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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및 신앙 서적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by 은총가득 2020. 5. 3.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

                                 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차례

PART1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chapter1 주님의 온유함으로 제 마음속을 채우소서

chapter2 제 슬픔의 상처도 치유될 것입니다

chapter3 저의 뜻을 철저히 포기하게 하소서

chapter4 억울한 상처까지도 잊게 하소서

chapter5 최악의 죄인인 저를 위해 주님은…

chapter6 저의 충성을 과신하는 착각에서 깨어나게 하소서

chapter7 방어한다는 명분하에 분노를 터뜨리지 않게 하소서

chapter8 베드로보다 훨씬 더 자주 넘어지는 저를 도우소서

PART2 주의 많은 자비를 좇아 내 죄과를 도말하소서

chapter9 호의호식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소서

chapter10 조금만 상처를 받아도 무너지는 저를 용서하소서

chapter11 독버섯처럼 자라는 제 자아가 뭉개지게 하소서

chapter12 주님 앞에서 저는 흙과 먼지일 뿐입니다

chapter13 제가 아무리 억울해도 주님보다 억울하겠습니까!

chapter14 제 죄가 주님을 고통으로 몰아넣었습니다

chapter15 저에게 겸손의 면류관을 씌워주소서

chapter16 지체들의 비판을 달게 받게 하소서

PART3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chapter17 기쁨으로 저의 십자가를 지게 하소서

chapter18 주님과 함께 견디게 하소서

chapter19 보혈을 받았으니, 통회하는 마음을 드립니다

chapter20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순종하도록 도우소서

chapter21 외양간에 송아지가 없어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chapter22 세상의 미음을 개의치 않게 하소서

chapter23 주님의 나라에서 저를 기억하소서

chapter24 주님의 이름이 제 방패가 되게 하소서

chapter25 주님의 효심을 본받게 하소서

PART4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리라

chapter26 잠시 주님의 위로가 없다 해도 인내하게 하소서

chapter27 구원을 갈망하는 갈증을 느끼게 하소서

chapter28 제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오직 주님만을 원합니다

chapter29 제가 이 세상에 대하여 완전히 죽게 하소서

chapter30 제 모든 것을 바쳐 보답하겠습니다

chapter31 주님 사랑의 화살로 제 심장을 찌르소서

chapter32 주님의 자비는 꿀보다 더 달콤합니다

chapter33 몸으로 지은 모든 죄를 용서하소서

chapter34 주님은 나의 생명, 나의 전부이십니다

 


PART1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 최악의 죄인인 저를 위해 주님은…

주님은 증오에 찬 원수들의 불경스러운 손에 거칠게 체포당하셨습니다.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묶이시고, 거칠고 무례하게 속박당하시고, 고통스럽게 구타당하시고, 그토록 졸지에 끌려가셨습니다. 주님을 해하려고 무기를 손에 쥔 자들의 짐승 같은 표정과 우협적인 외침을 다 감내하셨으니, 주님을 경배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비열하고 강퍅한 무법자들이 주님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와중에, 주님의 제자들은 모두 도망하여 멀리서 애타는 가슴으로 주님을 쳐다보았을 뿐입니다.

 

주님은 언제나 선을 베푸셨지만 그 비열한 자들은 주님을 끌어가는 사악한 죄를 범했습니다.

선행이 무엇인지 지고의 모범을 보이신 사랑의 예수님! 주님은 우리를 위해 그 모든 잔혹한 일을 다 참는 편을 택하셨습니다. 이는 아름다운 온유의 모범을 우리에게 보이시고, 이사야 선지자의 분명한 예언을 성취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사야는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같이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사 53:7)라고 예언하였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사로잡아 결박하여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에게로 끌고 갔다. 주님은 붙잡히셨을 때 저항하지 않으셨고, 결박당할 때 불평하지 않으셨고, 끌려갈 때 항의하지 않으셨으며, 가는 길에 꾸짖지 않으셨다. 어린양처럼 잠잠히 온유하게 따라가며 겸손하게 그 모든 것을 참으셨다!

주님은 이 땅에 오실 때 밤에 태어나셨고, 밤에 배신당하고 붙잡히어 줄로 결박당하셨습니다. 그러하오니 주여, 제가 특히 밤중의 기도에서 주님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며, 최악의 죄인인 저를 위해 주님이 당하신 그 모든 고통을 깊이 묵상할 것입니다.

 

♣ 저의 충성을 과신하는 착각에서 깨어나게 하소서

사랑하는 주님! 제가 주님의 거룩한 뜻을 따르겠다고 스스로 결단하고 나서도 그 뜻을 저버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지켜주소서. 죽는 길이든 사는 길이든 주님이 이끄시는 곳으로 따라가게 하소서. 시련의 때에 주님을 버리지 않게 하시고, 육신의 정욕과 죄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게 하소서. 그 대신 선을 행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많은 시련을 담대히 이겨내어 능치 주님 앞에 서게 하소서. 지극히 선하신 나의 주인님! 제가 게으름에 바지면 주님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제가 행한 약간의 선행 때문에 교만의 올무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는 착각에 빠져 베드로처럼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 데도 가기를 준비하였나이다”(눅 22:33)라고 호언장담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제가 다른 모든 삶들과 똑같은 존재임을 깨닫고, 저의 약점을 겸손히 인정하며, 언제나 주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행하게 하소서.

 

♣ 방어한다는 명분하에 분노를 터뜨리지 않게 하소서

그 하속은 주님의 뺨을 치며 “네가 대제사장에게 이같이 대답하느냐”(요 18:22)라고 말하였습니다. 언제나 마음이 온유하시고 차분하게 말씀하셨던 자비의 주님! 하속에게 무례를 당하고도 주님은 “내가 말을 잘못하였으면 그 잘못한 것을 증거하라 잘하였으면 네가 어찌하여 나를 치느냐”(요 18:23)라고 차분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오, 악하고 비열한 하속아! 네가 증오에 찬 손으로 네 창조주의 영광스러운 얼굴 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구나!

경외하는 예수님! 주님은 그토록 극악한 모욕을 당하고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온유함을 보이셨습니다. 하속의 무례함에 즉시 보복하는 대신 오히려 주님을 친 자의 잘못된 생각을 즉시 차분하게 바로잡아주셨습니다.

오히려 그런 베드로에게 자비로운 눈길을 보내셨으니, 제가 영원히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높이겠습니다. 주님의 자비 덕분에, 닭이 울었을 때 베드로는 즉시 자기 죄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사악한 자들이 있는 곳을 지체 없이 빠져나가 주님을 부인한 것을 심히 슬퍼하며 통곡하였습니다.

 

범죄하였지만 베드로는 불행한 가룟 유다처럼 절망의 구덩이에 빠지지 않고, 주님께서 풍성한 자비를 계속 내려주실 것을 굳게 믿었습니다. 이는 그가 종종 주님의 자비를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서둘러 회개하여 죄를 해결하였고, 그에게 활짝 열려있는 무한한 자비의 문으로 들어갔습니다.

베드로는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넘어져 진리를 세 번 부인했지만, 저는 날마다 여러 가지 일로 영원한 진리이신 주님을 불쾌하게 해드리고 조금만 유혹을 받아도 은혜의 길에서 떠납니다. 베드로는 넘어졌을 때 즉시 일어났지만, 저는 훨씬 더 자주 넘어지면서 훨씬 더 더디 일어납니다. 제가 제 죄를 한탄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스스로 경계하려는 마음도 별로 없고, 죄를 지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는 조심성도 별로 없습니다.

 

베드로는 심히 통곡했습니다. 자신의 넘어짐을 통해 교훈을 배운 그는 죄를 지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피했습니다. 그는 마음에 슬픔이 가득하여 조용한 곳을 찾아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거기서 자기의 통탄스러운 말 때문에 생긴 죄의 얼룩을 씻어버렸습니다. 지난 죄를 즉시 씻어내고 잃어버린 은혜를 회복하는 눈물은 복된 눈물입니다!

 

PART2 주의 많은 자비를 좇아 내 죄과를 도말하소서

 

♣ 조금만 상처를 받아도 무너지는 저를 용서하소서

대제사장들과 장로들로부터 사형 판결을 받으신 후에 주님은 그 하속들에게 치욕스러운 대우를 받으시고 수치스러운 조롱을 당하셨습니다. 그들은 죄인의 더러운 손으로 모든 피조물보다 더욱 존경을 받아야 마땅한 주님의 머리를 세게 때리며, “그리스도야 우리에게 선지자 노릇을 하라 너를 친자가 누구냐”(마 26:68)라고 조롱하였습니다.

 

♣ 독버섯처럼 자라는 제 자아가 뭉개지게 하소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실, 지극히 공정한 재판장이신 주 예수그리스도시여! 빌라도 총독 앞에서 엉터리 날치기 심문을 받으면서도 인내하셨으니, 주님을 경배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새벽이 되자 대제사장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주님을 죽일 가증스러운 계획을 세웠고, 그들의 하속이 이른 시간에 주님을 결박하여 할례 받지 못한 이방인 총독에게 끌고 갔습니다.

 

총독에게 이르자 그들은 무죄한 주님에게 극악무도한 고소를 제기했습니다. 그 사악한 자들은 이미 여러 시대 전에 거룩한 선지자들이 찬양하며 세상의 구주로 선포한 주님을 이스라엘 민족을 파괴하는 악한 죄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은 거짓 증인들을 동원하여 무죄한 사람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고, 생명의 근원이신 분의 죽음을 원하고, 왕이신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기를 갈망하고, 거룩하고 의로운 분을 파문하여 지극히 치욕적인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아, 얼마나 가증스럽고 불경스러운 일입니까! 주님께 이토록 악한 일을 행한 자들은 잘못을 깨닫고 극도의 수치심을 느껴야 합니다. 그들은 주님이 받으신 것보다 더 무서운 형벌을 받아야 마땅한 자들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실한 제자여! 그대의 주와 구주요 만인의 왕이며 심판자이신 그리스도께서 빌라도의 재판정으로 끌려가 세속 권세 앞에 겸손하게 기꺼이 복종하셨다는 것을 깨닫고 깊이 묵상하라. 이로써 복종의 탁월한 모범을 보이셨으니 그리스도께 배워라. 그리하면 공동체의 ‘공개자복’에서 그대는 그대의 많은 허물과 단점을 스스로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의 책망을 달게 받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대보다 더 훌륭한 사람의 판단에 겸손히 복종하라. 하나님께서 그대 위에 세우신 권세자들을 거스르지 말라. 지옥의 고통을 피하려거든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고, 그대에게 쏟아지는 가혹한 말과 부당한 비난을 모두 참아라. 그대가 중상모략을 당할 때 하나님이신 그리스도의 고결한 인내심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또한 결박당하신 그리스도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와 은혜를 구하라. 그대의 모든 실수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라.

 

♣ 주님 앞에서 저는 흙과 먼지일 뿐입니다.

그토록 수없이 모욕을 당하셨지만 주님은 결코 인내심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이 공개적으로 큰 수치를 당하신 것을 생각하면 완고한 자는 회개할 것이고 분노한 자는 분을 가라앉힐 것이고, 경건한 자는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그토록 모진 수모를 당하심으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신 주님이 가장 낮은 자리에 앉으셨고, 전능하신 주님이 가장 비참한 인간 취급을 받으셨고, 전지하신 주님이 가장 어리석은 인간 대접을 받으셨으며, 죄가 전혀 없으신 주님이 가장 악독한 사람으로 판단 받으셨습니다.

 

불친절하고 무례한 모욕과 조롱을 당하고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으신, 나의 선하신 예수님! 사람들이ㅡ 이목을 끄는 화려한 옷을 입고 싶다는 욕망에서 저를 건지시고 평범하고 소박한 옷차림에 만족하게 하소서, 하늘의 왕이신 주님이 헤롯이 조롱하려고 입힌 옷을 입고 고난을 당하셨는데, 흙과 먼지인 제가 고운 옷을 입기를 바란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일 것입니다.

 

제가 주님께서 멸시와 조롱을 받으시는 모습을 늘 떠올리게 하시고, 주님을 따라 멸시와 천대의 길을 가게 하시며, 세상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데서 오히려 기쁨을 느끼게 하소서. 사람의 아들들과 이 세상의 영웅들과 권세 있는 친구들을 신뢰하지 않도록 저를 가르치소서. 이 세상의 헛된 즐거움을 멸시하게 하시고, 이 세상의 온갖 쾌락을 좇는 자들을 멀리하게 하소서.

 

♣ 제가 아무리 억울해도 주님보다 억울하겠습니까!

성난 무리가 주님에 대해 오만하게 소리치는 것을 다 참아내셨으니, 주님을 경배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사악한 자들은 하나님이신 주님에게 사형을 언도할 것을 재판관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법이 있으니 그 법대로 하면 저가 당연히 죽을 것은 저가 자기를 하나님 아들이라 함이니이다”(요 19:7)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때 그전에 주님께 “진리가 무엇이냐”(요 18:38)라고 물은 적 있는 빌라도는 더욱 두려워서 다시 “너는 누구냐”(요19:9)라고 물었습니다.

 

이방인 재판관은 주님을 놓아주려고 했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은 마음이 굳을 대로 굳어져 잔인한 요구를 했습니다. 빌라도는 주님의 혐의를 벗겨주고 주님을 풀어주기를 원하여 “나는 그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눅 23:22)라고 말하였지만, 무리는 주님이 그들에게 행하신 모든 선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주님을 대적하여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요 19:12)라고 소리쳤습니다.

무리는 끈질기게 주님의 사형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이 부패한 총독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하여 그들의 극악무도한 악행에 굴복하여 그 부당한 요구에 동의했습니다.

 

사악한 무리가 거룩한 예수님을 정죄하여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눅 23:21)라고 외쳤다는 소식이 온 예루살렘에 퍼졌을 때 주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귀하에 여기는 자여! 사악한 무리가 주님의 십자가형을 요구하며 소리친 사건을 깊이 생각해보라. 이 세상에서 들려오는 나쁜 소식에 마음의 귀를 기울여보라.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슬픈 소리를 잘 들어보라. 신실한 영혼이여! 그대에게 말하노니 하늘의 별들을 깊이 살피는 것보다는 이 일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그대에게 유익할 것이다. 그대가 진정으로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이 사건을 보고 깊은 탄식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이 그대를 대적하고 그대에게 모욕의 말을 퍼붓는가? 그대에게 쏟아지는 가혹한 말과 원수들의 협박에 무너지지 말라. 오히려 인내의 모범을 보이신 예수님이 그대를 위해 온갖 모욕을 참으신 것을 기억하고, 그대에게 쏟아지는 온각 오만방자한 말들에 눈 하나 깜짝하지 말라.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선한 행동을 악하게 해석하고 그대의 말을 불신하여 그대를 대적하는가? 그렇다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을 견뎌라. 그대가 아무리 억울하다 할지라도 그리스도보다는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도 잘 알겠지만, 그대는 주님보다 무고하지 않다. 무고한 주님의 귀에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눅 23:21)라는 치욕스러운 외침이 들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저에게 겸손의 면류관을 씌워주소서

이 땅의 더러운 찌끼 같은 자여! 그대의 주님이 지극히 거룩한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쓰시고 그토록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가 이 세상의 영광을 좇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라.

가시 면류관을 쓰신 분을 따른다는 자여! 지극히 높으신 분이 낮아져 고통당하는 편을 선택하셨다는 것을 알았다면 거룩한 슬픔에 잠겨라. 편한 삶의 길만을 탐하지 말고, 오히려 열정을 가지고 십자가의 길을 가라.

 

너희 모든 교만의 아들들이여! 높은 자리를 탐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낫게 보이려고 머리를 높이 들고 다니는 자들이여! 채찍에 맞고 가시 면류관을 쓰신 예수님 앞에서 뽐내며 걷는 자들이여! 놀라고 부끄러워하라. 곧 죽을 너희 몸에 비단옷을 두르고 보석과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머리를 화려하게 치장한 것을 부끄러워하라. 너희를 구속하기 위해 주님께서 그토록 무서운 고통을 당하신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일을 부끄러워하라.

 

주님은 머리에 박힌 지극히 날카로운 가시가 돌같이 굳은 저의 심장을 찔러 심장의 중심에 단단히 박히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그 상처를 통해 제 온몸의 해로운 피가 흘러나올 것입니다. 주님의 거룩한 사랑의 증거인 그 가시가 제 심장에 계속 박혀 있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 마음은 악의 가시와 유혹의 엉겅퀴를 모두 뽑아버리고 아름다움 밭으로 바뀔 것입니다.

아담 때문에 찾아온 저주로 오염된 제 마음 밭에 주님의 거룩한 피를 뿌려주시어 새로운 복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제 마음 밭에서 시기의 가시 대신 사랑의 장미가, 정욕의 쐐기풀 대신 순결의 백합이, 허영의 가시나무 대신 겸손의 제비꽃이, 분노의 가시대신 온유의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

  

♣ 지체들의 비판을 달게 받게 하소서

빌라도 총독에게 부당한 재판을 받아 치욕스러운 십자가형을 받으신 거룩하신 사랑의 주님! 믿음의 지체들이 저에게 어떤 비판을 쏟아 붓더라도 제가 겸손히 받아들이게 하소서. 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로 응대하거나 윗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고, 오히려 주님이 보여주신 인내심의 모범을 따라 고결하게 침묵하게 하소서. 제 윗사람이 저를 짓밟는다 해도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주님께 모든 판단을 맡기게 하소서.

종은 그의 주인보다 크지 못한 법입니다. 만인의 재판장이신 주님께서 그토록 부당한 재판을 받으셨습니다. 아무 죄가 없으신 주님께서 광포한 원수들에게 아무 저항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하오니 여러 면에서 자주 잘못을 범하는 제가 믿음의 지체들의 비판을 달게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자비하신 예수님! 복종의 굴레와 교정의 막대기를 제가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도우소서. 어떤 어려움과 고통이 찾아와도 언제나 주님의 고통과 눈물을 기억하게 하소서.

 

PART3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 기쁨으로 저의 십자가를 지게 하소서

원수들은 주님이 수치스럽고 잔혹한 십자가에서 죽을 것을 고대하며 오만하고 비열한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섭고 끔찍한 일을 당하면서도 주님은, 희생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잠잠히 나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줄곧 우리의 구원을 생각하시고, 주님 백성의 무지를 슬퍼하시며, 주님을 거칠게 끌고 가는 자들의 사악함을 한탄하셨습니다.

주님을 찬양하고 경배합니다. 주님의 친구들이 주님께 참된 사랑을 보이고, 경건한 여자들아! 슬퍼하면서 주님을 뒤따랐습니다. 주님의 친구들은 주님을 위해 동정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경건한 여자들은 머리를 숙인 채 슬피 울며 한 걸음 한 걸음 주님을 뒤따랐습니다. 주님은 돌이켜 그들에게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푸른 나무에도 이같이 하거든 마른 나무에는 어떻게 되리요”(눅 23:28,31)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사랑하신 모든 자들이 주님의 고통을 보고 비통에 빠졌으니, 특히 경건한 여자들이 그러했습니다.

주님의 고난은 외적 원인들 때문에 당하는 고통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내적 고통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제자들은 도망했고, 주님의 어머니가 크게 슬퍼했고,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해 소망을 잃은 자들이 불안에 떨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주님의 고난을 보고 신앙의 정체에 빠졌습니다.

나와 같은 믿음을 갖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여! 그대가 하늘의 기쁨을 맛보려거든 신비로운 십자가를 속히 지고 그대의 구세주의 발걸음을 따르겠다고 굳게 결심하라. 잠깐 근신하는 마음을 갖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해이해지는 잘못에 빠지지 말고, 믿음 훈련의 고삐를 늦추려고 하지도 말라. 믿음의 지체들이 그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쉽고 가벼운 것이라고 여겨라. 거룩한 복종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요구되는 모든 것을 기쁨으로 준행하라.

 

그대에게 떨어지는 모든 명령에 순종하기 힘든가?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그것들보다 훨씬 더 힘든 명령에 순종하여 치욕의 십자가에서 그대를 위해 돌아가셨다는 것을 기억하라. 하늘나라로 이끄는 길에서 벗어나지 말라. 편한 길로 가게 만드는 유혹을 떨쳐버려라. 그런 길은 게으른 자들을 멸망으로 이끌 뿐이다.

그대가 믿음을 갖기 시작한 날, 그대는 그대의 십자가를 받아 들였다. 그대가 믿음의 길을 걷겠다고 서원한 날, 그대는 그대의 십자가를 더욱 단단히 붙들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분을 본받으려거든 기쁨으로 그대의 십자가를 져라. 자발적인 마음 없이 불평하면서 십자가를 진다면, 그리스도께서 예비하신 영광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불신자 강도가 받은 형벌에 처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쁨과 온유함으로 견디고 있다면, 이미 그대는 악한 자를 많은 부분에서 이긴 것이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의 엄격한 부분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들이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말라. 그리스도의 사랑과 올바른 삶의 기쁨이 지루한 허드렛일을 즐거운 일로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보다 앞서서 훨씬 더 힘든 삶을 사신 분이 계시니, 바로 예수님이시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십자가를 지신 그분은 십자가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친히 체험하셨다. 그러므로 그대의 구주를 본받아 십자가의 길을 계속 가라. 믿음생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신앙심 깊은 결심들을 늦추지 않는다면 그대는 영원히 안전할 것이다.

 

♣ 주님과 함께 견디게 하소서

그리스도를 위해 슬퍼하는 것이 마땅하니 깊이 슬퍼하고, 그대 마음속의 은밀한 방으로 들어가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의 눈에 그대가 슬퍼하며 헌신하는 제자로, 감사하며 사모하는 제자로, 자신을 온전히 드린 제자로, 사랑 가운데 그분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제자로 보여야 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에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온 세상에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노라.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시니 그분과 함께 죽는 것이 내게는 최고의 유익이라!”(갈 6:14; 빌 1:21)라는 고백이 그대의 입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대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다른 것을 자랑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 그대의 공로에 의지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대의 구원과 구속이 오직 십자가에만 있기 때문이다.

  

♣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순종하도록 도우소서.

기도와 응답을 더 빨리 받고 싶은가? 구세주의 은혜와 긍휼을 갈망하는가? 그렇다면 네 형제가 네게 무슨 잘못을 했든지 그를 진심으로 용서하라. 그의 사소한 잘못이라도 용서하라. 그러면 하나님께서 너의 더 큰 잘못들을 용서하실 것이다. 네 구원을 위해 기도하듯이 그의 구원을 우해 기도하라. 그러면 네게 더 큰 은혜가 임할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고 핍박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명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른다면 너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다 할지라도 그를 용서하고 네게 잘못한 사람들을 너그럽게 봐주는 훈련을 했는가? 그렇다면 너는 죽을 때에 확신에 찬 소망을 가질 수 있다. 원수를 위해 기도했기 때문에 사도들은 영원한 복을 얻었고, 순교자들은 영광스럽게 되었고, 박해받은 자들은 고결하게 되었으며, 순순한 신앙인들은 아름답게 되었다.

 

♣ 외양간 송아지가 없어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내 영혼아!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애통의 눈물을 흘리고, 주님의 인내심을 생각하며 그분을 본받아라. 필수품으로 생각되는 것이나 네가 정ㅁ라로 갈망하는 것인 게 허락되지 않을 때 더욱 인내심을 발휘하라. 적은 것으로 살아가며 초라하고 싼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면 너는 전혀 불평 없이 큰 평안을 누리며 하나님께 인정받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PART4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리라

 

♣ 잠시 주님의 위로가 없다 해도 인내하게 하소서

이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여! 그대가 이성이 있다면 태양이 슬퍼하고 땅이 떨 때 함께 탄식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의 비통한 외침을 깊이 생각해보라. 예수님이 왜 소리치셨는지, 그분의 외침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아라. 예수님은 그토록 무서운 고통을 당하면서도 인내하며 잠잠하셨으니, 그분의 입술에서는 아름다운 사랑의 말씀만 흘러나왔다. 예수님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하고 하나님의 이름만을 언급하셨으니, 이는 외로움의 고통을 오직 아버지께만 알리기 위함이었다. 예수님은 어머니께 위로를 구하지 않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으셨다.

 

이렇게 하신 것은 그대가 버림받았다고 느낄 때 예수님을 본받아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시기 위함이었다. 그대의 몸이 약한가? 정신적으로 지쳐서 우울한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가? 그대의 가난이나 부족함 때문에 사람들이 그대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는가? 그렇다 할지라도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말라. 오히려 그런 경우들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라

 

그대의 몸에 병이 생겨도 온유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라. 그대를 돌보는 사람들이 그대를 소홀히 하거나 형제들이 그대를 거의 찾아오지 않아도 분노하지 말라. 십자가에 달려 버림받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하찮은 불편함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 그 대신 예수께서 찾아와 도와주시기를 구할지니, 이는 ‘버림받음’을 ‘위로받음’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그분께 있기 때문이다.

 

♣ 주님 사랑의 화살로 제 심장을 찌르소서

십자가에서 죽음의 잠을 주무시는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강물처럼 흘러나와 인류의 구속을 이루었다! 오, 흰 눈처럼 깨끗한 물! 구주의 가장 깊은 부분에서 흘러나와 우리의 모든 죄를 씻어주었다!

옛적에 하나님의 종 모세가 광야에서 바위를 치니 강물처럼 물이 흘러나와 사람들과 짐승들이 모두 기쁘게 마시고 모든 불평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제는 롱기누스라는 억센 군병이 창을 들어 힘차게 생명의 반석을 치니, 그리스도의 옆구리가 뚫리고 거기로부터 물과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교회에게 구원의 샘이 되었다.

오, 군병의 창이 찔려 생긴 고귀하고 고결한 우리 주님의 상처! 이 상처를 존귀히 여겨야 할 것이다. 깊이 찔려 넓게 뚫린 이 구멍 안으로 모든 신실한 자들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거룩한 상처에서 흐르는 무로가 피르 마시는 자는 단 한 모금만 마실지라도 모든 고통을 이겨낼 것이고, 세상의 육신적인 것들을 갈망하는 정욕을 버릴 것이고, 영원한 것들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불탈 것이며,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생수의 샘이신 성령의 아름다움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내 영혼아!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의 옆구리로 들어가라. 그 거룩한 상처로 들어가 사랑 때문에 관통당하는 것을 허락하신 주님의 사랑의 심장에 이르고, 그 반석의 갈라진 틈새 안에서 이 세상의 풍파를 피하라.

오, 사람아! 멈추지 말고 계속 들어가 주님의 감추어진 은밀한 심장에 이를지니, 그것은 그대를 향해 문을 활짝 여신 하나님의 심장이다.

그대, 하나님께 복 받은 자여! 들어가라. 왜 밖에서 주저하느냐? 그 심장 안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생수의 강이요 구원의 길이다. 그 안에 있는 하늘의 보고에서는 소생케 하는 향기가 한없이 흘러나온다. 그 안에는 그대를 노리는 원수의 매서운 눈길과 유혹들이 도달하지 못하는 안식처가 있다. 그 안에는 장차 임할 진노의 심판에서 그대를 구할 사랑과 자비가 있다.

 

주님의 심장 안에는 기름과 은총의 샘이 항상 흐르고 있으니, 진정으로 통회하며 찾아오는 죄인들은 언제나 긍휼을 얻는다. 그 안에는 거룩한 강의 근원이 있으니, 그 근원은 낙원의 중심에서 흘러나와 지면에 물을 주고, 목마른 영혼을 적셔주고, 죄를 씻어주고, 더러운 욕심을 없애주며, 분노를 가라앉혀준다.

그러므로 그 샘에서 흐르는 구주의 사랑을 마시고, 주님의 옆구리에서 흐르는 달콤한 위로의 포도주를 마셔라. 그리하면 그대는 더 이상 자기 안에서 살지 않고 그대를 위해 상처를 입으신 분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대에게 심장을 열어 보이신 주님께 그대의 마음을 바치는 것이 마땅하다.

  

♣ 주님의 자비는 꿀보다 더 달콤합니다.

네가 아무리 큰 죄인이라 할지라도, 영원한 멸망에 대한 두려움이 아무리 너를 괴롭힐지라도 예수께 가까이 가라. 바로 너를 위해 어린양이 도살당하셨고, 바로 너를 위해 예수님이 세상 죄를 위한 희생제물로 드려지셨기 때문이다. 주 예수님의 자비와 긍휼이 무한하므로 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자는 실망하여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결코 없다. 이 말이 나 같은 죄인에게 얼마나 따뜻한 말인가? 내 마음에는 벌꿀과 벌집보다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 주님은 나의 생명, 나의 전부이십니다.

긍휼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구원의 하나님께서 네 회개를 받아주시는 지금 이 은혜의 때에 네 죄를 한탄하라. 영적으로 너무나 비참한 상태에 빠져 있는 이 세상과 영적인 것들에 너무 무관심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애통하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을 진정으로 따르는 사람들은 너무 적고, 처음의 영적 열정이 식어가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날마다 기도하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라. 예수님을 늘 눈앞에 모시고, 그분의 십자가 곁을 결코 떠나지 말라. 살든지 죽든지 예수님과 함께 무덤에 들어가라. 그러면 네 생명이신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너도 그분과 함께 영광에 들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