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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산책

가인과 아벨

by 은총가득 2020. 8. 24.

가인과 아벨

 

우리는 이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과연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이 곧,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이 세상에 죄가 들어온 것은 바울 사도가 로마서에서 쓴 바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나니(롬 5:12)" 그 시작은 바로 그 한 사람, 곧 아담이다. 아담의 범죄로 "아담의 범죄와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한 자들(롬 5:14)"인 우리까지 모두 죄인된 것이다. 우리가 죄인 된 것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죄인 된 것이 아니라, 죄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죄인인 것이다.

 

그 죄의 성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직 인간의 행위만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다. 그 결과 나타나는 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끔찍한 사건들이다. 로마서에서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곧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요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이 가득한 자요. 수군수군하는 자요. 비방하는 자요. 하나님의 미워하시는 자요. 능욕하는 자요. 교만한 자요. 자랑하는 자요. 악을 도모하는 자요. 부모를 거역하는 자요. 우매한 자요. 배약하는 자요. 무정한 자요. 무자비한 자라.

롬 1: 29~31

 

바울 사도는 이런 일, 곧 죄의 발현으로 나타난 일을 행하는 자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저희가 이같은 일을 행하는 자는 사형에 해당하다고 하나님의 정하심을 알고도 자기들만 행할 뿐 아니라 또한 그 일을 행하는 자를 옳다 하느니라."

 

이 같은 일을 행하는 자는 사형에 해당하다

 

이 사형의 기준은 하나님께서 정하셨다고 기록돼 있다. 다시 말해 저 위에 쓰여있는 죄의 구성요건들을 행하는 자들의 결과는 '죽음'이라는 것이다. 성경에서 약속된 영원한 삶과는 이제 거리가 먼 인간이 됐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사건이 최초로 일어난 바, 그것은 바로 아담의 두 아들에게서 일어난다. 형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는 사건이다. 로마서에 적힌 바 사형에 해당하는 죄의 요건으로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 살인을 저지르는 가운데 가인의 마음에 무엇이 있었겠는가. '불의'와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 '시기', '악을 도모하는 자', '무정한 자', '무자비한 자'라는 요건들이 모두 꿈틀거리고 있었을 것은 누가 봐도 쉽게 상상이 된다. 그 결과로써 살인이 나타난 것이다.

 

 

가인과 아벨에 관한 성경을 펼치기 전부터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매우 소름 끼치는 것을 느낀다. 가인과 아벨의 글은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글이 결코 아니다. 바로 그 죄의 발현이 최초로 나타난 기록으로서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가를 우리는 깊이 있는 성찰을 해봐야 한다.

 

과연 나는 이 가인과 다를 것이 있을까, 과연 나는 이 사건 앞에서 어떤 인간으로 드러나는가. 살인이란 무엇인가. 행동 그 이상의 것이 내 마음에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마음에서부터 누군가를 살인하고도 남을 무서운 생각들이 품은 적이 있었다. 그런 내가 과연 가인과 다른 점이 있겠는가. 도덕과 교육으로 꾸며져 얼굴에는 미소를 드리우나 속에는 악독한 마음을 품는 것이 인간이지 않던가.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해 보자.

 

옛사람에게 말한 바 살인치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마 5:22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임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마 5:28

 

 

예수의 말씀은 곧 행위만 아니라 마음에서 먼저 일어나는 죄의 성질을 의미한다. 곧 내 안에 먼저 죄가 있고 그것이 발현된 것이 결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죄인이 된 것이 아니고, 먼저 내가 죄인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내가 처했다는 것이다. 곧 나는 죄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아담과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하였어도, 가인과 같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우리는 충분히 그러한 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죄인인 것이다. 죄성의 움직임만으로도 우리는 수십, 수백 명을 죽여왔던 죄인인 것이다.

 

과연 나는 가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인과 다른 인간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이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