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옹달샘, 쉴만한 물가

오늘을 위한 기도

by 은총가득 2023. 11. 10.

 

 

 

오늘을 위한 기도


잃어 버린 것들에 애닳아 하지 아니하며
살아있는 것들에 연연해 하지 아니하며
살아가는 일에 탐욕하지 아니하며
나의 나 됨을 버리고
오직 주님만 내 안에 살아있는
오늘이 되게 하소서

 

가난해도 비굴하지 아니하며
부유해도 오만하지 아니하며
모두가 나를 떠나도 외로워하지 아니하며
억울한 일을 당해도 원통해 하지 아니하며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격려하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누더기를 걸쳐도 디오게네스처럼 당당하며
가진 것을 다 잃고도 욥처럼 하나님을 찬양하며
천하를 얻고도 다윗처럼 엎드려 회개하는
넓고 큰 폭의 인간으로
넉넉히 사랑 나누며
오늘 하루 살게 하소서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 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히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오늘을 위한 기도 中에서 . . . . .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