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이 강조하는 증언(martyria)에 대한 묵상
4개의 복음서 저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예수를 본 목격자이거나, 일어난 사실에 대한 증인이라고 자신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누가복음 1;1-2에서 저자 누가는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목격자(αὐτόπτης)와 말씀의 일꾼 된 자들이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고 하며, 자신도 그들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흔히 목격자(eye-witness)라는 용어는 사건이나 사고를 눈으로 목격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증언자는 좀 더 광어의 의미로서 어떤 사실이나 사람에 대하여 직접 보거나 듣거나 혹은 간접적으로 전달받은 사실이 있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후자의 관점에서 모든 복음서의 저자들은 광의의 의미로 증언자들이다. 그중에 요한복음의 저자는 자신이 특별히 증언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신약성경에 증언하다(μαρτυρέω)라는 동사가 76번 나오는 데, 그 중에 요한복음에 47번 나온다. 그리고 증언(μαρτυρία)이라는 명사는 37번 나오는 데, 그중에 요한복음에만 30번이 나온다. 이 빈도수가 말하는 것은 요한복음의 내용 전체가 일종의 증언자의 증언서라는 것이다.
martyria는 기본적으로 법정용어이다. 산헤드린 공회는 예수를 죽이려고 그를 칠 증거(martyria)를 찾으려 하였으나 쉽게 찾지 못하고, 거짓 증언하는(ψευδο-μαρτυρέω) 것도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막 14:55-56). martyria는 법정에서 판결심리를 위한 증거 채택을 위해, 증거 자체(witness, evidence) 혹은 목격자의 증언(testimony)을 뜻하는 용어이다.
요한복음의 저자는 예수에 대해 진술하는 자신이 자격을 갖춘 참 증언자 혹은 목격자(eye-witness)라고 말하기 위해서 “사랑하시는 제자"(19:26; 20:2; 21:7) 라고 말하기도 하고, 예수와의 더 친밀함을 나타내기 위해 “사랑하시는 자로서, 예수의 품에 의지하여 누웠던 자"(13:23) 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것은 단순히 예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자로서 자신을 강조하려는 의도보다는, 증언의 진실성을 입증하려는 자기표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요한복음 공동체는 저자의 증언을 참 증언이라 강조한다. 특별히 십자가상에서 예수님이 창으로 허리에 찔려, 물과 피를 흘리신 육체적 죽임을 당하셨음을 증언하는 저자의 증언을 자신들도 믿고 증언한다(19:35). 영지주의자들 혹은 예수의 인성을 부정하는 가현주의자들의 주장을 저자와 요한복음 공동체는 증언의 진실성으로 반박하고 있다.
예수의 존재와 진리에 대해 증언하는 존재로서 저자는 세례요한(1:8, 19; 5:33), 예수의 일(5:36), 성경(5:39), 성령(16:13), 아버지(5:37)의 존재를 언급한다. 아들 예수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5:31),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 타인의 증언을 필요로 하기에, 요한복음 전체에서 예수를 증언하는 많은 존재들이 언급되는 것이다.
물론 저자 요한과 요한복음 공동체도 이 증언에 참여하고 있다(3:11; 19:35). 증언(μαρτυρία)이라는 말에서, 순교자를 뜻하는 영어 martyr이 나왔다. 이 말은 결코 신앙고백적 증언을 포기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종교인을 말한다. 예수를 증언하는 신적 존재나, 예수를 만나고 체험한 후의 증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요한복음서를 읽으면, 더욱 맥락이 분명해진다.
김범식 박사 (성경과설교연구원)/