08
렘브란트 -풍랑  (0) 20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