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 에디스 해밀턴 2 * 지상에 있는 신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와 포도의 신 디오니소스가 대지의 2대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에는 헤르메스의 아들로 쾌활한 신인 반수신(산양의 뿔과 발톱을 가진) 판, 판의 아들 혹은 아우라 일컬어지며 바쿠스의 젊었을 무렵 선생이었으나 후일에 그 숭배자가 되는 실레노스, 하늘과 땅에서 절반씩 지내는 쌍둥이 형제이며 뱃사람의 수호자인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 판처럼 숲과 산과 들의 신으로 인간과 산양의 튀기와도 같은 몰골의 추한 신인 사티로스, 산의 님프들인 아름다운 오레아스 드리아스 하마드리아스라고 불리는 나무의 님프들, 보레아스(북풍) 제피로스(서풍) 노토스(남풍) 에우로스(동풍) 등 4가지 바람을 다스리는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가 있다. 신이라고도 인간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반인반마의 괴물로서 야만적 성품의 켄타우로스, 켄타우로스지만 성질이 좋고 지혜가 많은 케이론, 날개가 달린 용과 같은 괴물로 그 모습을 본 사람은 돌이 되어버린다고 하는 고르곤이라는 괴물 3마리, 셋이서 하나의 눈을 가진 세 자매로 잿빛 여인들이라 불리는 그라이아이, 아주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뱃사람들을 섬으로 유인하여 죽여버리는 세이렌이라는 님프, 인간이 태어났을 때 운명을 점지하는 토(생명의 실을 잣고) 라케시스(한 사람 한 사람의 운명을 정하는) 아트로포스(커다란 가위를 가지고 생명의 실을 끊는 소임) 등 3명의 운명의 신들도 있다. 변덕스럽고 성을 잘 내는 올림포스의 열두 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신들의 존재가 인간에게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지와 관련된 2대 신으로,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와 술의 신 바코스는 시종 인간들과 함께 지상에서 살며 인간과 친근했던 신이다. 데메테르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로 바코스보다 연상이다. 피비린내 나는 희생을 제물로 받아들이기를 즐기는 남신들과 달리, 이 여신은 겸손한 생활만 하고 있으면 반드시 좋은 수확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졌다. 밭은 데메테르의 힘에 의해 정화되고 거기서 나는 곡물은 ‘데메테르의 거룩한 곡물’이라 불리었고, 데메테르의 제사는 물론 수확기에 행해졌다. 아테네 근처의 작은 도시 엘레우시스의 큰 신전에서 ‘엘레우시스의 신비 의식’이라 불리는 제사가 행해지는데, 언제부터인가 데메테르와 나란히 바코스가 모셔진다. 곡물의 신과 술의 신이 나란히 모셔지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추수 때는 쾌활한 두 신이, 겨울 동안은 황량한 대지 그대로 잠잠히 그저 슬퍼 보이기만 한다.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는 신화는 다음과 같다. 데메테르의 외동딸인 페르세포네가 납치당할 때의 비명소리를 듣고 데메테르는 딸의 행방을 찾아 아흐레 동안 찾아다녔으나 아무도 사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태양을 찾아가자 태양은 지하 세계의 왕이 그녀의 딸을 잡아갔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슬픔에 빠진 데메테르는 지상을 방랑하여 돌아다니다 엘레우시스에 이르렀는데 거기서 만난 네 자매의 집에서 아기를 돌보게 되는데, 데메테르는 그 아이에게 불멸의 생명을 주기 위해 암브로시아를 발라 난로의 불 속에 아이를 집어넣는데 그 엄마인 메타네의 방해에 화가 나 아이를 집어던진다. 그리고 나서 여신으로 돌아온 데메테르는 자신의 신전을 세우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사람들은 기꺼이 신전을 지었고, 딸을 찾다 지쳐버린 데메테르는 그 신전에서 살게 된다. 비탄에 잠긴 데메테르는 대지에 혜택을 베푸는 것을 그만두었고 그로 인해 대지는 얼어붙은 황무지가 되었던 것이다. 지상이 황무지로 변하는 것을 우려한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 중 최연장자이며 데메테르의 어머니인 레아에게 데메테르를 통해 1년의 3분의 1은 지하의 세계에서 지내고 나머지 시기는 어머니와 인간과 지내도록 설득하도록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스의 여류 시인 사포(기원전 600)가 노래했듯 “나는 듣노라, 꽃피는 봄 발소리를...”로 표현되는 페르세포네의 발소리는 봄과 여름의 싱그러움을 의미하지만, 페르세포네는 알고 있다, 과일도 꽃도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추위가 다가옴과 함께 그녀 자신처럼 죽음의 세계로 끌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죽음과 덧없는 세상의 괴로움을 모르는 올림푸스 신들과 다르게, 페르세포네에게는 인간들이 괴로워하고 비탄에 잠기고 죽음을 맞이할 때에 생각하는 괴로움과 슬픔을 알고 있기에 신비로운 두려움 같은 것이 함께 머무는 여신인 것이다. 바코스는 제우스와 인간인 테베의 왕비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인간의 배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신이라 불리는 대상은 바코스 뿐이다. 미친 듯 사랑하는 세멜레의 청을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제우스에게 그녀는 신들의 왕으로 하늘에 있을 때 제우스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졸랐다. 인간이 그 모습을 보면 살 수 없음을 알고 있었으나 제우스는 맹세를 깨뜨릴 수 없었고, 세멜레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죽고 만다. 제우스는 그녀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데리고 가 헤라의 눈을 피해 보살핀다. 가는 곳마다 포도의 재배법을 가르쳐 모든 곳에서 신으로서 공경을 받던 바코스를 해적들이 몸값을 노려 포박하려 하지만, 밧줄이 몸에 닿자마자 스르르 풀어져 내려 버림을 목도한다. 바코스는 검은 눈에 웃음을 띠고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는데, 바코스가 신이라는 사실을 짐작한 조타수가 선장에게 빨리 배에서 내려드리자고 이야기를 하지만 선장은 비웃었다. 바코스는 사자로 변하여 해적들을 노려보며 무서운 소리로 울부짖었고 구제된 사람은 신임을 알아차린 조타수 한 명뿐이었다. 바코스의 여사제들에겐 신전이 없다. 야생이 가득한 산 속이 그의 신전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코스의 신앙은 자유와 도취의 기쁨, 야생 그대로의 행위에 대한 동경이다. 바코스가 다른 신들과 다른 점은, 사람 외양이 아니라 사람 내면에 잠입하여, 사람을 자기와 같은 상태로 만든 다는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몰랐던 능력을 소유한 것 같은 느낌, 즉 자기 자신이 신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태초의 영원한 혼돈에 ‘밤’과 ‘죽음’이 존재했고, 이 어둠과 죽음 속에서 ‘사랑’이 태어났다. ‘사랑’의 탄생과 함께 질서와 아름다움이 비롯되고 혼란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사랑’은 그 반려인 ‘빛’과 ‘낮’을 낳았다. 이러한 ‘사랑’과 ‘빛’을 통해 ‘대지’가 탄생한다. ‘아버지인 하늘’(우라노스) ‘어머니인 대지’(가이아)와의 사이의 자식들인 머리 50개 팔 1백 개의 괴물을 싫어하며 태어날 때마다 대지의 비밀 장소에 가두어버리고, 키클로페스나 티탄들만 자유롭게 두었는데, 이 편애에 화가 난 가이아는 티탄 족의 크노로스를 통해 복수를 시도하였고 그 복수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또 다른 자식들이 태어난다. 우주의 왕이라 불리는 크로노스는 레아와의 사이에서 제우스를 낳는다. 크로노스는 자식들 중 누군가가 자기를 왕좌에서 몰아내리라 생각하고 태어난 아이를 바로 잡아먹어 버리기도 하였는데, 여섯 번째 자식인 제우스를 낳았을 때 레아는 남편에게 헝겊으로 감싼 돌을 갓난아이라 속여 삼키게 하고 제우스를 크레타 섬에 숨겨서 기른다. 레아는 제우스가 자라자 가이아의 힘을 빌려 크로노스가 삼켰던 다섯 아이를 토해내게 한다. 제우스가 장성한 후, 형제인 티탄들과 연합한 크로노스와 다섯 형제자매와 연합한 제우스 사이에 무서운 전쟁에서 제우스가 승리하였고 제우스와 그 형제자매들은 이때부터 만물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 창조에 대한 여러 이야기 중 한 이야기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와 그 아우인 에피메테우스라는 두 티탄이 인간 창조의 일에 뽑혔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생각이 깊다는 의미다. 그 이름대로 그는 어느 신들보다도 현명할 정도였다. 그런데 에피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뒷걱정을 의미한다. 무엇이나 충동적으로 헤치우고서는 나중에 후회한다는 산만한 두뇌의 소유자다. 인간을 만드는 담당자인 에피메테우스는 인간을 만들기 전에 이미 다른 동물들에게 용기, 힘, 민첩함, 영리함, 날개, 털가죽, 등껍질 등 뛰어난 능력을 거의 다 주어버리는 경솔한 짓을 해버렸다. 그 후에 인간 만드는 일을 인계받은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신들과 같이 서서 걸어다니게 하는 등 인간을 고귀한 존재로 만든 후, 하늘의 태양에까지 가서 불을 훔쳐와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신들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들은 최초로 수명은 있으나 비탄이나 고통이 없는 신과 닮은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족인 황금의 종족을 만들었다. 이로부터 여러 금속으로 인간 창조를 실험해갔는데, 두 번째가 은의 종족이었다. 이 종족은 황금 종족에 비해 지능이 떨어졌고 서로 상처 입히는 일도 있었다. 세 번째 종족은 힘이 세고 투쟁을 좋아하여 스스로 멸망하여 없어진 무서운 황동 종족이었다. 네 번째 종족은 위대한 모험을 즐기는 영웅의 종족이었다. 다섯 번째 종족이 현재의 인류인데, ‘철의 종족’이라 이른다. 그들은 사악한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성질도 사악에 차 있어서 고통이나 비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권력을 숭배하고 그러한 것이 정의라고 생각할 만큼 그들의 마음의 비뚤어져버리면 그래서 선을 존중하는 마음들이 모두 사라져버리면 그래서 분노도 없고 수치도 모르는 상태로 전락해버린다면 제우스가 그들 모두를 멸망시켜 버릴지도 모른다. 인류 탄생에 대한 위의 2가지 이야기는, 이 지상에 남자들만 있고 여자는 없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너무나도 인간에게 잘해주는 데 화를 내어, 후에 여자를 만들어냈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쳐왔고, 짐승의 살 중에서 제일 좋은 부분을 떼어서 인간 몫으로 하고 가장 나쁜 부분이 신에게 바쳐지도록 꾀한 점등이 제우스의 미움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자 제우스는 인류와 그 벗에게 복수를 결심했고, 모두에게 선물을 받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 -판도라 : 모두의 선물을 의미- 이라는 인간(남자)에게 가장 해가될 만한 것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판도라의 불행의 원인은 사악한 성질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만 호기심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신들이 온갖 재액을 담은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인류를 불행에 빠뜨렸던 것이다. 인류에게 여자를 주어 벌한 제우스는 이어 프로메테우스에게 형벌을 내렸다. 코카서스의 깎아지른 바위 꼭대기에다 결코 끊어지지 않는 쇠사슬로 묶어 독수리가 그의 창자를 쪼아먹도록 하는 무서운 형벌이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정당했던 그의 행동들에서 기인한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버텼고, 끝내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아득한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정과 권력에 대해 감연히 싸운 자의 이름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먼저, 제우스의 불같은 열애를 들 수 있다. 열애의 대상도 다양한데, 헤라의 미움을 받아 암소가 된 이오와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의 딸 에우로페가 대표적이다. 특히 에우로페와 제우스 사이에 탄생한 자식들은 이 세계뿐만 아니라 명부에서도 그 이름을 높이 떨쳤다. 미노스와 라다만티스가 그들이다. 그들의 공정함은 인정을 받아 땅 위의 인민들뿐만 아니라 지하 세계의 죽은 이들까지도 그에게 재판을 받게 되었다. 또한 그녀 자신도 유럽의 대륙 이름으로 지금도 전해진다. 오디세우스에 의해 하나뿐인 눈을 잃을 뻔 했던 키클로페스의 폴리페모스 사랑 이야기도 유명하다. 그는 작은 산만큼이나 크고, 두 번 다시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추악하고 괴이한 못급을 하고 이마 한 가운데에 둥그런 눈이 하나 뻐끔 열려 있는 괴물이었는데, 고독한 그는 젖빛 살결을 한 아름다운 바다의 님프 갈라테아를 사랑하고 만다. 폴리페모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고 몸부림친다. 장난꾸러기 님프인 갈라테아는 재미있어하며, 못생긴 거인을 조롱할 뿐이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괴로운 폴리페모스는 다만 앉아서 퉁명스런 목소리로 신음 소리와 같은 사랑의 노래를 슬프게 부를 뿐이었다. 혹시라도 그 소리를 갈라테아가 듣고서 박정한 마음이 풀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덧없는 희망을 품어 보면서…. 갈라테아는 폴리페모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이기 때문에 매정하게 굴지는 못했다는 곁이야기도 전해지지만, 결국 폴리페모스는 실연한다. 갈라테아가 아름다운 귀공자 아키스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폴리페모스가 낫으로 수염을 깎기도 하고 물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고 용모를 걱정하기도 하였으나, 그 동안 갈라테아는 아키스와 숲 속에서 밀회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폴리페모스에게 밀회 장면을 들키게 되고, 폴리페모스는 큰 바위를 뽑아 아키스에게 던져 죽게 만든다. 그 때 흐른 피는 시내가 되고 아키스는 시내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나르키소스의 죽음과 연관된 수선화의 신화나 아폴론과 경기를 하다가 아폴론이 던진 원반에 맞아 죽은 히아킨토스와 연관된 히아신스 신화, 멧돼지를 사냥하다 죽은 아도니스와 그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던 아프로디테와 관련된 아네모네 신화 등, 죽은 후 꽃으로 화한 젊은이의 이야기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엮인 배후에는 환상적인 아름다움과는 반대인 가혹한 현실 생활과 고대인의 어두운 행위가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대인들의 생활은 대지에 뿌린 씨가 얼마만큼 수확을 가져오는가 하는 데 달려 있었다. 봄이 되고 과일 나무의 꽃이 피지 않는다면, 곡물의 눈이 트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락 전체의 생사에 관계되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대지와 자기들의 생명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었다. 대지는 자기를 길러준다. 따라서 대지는 자기들의 생명을 바침으로써, 거기 자기들의 피를 쏟음으로써, 수확이 적은 땅을 비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소년 소녀들이 희생으로 바쳐지고, 젊은 피는 대지에 쏟아져서 푸른 풀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거기서 꽃이 피면 사람들은 죽은 소년소녀들이 꽃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하면 무참한 죽음이 얼마간이라도 구제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아손과 메디아의 신화는 모험과 사랑과 복수가 한 데 어우러진 이야기이다. 이아손은 숙부인 펠리아스에게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의 통치권을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이야기한다. 펠리아스는 신탁의 내용을 빌러 황금 양피를 가지고 이라고 이야기하고, 이아손은 아르고가 만든 배를 타고 황금양피를 찾으러 콜키스 왕국으로 간다. 이 모험의 여정을 헤라가 모두 돌봐준다. 콜키스 왕국에 당도한 아르고 호의 이아손에게 방문 목적을 모르던 왕은 근사한 대접을 하고 손님들을 살짝 내다 본 이 나라의 공주 메디아는 큐피드의 화살에 의해 이아손에 대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콜키스 왕국의 왕은 난제를 해결하면 양피를 주겠다고 하고, 이아손은 목숨을 걸고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대로 두면 이아손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메디아는 찢어지는 슬픔에 결국 아버지를 배신하고 추격하는 동생까지 죽여서 이아손을 돕는다. 메디아와 결혼하겠다고 약조한 이아손은, 자신의 왕국에 무사히 도착하자 야망 때문에 코린토스의 왕녀와 결혼을 하려하고, 메디아는 배신감에 치를 떤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으면서 사랑했는데 돌아온 배신감에 그녀는 이아손의 신부가 될 왕녀를 죽이고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난 자식들까지 죽인 후 떠나는 것으로 복수를 마감한다. 모험이 담긴 신화로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딸 다나에의 아들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다나에를 청동 궁에 가둔다. 천장만 뚫려 있는 그 궁에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하여 들어와 다나에를 잉태시키고 다나에는 페르세우스를 낳는다. 딸과 손자를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아크리시오스는 그들을 상자에 넣어 바다에 띄우고, 다크티스라고 불리는 친절한 어부에게 발견되어 다나에와 그의 아들은 보살핌을 받는다. 다크티스의 형제이지만 잔인하고 냉혹했던 폴리데크테스는 자신의 왕위를 이용하여 다나에와 강제로 결혼을 하려고 하고 장애가 되는 페르세우스를 죽이기 위해 고르곤 자매의 중 메두사의 목을 가져오게끔 계략을 꾸민다. 페르세우스는 헤르메스와 아테나의 도움으로 메두사의 목을 가져오는데 성공하고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그 목을 이용하여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했고 자신의 가족들을 괴롭힌 폴리데크테스를 처단한다. 그 후 페르세우스는 할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가는데, 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의 행방은 묘연해진 다음이었다. 우연히 원반 던지기 경기에 참가했던 페르시우스의 원반을 맞고 어떤 노인이 사망하는데, 그가 바로 아크리시오스였고, 이렇게 하여 아크리시오스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신탁이 이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온 그리스인에게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서 찬탄되었다. 다만, 아테네인만은 별도다. 아테네인의 영웅은 테세우스였다. 아테네인은 그리스인 중에서도 독특한 사상과 지식을 낳았던 만큼 그들이 이상으로 여기는 영웅은 용감함과 자애와 강한 육체와 높은 지성을 함께 갖춘테세우스와 같은 영웅이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는 완전히 다른 영웅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지상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다.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육체적 힘에 대해 절대적 자신을 갖고 있었다. 또한 헤라클레스는 평생 동안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다. 헤라의 마술로 인해 살해되기 전까지 그는 그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었다. 헤라클레스가 하는 일에는 거의 지성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에 약한 점 등으로 인해 강포하긴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지만, 한 번 화가 나면 그저 무작정이었고 그 여파가 터무니없는 곳까지 미쳤다. 그리고 화가 가라앉으면 금세 후회하고, 자기에게 어떤 벌이 내려도 거기에 따른다. 헤라클레스만큼 평생에 많은 벌을 견디어낸 사나이도 없다. 그의 일생은 분별없는 행위와 그 보상으로 모두 소비되었다. 때로는 피해자의 측근이 용서하더라도, 스스로 자기를 벌하는 일조차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영웅인 이유는 두려울 것 없는 대담함 외에 위에서 언급한 자기가 저지른 행위를 보상하려는, 더럽혀지지 않은 정신의 순진성에 있다. 갓난아기 때 헤라가 잠입시킨 뱀을 죽인 일화나 헤라의 저주로 아내와 아이들을 죽인 일에 대한 보상으로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시련’을 이겨낸 일화 등이 그의 강인함을 잘 보여준다. 이 외에도, 헤라클레스에 대한 이야기 중에 과연 그답다고 생각되는 것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그 면목을 빛내는 이야기는, 친구인 왕 아드메토스를 대신하여 죽은 아내 알케스티스의 장례식 날 방문한 헤라클레스가 내막을 모르고 만취하여 결례를 하였으나 후에 내막을 알게되자 보상을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죽음의 신과 대결해서 친구의 아내를 아예 되살려 왔다는 이야기이다. 헤라클레스의 단순함, 우직함을 이처럼 여실히 보이고 있는 이야기는 없다. 사람이 죽은 집에서 마시고 떠들고, 또 사실을 알고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 부끄러움을 씻기 위해선 죽음의 신도 별거 아니라고 여기는 호쾌함, 이것이 헤라클레스의 인간상이다.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빼앗기게 될까봐 그의 아내 데이아네이라는, 헤라클레스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려고 할 때 부적과 같은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죽은 네소스의 피를 바른 겉옷을 남편에게 보내고, 궁극적으로 헤라의 의지에 의해 발생된 이 일에 의해 헤라클레스는 무서운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스스로 죽기로 결정한 헤라클레스는 주위 사람들에게 화장을 위한 장작을 쌓아 올리게 하고, 장작의 산을 바라보며 그는 빙긋 웃고서는 말했다, “아, 이제 쉴 수 있다. 이걸로 끝이다.” 그리고는 마치 식후의 낮잠이라도 자려는 것과 같이 장작더미 위에 누웠고 필로크테테스가 쏜 불화살로 인해 그는 다시는 지상에서 볼 수 없게 된다. 하늘로 불려 올라간 그는, 그를 평생 괴롭혔던 헤라와 화해하여 그 딸 헤베와 결혼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만큼이나 영웅으로 유명한, 특히 아테네에서 가장 숭앙받는 인물은 테세우스이다. 그는 아이게우스 왕의 아들이었는데, 공물로 인간을 바치라는 미노스 왕의 요구에 의해 재물로 선발되어 가는 소년소녀 틈에 자진하여 섞여 미노스 왕의 나라로 간다.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 궁전에는 희대의 세공사 다이달로스가 만든 라비린토스라고 불리는 미궁이 있었는데, 그 궁에는 미노타우로스라는 머리는 사람 몸뚱이는 소인 괴물이 살고 있었다. 테세우스에게 첫 눈에 반한 아리아드네는 자기를 아테네로 데리고 가 신부로 삼는다면 목숨을 구할 방도를 알려주겠다며 실타래를 이용하여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테세우스는 성공적으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궁을 빠져나온다. 그런데 낙소스 섬에 아리아드네를 두고 오게 되고, 자신이 살아 돌아오게 되면 흰 돛을 달고 오겠다고 했던 부왕과의 약속을 망각하게 된다. 멀리서 검은 돛을 보고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한 아이게우스 왕은 투신하여 죽어버리고, 그 후 그 바다는 ‘에게 해’라고 불린다. 아테네의 왕이 된 테세우스는 아주 현명하고 공평한 왕이 된다. 그는 시민들을 지배하기를 원치 않았고, 민중에 의한 정부야말로 필요한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 말대로, 그는 왕으로서의 주권을 버리고 공화제를 실시하여 의사당을 만들고 모든 것을 민중의 뜻과 투표에 의해서 결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단지 군대의 총수가 되었다. 그리하여 아테네는 번영하고, 모든 도시 중에서도 민중이 가장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자유스러운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만년에 비극이 닥친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누이동생 파이드라와 결혼하는데, 그녀는 아마존이 낳은 아들 히폴리토스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목숨을 끊으려는 그녀를 보다 못한 늙은 유모는 히폴리토스에게 ‘목숨을 건 사랑에 사랑으로 답’해 달라고 애걸하고, 히폴리토스는 혐오에 몸을 떨며 뒷걸음친다. 파이드라는 히폴리토스가 자기를 범했다는 거짓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버리고, 이 유서를 믿은 테세우스는 아들 히폴리토스를 추방해버린다. 추방의 과정에서 그 아들은 죽음을 맞게 되고 아르테미스가 아들의 결백을 이야기해주자 테세우스는 크나큰 상심에 젖는다. 테세우스의 죽음도 비참하였는데, 아테네에서 쫓겨난 그는 만년에 식객으로 몸을 의탁했던 친구인 리코메데스 왕에게 살해당한다. 아테네 시민들은 한 때 테세우스를 멀리한 적도 있으나, 그가 죽은 뒤 얼마 안 되어 이 영웅의 명예를 찬양하고, 커다란 무덤을 만들었다. 이 무덤은 항상 약한 자의 편이었던 그의 생애를 기념하여 영원히 노예와 가난한 자와 연약한 자들의 성지라고 일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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