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쉴만한 물가

꽃 / 김춘수

은총가득 2020. 8. 25. 13:58

                              

 

 

 

                                   꽃

 

                                         김  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