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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복음서 연구

베들레헴의 한 별과 동방박사(마2:1-12)

by 은총가득 2020. 8. 15.

베들레헴의 한 별과 동방박사(마2:1-12)

 

 

베들레헴의 별, 역사적 사실인가?

 

마태복음(2:1-12)만이 헤롯 왕때에 동방박사들이 이상한 별을 보고 별빛을 따라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의 처소를 묻자 헤롯 왕과 온 예루살렘이 듣고 소동하였다고 적고 있다(2:1). 헤롯 왕이 대제사장과 서기관에게 자문을 구하니, 이들은 네게서(베들레헴) 한 다스리는 자(5:1)가 나와서 내 목자가 되리라(삼하 5:2)고 한 구약 말씀을 찾아내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를 방문하였다고 전해 준다. 그리하여 베들레헴의 특별한 별에 관한 천문학적 증거들이 제시되어 왔다.

1) 1606년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토성과 목성이 기원전 7년의 5-6, 9-10, 그리고 12월에 일직선상에 놓였다는 사실을 들어 이를 베들레헴의 별이라고 주장하였다.

2) 피네건(J. Finegan)은 기원전 53월과 기원전 44월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초신성 혹은 혜성 하나가 꽤 오랜 시간 동안 관측되었다는 중국인 천문학자의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3) 1925년 동양학자 폴 쉐나벨(P. Schnabel)은 유프라테스 강 부근 시퍼(Sipper)에 있는 천문관측소에서 발견된 설형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을 해독한 결과, 기원전 7년 목성과 토성이 물고기자리에서 웅장한 결합이 이뤄진 것이 기록된 것을 확인하였다.

4) 삼국사기(三國史記)의 신라 박혁거세 편에는 박혁거세 54(BC. 4) 2월 하고(河鼓, 견우성)에 우성(牛星, 혜성)이 나타났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 측의 자료 한서충제기(漢書衷帝記)의 기록과 일치한다는 것이 1979년 영국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확인되었다.

구약에서도 한 별이 야곱에게서 나와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주변 국가들을 멸할 것이라고 하였다(24:27). 별의 출현이 새로운 구원자의 도래를 알리는 우주적 사건임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식인 것이다. 마태는 이 특이한 한 별을 특별한 계시로 여겼던 당시의 통속적 신앙의 일면을 보여 주는 사례이다.

 

동방박사는 누구인가?

 

동방박사 세 사람 귀한 예물 가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별 따라 왔도다.”는 잘 알려진 성탄 찬송가(116) 때문에 동방박사가 모두 세 사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태복음에는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2:1)라고 표현하였을 뿐, 그들이 몇 명이었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오리겐 이후로 세 명이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세 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바친 예물이 세 가지 즉 황금과 유황과 몰약이었다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어거스틴이나 크리소스톰 같은 이들은 그들이 12명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동방박사로 번역된 마고스(Magos)는 신약성서 다른 곳에서는 마술사(8:9) 박수(13:6)로 번역된 것처럼 무당, 점성가, 해몽가를 뜻하기도 한다. 동방박사의 출신지에 관해서 아라비아나 이집트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바벨론을 동방이라고 본 구약의 관점과 바벨론의 모든 박사(2:48)라는 표현과 페르시아 제국에서는 제국의 관리로서 정치나 종교 문제를 자문하는 고위직을 마고스라 지칭한 것으로 보아 바벨론 지역인 페르시아 출신일 것으로 추정한다.

 

동방박사들의 방문의 역사적 사례들도 밝혀졌다. 로마의 역사가 수에토니우스는 기원후 66년 동방의 점성가 티리다테스(Tridates)와 일단의 동방박사들이 로마를 방문한 사실을 전해 준다. 호슬리(R. A. Horsley)는 실제로 마고스들은 신의 뜻과 사물의 질서를 해석해 내는 임무를 주로 수행하였으며, 새로운 왕의 출현 시 이를 알리고 먼 거리를 여행하여 알현한 역사적 사례들이 있었음을 제시한다. 이들은 왕실 인사의 꿈이나 특이한 자연현상을 풀이하여 신의 뜻을 해석하여 왕에게 조언하는 아주 중요한 종교적,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들의 해석 여하에 따라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기도 하였다.

 

동방박사 방문의 의미

 

마태는 동방박사의 이러한 정치적 기능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태는 동방박사들이 헤롯 왕을 만나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두 왕 즉 헤롯왕과 새로 나신 유대인의 왕을 날카롭게 대조시킨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는 새로 등극할 유대인의 왕으로서 헤롯 왕처럼 권력으로 백성을 노예로 부리는 폭군적인 왕이 아니라 유대인들이 고대해 온 백성을 양처럼 돌보는 목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유대인들에게 새로운 메시아의 탄생은 분명히 온 백성에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2:10)이었지만 헤롯 왕을 비롯한 당시의 지배세력들에게는 경악스러운 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동박박사의 그들이 크게 소동(騷動)한 것(2:3)이다. 이처럼 복음은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헤롯과 그 일당들에게는 경악스러운 소식이었고 부자 청년에게는 슬프고 근심스럽고 괴로운 소식(18:23)이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이방의 종교와 지혜를 대표하는 자들로서 예수를 온 세상의 구세주로 예배한 이방인들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의 거부와 이방인의 수용(8:11-12, 21:43)이라는 마태복음의 전체 주제와 관련시켜 보면, 현명한 이방인들은 저 멀리서 찾아와 예수를 그리스도로 경배하지만, 헤롯을 비롯한 가까이에 있는 유대인 지도자들은 큰 소동을 일으키며 이를 거절한 것이 된다.

 

또한 이 기록에는 동방에서 온 이방인들이 메시아를 먼저 알아보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예수가 온 세계의 구세주로 나셨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허호익 교수/대전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동방박사들은 몇명이 왔는가?

 

 

 

빈센트 길의 '동방박사의 경배'

 

초기 기독교에서도 마기라는 단어를 왕이라고 해석하지 않았다. 초기 기독교의 신비주의 교회(그노시스교)에서는 마기를 왕과 흡사한 지위의 인물이라고 보았을 뿐이었다. 한편, 일부 초대 교회에서는 교회예식을 통해 마기를 왕과 거의 같은 존재로 간주하였다. 이는 시편 72편 10-11절에 나오는 말씀을 인용한 것이다. 기록된바 ‘10 다시스와 섬의 왕들이 조공을 바치며 스바와 시바 왕들이 예물을 드리리로다 11 모든 왕이 그의 앞에 부복하며 모든 민족이 다 그를 섬기리로다’라는 구절이다. 영어로는 The kings of Tharsis and the islands shall offer presents: the kings of the Arabians and of Saba shall bring him gifts: and all the kings of the earth shall adore him이다. 한글 번역이 조금 이상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시편에서는 마기를 왕으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시편에 등장하는 왕들을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마기와 연관시킨다고 해도 아기 예수께 경배하러 온 사람들이 다시스(Tharsis), 아라비아(Arabia), 사바(Saba)에서 온 왕이라는 근거는 없다.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이 마술사라는 것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이들은 사제(성직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마기가 기본적으로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들이라면 마술이나 마법과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조로아스터교에서는 마술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성술을 이용하여 꿈을 해석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이들도 꿈에 나타난 내용을 점성술로 해석하여 아기 예수를 찾아 나섰다고 볼수 있다.

 

 

동방박사들이 큰 별을 보고 가는 중에 천사들이 뒤에서 이들을 보살피듯 따라가고 있는 그림. 구스타브 모로 작품.

 

동방박사는 과연 몇 명이나 왔을까? 우리는 보통 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세 사람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동방박사들이 드린 예물이 세 가지이기 때문에 그런것 같다. 동방에서는 12라는 숫자를 선호한다. 그러므로 세 명 대신 모두 열두 명이 왔을수 있다. 그리고 만일 이들이 왕과 같은 귀한 신분이라면 종자도 없이 혼자 그 먼 길을 왔을 리가 없다. 적어고 각자 1-2명의 종자 또는 수행원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먼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낙타를 여유 있게 데리고 다닌다. 그러므로 동방박사의 일행은 낙타를 포함하여 적어도 십여명은 되었다고 본다. 초기 기독교 예술에는 동방박사가 몇 명이라는 기준이 없었다. 예를 들어 성베드로 묘지의 그림에는 두 명으로 되어 있다. 로마에 있는 라터란(Lateran)대궁전의 그림에는 세 명으로 되어 있다. 이탈리아의 도미틸라(Domitilla) 공동묘지의 그림에는 네명으로 되어 있다. 파리의 교회박물관에 있는 대형 화병에는 여덟 명의 동방박사들이 그려져 있다. 그러므로 세명이라는 것은 그저 상상일 뿐이다.

 

 

복음서중에서 유일하게 동방박사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마태. 마태의 복음서 작성을 돕는 천사

 

동방박사들의 이름도 확실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보통 가스파르(Gaspar), 멜히오르(Melchior), 발타자르(Balthasar)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이름은 6세기에 알렉산드리아에서 발견된 그리스 서류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 8세기에 널리 알려지게 되어 그렇게 알고 있게 되었다. 가스파르는 카스파르(Caspar) 또는 야스파르(Jaspar)라고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경외서인 도마행전(Act of Thomas)에는 곤도파레스(Gondophares)라는 이름이 나온다. 이는 페르시아의 구다파라사(Gudapharasa)라는 이름을 변형한 것으로 구다파라사는 페르시아제국에서 독립을 선포하고 최초의 인도-파르티아(Indo-Parthia: 카스피해 남쪽에 있던 왕국)의 왕이 된 인물이다. 가스파르라는 이름은 구다파라사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사도 도마는 페르시아에 전도여행을 떠나서 구다파라사왕을 만났다고 한다. 구다파라사왕은 예수께서 탄생할 시기에 동방의 왕이었으므로 그가 아기 예수에게 경배하기 위해 왔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초기 기독교 시대의 동방박사의 공현 조각. 여기서는 동방박사가 두명만 등장한다.

 

동방박사들의 이름도 나라에 따라 종파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부르고 있음을 지켜볼수 있다. 순교자열전(Martyrology)에는 이들을 성인의 반열에 올려서 성가스파르, 성멜히오르, 성발타자르로 기록하여 놓았다. 이들의 축일은 성가스파르가 1월 1일, 성멜히오르가 1월 6일, 성발타자르가 1월 11일이라고 되어 있다. 이들이 과연 성인일까? 마태복음에 동방박사의 이야기가 등장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왕 중의 왕으로 태어나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처음으로 이방인들의 경배를 받았다는데 있다. 물론 태어나자마자 처음으로 경배하러 온 사람들은 들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이었다. 그 다음에는 이방인인 동방박사였다. 이스라엘의 제사장이나 서기관이나 귀족이나 권세자들이 아니었다. 여기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저러나 이른바 동방박사들을 성인으로 올려놓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시리아의 기독교인들은 동방박사들의 이름을 라르반다드(Larvandad), 호르미스다스(Hormisdas), 구쉬나사프(Gushnasaph)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이름은 페르시아 스타일이기 때문에 동방박사들이 페르시아에서 왔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르메니아교회는 동방박사 세명의 이름을 카그바(Kagba), 바다다카리다(Badadakharida), 바다딜마(Badadilma)라고 부른다. 동방교회와 에치오피아 기독교는 호르(Hor), 카르수단(Karsudan), 바사나터(Basanater)라고 부르고 있다. 동방박사들은 노아의 후손 중에서 세 개의 부족(Family)을 대표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모두 홍수 후에 동방의 아라랏 산 인근에서 왔기 때문에 노아의 가족이라고 볼수 있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라랏 산은 현재 터키의 영토에 속하여 있지만 아르메니아가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성산(聖山)인 터키의 아라랏 산. 이곳에 노아가 홍수 후에 도착하였으며 훗날 동방에 살던 노아의 후손들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러 갔다는 것이다.

 

동방박사들이 동방에서 왔다고 하는데 동방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그리스도가 탄생할 당시에는 팔레스타인 동부, 고대 메디아, 페르시아, 아시리아(앗수르), 바빌로니아 등지에서 제사장들이 점성술이나 예언을 하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유대의 동편에 거대한 파르티아(Parthia)제국이 있었다. 그러므로 성경 속의 마기(동방박사)들은 파르티아제국, 즉 페르시아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예멘(Yemen)에서 왔다는 것이다. 당시 예멘의 왕들은 유태인이었다. 비잔틴 미술에서 예멘의 유태인들은 페르시아 복장으로 표현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예멘에서 온 사람들은 페르시아에서 온 사람들로 혼동할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이들이 예물로 가져온 황금, 유향, 몰약은 예멘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물건이라고 한다. 어떤 학자들은 바벨론에서 왔다고 보고 있다. 당시 바벨론은 점성술이 크게 융성했었다. 레이몬드 브라운(Raymond Brown)이라는 학자는 저자인 마태가 외국취향이 있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동방에서 왔다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이며 실은 유대 땅에서 온 선지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예멘의 고대도시 자비드(Zabid). 동방박사들이 예멘 출신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고대 예멘의 수도였던 자비드에서 왔다고 생각할수 있다. <바른신학과 바른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